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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이야기

나의 수업 철학은?

by 김현섭 2026. 2. 2.

A교사는 교직 경력 10년차 초등학교 교사이다. 평상시 수업을 잘한다고 주변에 칭찬을 많이 받았고, 수업 실기 대회에 나가 1등급까지 받았다. 방학동안 각종 연수에 참여하여 다양한 수업 기술을 배워 새 학기마다 많이 활용하려고 하였다. 평상시 A교사는 성적 향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주 쪽지 시험을 보았고, 다른 교사에 비해 학습 과제를 많이 제시하였다. 숙제를 못하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질서 세우기를 강조해서 규칙에 어긋나지 못하도록 엄하게 학생들을 훈육하였다. 특히 침묵 신호를 자주 사용하는데, 수업 활동 중 교사에게 집중할 때만 침묵 신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지도 전반에 걸쳐 자주 사용하였다. 특히 학기 초에 질서 세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새 학기 첫날부터 군기(?)를 확실하게 잡아갔다. 그래서 다른 학급에 비해 성적 평균이 제일 높았고 학부모들도 이에 대하여 좋아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을 매우 무섭게 생각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인정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서운 선생님, 두려운 선생님, 호랑이 선생님, 가까이 하기 싫은 선생님으로 여겼다. 물론 A교사도 자신을 학생들이 무섭게 여긴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이 자신을 두려운 존재를 넘어 싫어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것은 질서 세우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만 생각했다.

"선생님, 선생님의 수업철학은 무엇인가요? 수업철학이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면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업코칭시 수업자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해당 수업을 볼 수 있어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철학은 수업행위의 선택기준이다. 쉽게 강의식 수업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태여 협동학습으로 수업을 운영한다면 그 이유가 수업철학이다. 문제풀이식 수업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힘들게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수업한다면 그 이유가 수업철학이다.

교육철학이란 교육 현상의 본질적인 추구와 원리적 이해를 통해 문제의 해결 방향 모색과 목표설정을 위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노력이다. , 교육활동에 대하여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는 것이다. 교육철학은 가치 선택의 기준을 제공해 준다. 학생들이 문제 행동을 저질렀을 때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야단쳐야 하는가, 아니면 왜 문제 행동을 저질렀는지 학생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등은 교육 철학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교육철학은 일관성 있고 장기적이며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교육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학생들도 혼란을 경험할 것이다.

수업을 이해하려면 교사가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교육 활동은 모든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도된 가치에 따라 지식의 선택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교육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교육 활동을 구성하고 평가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바로 교육 철학이다. 교육철학이란 구체적인 대상에 따라서 교육관, 수업관, 교사관, 학생관, 지식관, 개인적인 신념 등으로 나뉠 수 있다.

 

▪ 교육관 : 교육이란 무엇인가?

▪ 수업관 : 수업이란 무엇인가?

▪ 교사관 : 교사는 어떤 존재이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 학생관 : 학생은 어떤 존재이고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 지식관 : 지식이란 무엇이고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 개인적인 신념 : 교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은 무엇이고 수업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교육관

교육관이란 교육의 목적과 교육 자체의 본질 이해와 관련이 있다.

전인적 성장인가?” vs “학력 신장인가?” vs “○○인가?”

A교사가 학생들을 엄격하게 대하면 질서 세우기를 강조한 이유는 질서 자체가 궁극적인 가치라기보다 학력 신장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력 신장을 위한 도구적인 가치가 질서 세우기이다. 그렇다면 학력 신장이 문제가 있는가? 성적을 올리는 것은 성적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 다만 교사가 학력 신장을 최우선 순위의 가치로 정할 때 나머지 가치들을 상대화시켜서 더 중요한 가치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마다 최우선 가치들은 다를 수 있다. 관계, 재미, 질서, 신뢰, 인정 등등. 다만 어떠한 가치를 1순위로 두느냐에 따라 교사의 교육 활동의 방향과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개별인가?” vs “협동인가?” vs “경쟁인가?”

학생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과 관련하여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별 학습, 나의 성공이 너의 실패인 경쟁 학습, 나의 성공이 너의 성공인 협동 학습으로 나뉜다. A교사는 개별 학습을 주로 강조하면서 종종 경쟁 학습을 활용하였다. 어떠한 학습 구조를 기본 방향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교실 분위기와 자리 배치, 학생 상호 간의 관계 규정이 이루어진다.

 

수업관

수업관은 수업의 본질을 어떠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과학인가?” vs “예술인가?” vs “과학+예술인가?”

현재 주류 교육학의 흐름은 과학적 관점에 서있다. A교사도 과학적 관점에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수업을 예술적 관점에 바라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발도로프 수업이나 다중지능 수업이 대표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업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된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 다이크는 수업을 기예(Craft/장인의 작품)’라고도 말한다. 어떤 수업은 수업 체크리스트로 볼 때 완벽한 수업이지만 막상 수업 참관해 보면 잘 짜여진 퍼포먼스처럼 보여서 별 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수업은 수업 자체는 담백하고 얼핏 평범해 보이는데 감동과 여운을 주는 수업이 있다. 수업은 가르침과 배움으로 이루어지는데, 가르침이 있다고 꼭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가르침은 별로라고 보여 지지만 실제 배움이 극대화된 경우가 있다. 수업의 주체와 요소를 분석해 보면 교사, 학생, 지식, 관계이다. 각 요소가 살아있고 잘 융합되어야 좋은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관

교사관은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의 문제이다.

지식의 전달자인가?” vs “학습의 촉진자인가?”

A교사는 지식의 전달자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교과 지식을 재구조화하여 반복과 연습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잘 익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식의 전달자 모델을 가지고 있는 교사는 자기가 일단 지식을 이해하여 잘 전달하여 학생들이 숙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학습의 촉진자 모델을 지향하는 교사는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사가 학생과 함께 연구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태도를 지닌다.

군대 조교인가?” vs “대리 부모인가?” vs “학원강사인가?” vs “정원사인가?” vs “또래 친구인가?” vs “학습 코치인가?” vs “아니면...”

교사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역할 모델과 은유가 있다. A교사는 군대 조교같은 은유를 가지고 있다. 자기가 생각하는 역할 모델과 은유에 따라 교사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등이 달라진다.

 

학생관

학생관이란 학생들을 어떠한 존재로 여기는가의 문제이다.

통제의 대상(수동적 존재)인가?” vs “학습의 주체(능동적 존재)인가?”

교사가 학생을 미숙한 존재로 여기면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규제하려고 한다. A교사도 학생들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을 성숙한 존재로 여긴다면 학생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학생은 성장하는 존재이다. 학생들에 따라 또래 학생에 비해 미숙하기도 하고 성숙하기도 하며 비록 현재는 미숙하지만 시간에 따라 성숙해져 가는 존재이다. 학생들을 어떠한 틀 안에 가두어 바라보기보다 있는 그대로 모습을 열린 자세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식관

지식관이란 지식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의 문제이다.

전통적 지식인가?” vs “학생의 경험인가?” vs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인가?”

객관론적인 인식론에 근거한 전통적인 지식관에서는 지식을 인류 역사 이래 쌓아온 연구 성과물과 경험들의 총합으로 이해한다. A교사도 이러한 관점에서 지식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식을 정리한 교과서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상대론적 인식론에 근거한 구성주의 지식관에서는 지식을 학생들의 경험과 흥미 관점에서 이해한다. 지식을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한다. 최근 등장한 역량 중심 지식관은 사회의 필요에 맞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지식을 지식 자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학생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강조한다. 교사가 어떠한 지식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교육과정 재구성의 폭이나 평가 방식이 달라진다.

 

개인적인 신념

교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믿음들이 생긴다. 교사의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서 교육 행동이 달라진다. 교사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신념들은 합리적인 신념과 비합리적인 신념을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비합리적인 신념이 없이 합리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좋은 교사라고 평가받게 되지만 반대로 비합리적 신념이 합리적인 신념보다 더 많아지게 되면 문제가 있는 교사로 평가받을 수 있다. 대개 개인적인 신념은 교사 내면 안에 숨어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갈등 상황이나 위기 상황에서 개인적인 신념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자칫 누군가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을 비판하면 교사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느껴져서 감정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이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 끊임없이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 돌아보고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A교사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신념들은 다음과 같다.

교사는 수업을 잘해야 한다.”

학기 초에 학생들을 꽉 잡으면 1년이 편하다.”

성적을 올리려면 훈육을 강조해야 한다.”

교사가 수업을 잘해야 한다는 신념은 합리적인 신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신념들은 좀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A교사의 수업 기술 분석

A교사의 수업 기술을 분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수업 기술은 수업에서 잘 나타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교수학습 방법 강의식 수업, 문답법, 암기, 숙제, 다양한 활동

학습 동기 유발 방법 칭찬, 칭찬 스티커

통제 방법 침묵신호, 엄격하게 야단치기

 

A교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수업 기술들의 이유를 분석해보면 역으로 A교사의 교육 철학을 분석할 수 있다. A교사가 강의식 수업과 문답법, 암기, 숙제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교사관의 지식의 전달자 모델과 전통적인 지식관과 관련이 깊다. 특히 학력 신장을 추구하기 위한 수업 기술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교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학습 동기 유발 방법과 통제 방법들은 주로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을 둔 일명 채찍과 당근 전략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학생관과 관련이 깊다.

수업 기술들은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기술들이 존재하지만 어떠한 맥락에서 특정 수업 기술을 선택하고 실천하는가는 결국 교사의 교육 철학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교사로서 현재 자신의 교육철학을 정리한다면?

 

현재 교사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을 성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다음의 빈 칸을 채워가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성찰해 보자.

내 교육 철학을 되돌아 보기


자기 수업 기술 분석
-내가 교과서를 주로 어떻게 활용하는가?


-내가 주로 사용하는 수업 방법과 그 이유는?


-내가 주로 사용하는 학습 동기 유발하는 방법은?


-내가 학생들을 주로 통제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내 수업의 고민거리는?


교육관
-교육이란 ( )이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교직 생활 중 가장 보람스럽다고 느낀 경우와 그 이유는?


수업관
-수업이란 ( )이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수업 준비를 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교사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사상은 ( )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주로 ( )역할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학생관
-학생이란 ( )이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학생 모습과 그 이유


-내가 부담스러운 학생 모습과 그 이유




지식관
-지식이란 ( 전통적 지식 / 학생의 경험 /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 / 기타( )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하는 학년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내용과 그 이유는? (초등 교사)


-내 담당하는 교과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이유는? (중등 교사)




개인적인 신념
-내 수업 신념은 ( )이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내 수업의 주안점은 ( )이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행동 속에 숨어있는 교육 철학과 신념을 끊임없이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교사는 반성적 실천가이다.”

 

-출처 : 김현섭(2018),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기술", 수업디자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