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세우기가 왜 중요한가?
교사라면 누구나 학생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과의 친밀한 관계를 세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질서 세우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수업 자체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질서란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를 말한다. 질서가 사라지면 혼란해져서 모두가 피해를 보기 쉽다. 수업에서 질서 세우기가 중요한 이유는 질서 세우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질서 세우기에 치중하여 관계 세우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수업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질서를 잡았지만 관계를 놓쳤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관계 세우기를 전제로 질서 세우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 규칙이 명료해야 운영상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교사마다 나름대로의 수업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강조하지 못해서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수업 규칙을 만드는 것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문화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수업 규칙이 일관성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업 규칙 만들기의 중요한 전제는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는 것이다. 동의를 얻지 못하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처벌 중심으로 진행하면 학생들은 반항, 보복, 후퇴의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반항이란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거부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예컨대, ‘선생님은 나를 통제할 수 없어. 내가 왜 그 규칙에 따라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복이란 당한 만큼 되돌려 주는 태도이다. 예컨대, ‘어떻게든 상관없어. 내가 당한 만큼 돌려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후퇴는 자책이나 속임수 등 잘못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책의 경우, ‘그래 나는 원래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자기에게만 잘못을 돌려서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괴롭히는 것이다. 속임수의 경우, ‘다음에는 걸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교사나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피해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로 문제의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업 규칙에 대한 동의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질서 세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
질서 세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교실에서 질서 세우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전 학생들에 비해 최근 학생들이 생활 지도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예전 학생들과 현재 학생들의 문화 양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구 절벽 현상이 나타나 학생들의 수에 급감하고 있다. 1971년 출생아는 102만명이었으나, 2025년 출생아는 25만명이다. 50대 중반 성인을 기준으로 볼 때 최근 출생 인구는 1/4밖에 되지 않는다.
자녀 수가 줄어들다보니 자기 자녀들을 과보호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일어났다. 과보호 속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얼핏 보면 모범생이지만 마마보이처럼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자기주도적인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또한 소위 싸가지 없는 행동을 통해 개인주의적, 이기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외벌이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맞벌이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정반대로 자녀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났다. 방치된 분위기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대체로 거칠게 행동하거나 자기의 욕구를 왜곡된 형태로 채우려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중간 지대 학생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양극단 현상이 심화되면서 교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과보호 학생이나 방치 학생 모두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게 된다.
이제는 전통적인 훈육 방법으로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학생들을 엄격하게 지도하거나 체벌까지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전통적 훈육 방법을 잘못 사용하면 교직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교사마다 수업 규칙의 기준이 다르다. 생존과 힘의 욕구가 높은 교사는 상대적으로 수업 규칙 기준이 높은 편이고, 사랑과 자유의 욕구가 높은 교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표준화된 기준을 정하여 운영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수업 규칙의 높고 낮음 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잘 형성하고 있는가 문제이다. 수업 규칙의 기준이 높은 생존과 힘의 욕구가 높은 교사라도 학생들과의 관계성을 잘 유지하면 학생들이 교사를 좋아하고 잘 따른다. 그런데 수업 규칙은 높은데, 학생들과의 관계성이 깨지면 학생들이 싫어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학생들은 엄격한 교사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한 교사를 싫어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랑의 욕구가 높은 교사라도 수업 규칙의 기준이 너무 낮아서 질서 세우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배움이 잘 일어나기 힘들다. 학생들은 친절한 선생님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수업 질서가 무너져서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으면 이를 싫어한다. 수업 규칙 기준이 낮아도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교사와 다른 유형의 학생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생존의 욕구가 높은 교사가 자유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을 만나면 해당 학생들의 태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교사들 중에는 생존의 욕구가 높은 교사들이 많지만 학생들 중에는 자유나 즈거움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교사들은 학창 시절은 모범생인 경우가 많지만 교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범생이 아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통해 교사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도 자신이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상처를 준 해당 학생들을 대할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예민해지거나 감정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특정 학생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우, 상처받은 것을 깨달아야 좀 더 성숙하게 그 학생들을 대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과의 질서 세우기 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 긍정 훈육법이다. 긍정 훈육법은 아들러의 개인주의 심리학에 토대를 두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지도할 것을 강조한다. 관계성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학생들을 훈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새로운 긍정 훈육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전통적인 훈육법에서 벗어나 학생 인격을 존중하지만 문제 행동에 대하여 단호하게 반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질문으로 수업 규칙 만들기
질서 세우기의 첫 걸음은 수업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수업 규칙을 만들 때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선포하기보다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생각해보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함께 수업 규칙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수업 규칙의 정당성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고, 학생들도 수업 규칙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질문을 통해 수업 규칙을 만들려고 할 때 먼저 수업 시간에 발생할 수 있는 학생 문제 행동이나 상황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 ◾ 학생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한다면? ◾ 수업 시간에 졸거나 잠을 잔다면? ◾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장난을 쳐서 수업에 방해가 된다면? ◾ 수업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나 활동이 완성되지 못한다면? ◾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비난한다면? ◾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 숙제를 하거나 딴 짓을 한다면? ◾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면? ◾ 수행 평가 시 부정 행위를 하거나 거짓말을 한다면? ◾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고 반발하는 경우는? 등 |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규칙에 대하여 생각하고 모둠 토의와 전체 발표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면 좋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무리한 요구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예컨대, 지각생들에게 지각비 1,000원을 걷자고 주장한다고 하자. 이 경우, 교사가 그 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질문으로 표현하면 좋다.
“의견을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지각비를 걷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지각비를 누군가가 관리해야 하는데, 선생님도 지각비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그렇다면 다른 친구에게 부탁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그리고 가정 형편 상 지각비를 내기 힘든 경우가 발생하거나 지각비가 누적되어 지각비를 내기 힘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강력하게 주장을 펼친다면 일단 그 주장을 받아들이되, 유예 기간을 설정하거나 수업 규칙 운영 시 문제점이 발생하면 중간에 다시 점검하여 수정 보완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일관성있게 수업 규칙을 운영하려면?
수업 규칙이 많은 것보다 꼭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수업 규칙이 너무 많으면 일단 학생들이 수업 규칙들을 잘 기억하기 힘들 뿐 아니라 세부적인 수업 규칙대로 질서 세우기를 하다가 오히려 학생들과의 관계성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 규칙 운영상의 문제점을 중간에 점검하고 수정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학기 초에 만든 수업 규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수업 규칙과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처리한다면 불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학기 중간이나 학기말에 점검하여 수정 보완하거나 다시 수업 규칙을 상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수업 규칙 운영상의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관성이 없는 교사의 태도 때문인지,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수업 규칙 기준이 너무 높아서 부담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수업 규칙 기준이 너무 낮아서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잘 무시하게 되는 것인지를 성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태도 때문이라면 다시 한번 교사의 태도를 점검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면 왜 그 규칙을 잘 어기게 되는지에 따라 보다 단호한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업 규칙 기준의 수준을 조정하여 안정적으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수업 규칙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한다. 관계성을 바탕으로 접근하되, 잔소리보다 단호한 행동으로 수업 규칙에 근거하여 문제 행동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의 문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학생이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말로만 사과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스스로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수업 규칙만으로만 질서 세우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칭찬과 격려, 학생에 대한 애정,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 심어주기, 학생들의 선택 기회 부여 등 다양한 내적 동기 유발 전략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문헌]
김현섭(2016), “수업성장”, 수업디자인연구소
김현섭(2015),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한국협동학습센터
김현섭 외(2014), “사회적 기술”, 한국협동학습센터
제인 넬슨 외, 김성환 외 역(2014), “학급긍정훈육법”, 에듀니티
테레사 라셀라 외, 김성환 역(2015), “학급긍정훈육법-활동편“, 에듀니티
김현섭(2018),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기술", 수업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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