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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공간이 바뀌면 배움도 바뀐다!

by 김현섭 2019. 10. 29.

적은 것이 더 많다?(Less is more)

학교 공간을 생각해보면 대개 학교 공간은 긴 복도와 직사각형 교실, 운동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모 모양의 건물 공간은 토지 활용에 있어서 경제적 효율성이 가장 극대화된 형태이다. 학교 공간은 건축학적으로 보면 모던니즘(Modernism)의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미에스반데로에(Mies Van de Rohe)적은 것이 더 많다”(Less is more)라고 주장하며, 기능과 구조로서의 추상적인 건축을 도모했다. 근대 건축에서는 고전적인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위적인 장식들이나 불필요한 요소들은 과감히 없애버리고, 재료의 본질적인 우아함과 기술성을 바탕으로 한 기능주의(Functionalism)에 입각해서 최대한 심플한 형태의 디자인을 했다. 대표적인 모던니즘 건축 공간은 초고층 빌딩(마천루)이다. 인테리어 공간은 프로그램/동선 등에 맞게 배치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외관 역시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하여 높게 높게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던니즘 건축의 한계가 드러나자, “적은 것이 지루하다”(Less is bore)고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포스트 모던니즘(Post-modernism)이다.

놀랍게도 학교 공간은 교도소나 군대 건물 공간과 유사하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집약적으로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경제적인 효율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선 위주의 네모 공간 중심이고, 수용자들의 편리가 아니라 수용자들의 통제와 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고안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잘 변화하지 않는 보수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학교 공간에 대하여 발칙한 상상을 다음과 같이 해보면 어떨까?

 

교실 자리 배치를 야구장처럼 바꾼다면?

대개 교실 자리 배치는 분단 중심 일제 학습 구조로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교실 앞쪽 칠판 중심으로 직사각형 구조 안에 3-4개 분단 중심의 배치가 되어 있다. 그런데 수업 공간을 야구장처럼 다이아몬드(마름모)형으로 구성해보면 어떨까? 광주 어룡초등학교에서는 최근 교실 공간 바꾸기 작업을 실행하면서 일부 교실 자리 배치 방식을 다이아몬드형으로 바꾸었다. 교사 책상과 TV 모니터를 홈베이스처럼 중앙으로 삼아 배치하였다. 바닥에 쿠션 까페트를 깔고 좌식 책상과 의자를 넣어 교사와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였다. 이러한 배치는 교사 중심 일제 학습시 최적화된 공간이다. 이렇게 자리배치를 하면 교사 설명시 집중도가 높고, 전체 토의시 이야기하기 좋은 공간이 된다. 물론 협동학습의 경우에는 모둠 중심 자리 재배치가 좋을 것이다.

 

초등 교실을 놀이터로 만든다면?

최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저학년의 경우,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놀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 의미를 생각해볼 때 의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교실 공간은 놀이 공간으로 그리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그런데 교실 공간 구석구석에 놀이 공간을 만든다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어룡초의 경우, 저학년 교실에 작은 집을 지어 놀이와 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었다. 고학년 교실에는 칸막이를 치고 혼자서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창가에는 까페처럼 창가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였다. 당연히 아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미세먼지 등으로 인하여 운동장에서 마음대로 놀기 힘든 현실에서 이러한 놀이 공간 설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도를 놀이터나 작은 도서관으로 만든다면?

대개 복도는 이동하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교실 복도에 놀이터를 만들거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본다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룡초의 경우, 저학년 교실 쪽 복도에 미끄럼틀을 만들어 놀이터로 변신시켰다. 고학년 교실 쪽 복도에는 탁구대, 아지트, 도서관 등을 설치하여 아이들의 쉼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도 벽면에 대형 낙서판을 설치하여 보드마카 등으로 합법적으로 낙서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층 중앙 현관 쪽 공간에 교장실과 행정실 대신에 도서관을 배치한다면?

학교의 핵심적인 역할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배움 증진이다. 배움의 상징적인 공간은 교실과 도서관이다. 건물 공간 배치 상 이동하고 모이기 가장 좋은 공간은 1층 중앙 현관 부분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 공간에는 교장실과 행정실이 배치되어 있다. 그에 반해 학교 도서관은 4층 꼭대기층에 배치하거나 후미진 위치에 있어서 학생들이 찾아가기에 불편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학교 건물 중앙에 도서관을 설치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의 경우, 1층 중앙에 도서관이 있다.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을 넘어 시청각실, 소인수 토론실이 있는 복합적 생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교사 회의실을 까페로 만든다면?

교사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고 교사 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이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 어룡초의 경우, 평상시 잘 사용하지 않는 후미진 복도 공간을 막아 학교 까페를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각종 회의를 하거나 각종 소모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까페 안에 작은 휴게실 공간도 있고, 안마기도 배치했다. 오전에는 학부모 모임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학교 공간의 주인공도 학생이다!

학교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왜냐하면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학교 공간은 학생 생활 공간으로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교 공간은 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학교가 가고 싶고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교사나 학부모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