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의 현실
지난 4월 9일 중고등학교 3학년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다. 오는 4월 16일에는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이 4월 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이 순차적으로 개학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콘텐츠나 교사가 녹화한 강의를 보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3가지 유형의 온라인 수업을 제시하였다. 교사가 자신의 교과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수업방식을 선택하는 식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문제로 인하여 교육계는 대응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특히 교사는 실제 담임하고 있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여 라포(rapport, 심리적 유대감)도 형성되지 못한 한 상태에서 개학을 맞이했고, 학교 차원에서의 온라인 수업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해야 했기에 불가피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 발생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다인수 접속 과정에서 서버 과부하 현상, 빈곤 가정 및 다문화 가정에서의 스마트 기기 부족 문제, 교사 및 학생들의 사생활 노출 문제, 온라인 콘텐츠 부족 및 온라인 수업의 한계 문제, 온라인 수업 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 학생들의 학습 효율성 저하 문제,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노출에 따른 각종 부작용 문제, 학부모들의 자녀 관리 부담 문제, 교육당국 및 학교 위기 대응 미숙 등이 있다.
물론 온라인 개학이 부정적인 문제점만 노출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 개학의 가장 큰 장점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문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싱가폴의 경우, 지난 3월 23일 섣부르게 개학했다가 유치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여 2주 만에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4월 13일 현재 확진자가 25명으로 줄어들어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인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미래교육을 위한 디지털 교육인 에듀테크(Edu-Tech)가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ICT(정보통신활용)수업, 스마트 수업, 이러닝 등의 흐름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MOOC(온라인 공개수업) 등의 신기술과 결합하면서 소위 에듀테크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의 온라인 수업 도입은 놀라운 교육 경험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데 부담스러워하는 4050 교사들도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잘 습득하여 현재 온라인 수업을 잘 감당하고 있다. 3월부터 온라인 개학을 하고 수업을 하고 있는 일부 학교들을 살펴보면 기존 온라인 수업방식을 넘어 학생 참여 수업을 시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까지 실천하고 있다. 많은 선생님들이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초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적응하였고,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도 해볼만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문제가 진정되고 실제 등교가 이루어지게 되더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에듀테크가 더욱 발전하게 될 계기가 된 것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의 일부 문제점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이트 활용이나 서버 과부하 문제 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정부 차원의 교육 시설 및 예산 투자로 해결될 것이다. 이미 학교마다 온라인 수업 관련 기기를 구입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의 서버 증설이 이루어지고 이번 문제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빈곤 가정의 경우,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무료 대여를 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의 경우, 해당 학생들의 학교 출석 수업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나 학생의 사생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수업 동영상 촬영 시 교사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프레젠테이션 화면만 나오게 하거나 교육방송 콘텐츠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온라인 수업의 두 가지 딜레마
이러한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준다. 첫 번째 딜레마는 온라인 수업의 학습 효율성 문제이다. 기존 온라인 수업 방식은 소위 ‘인강(인터넷 강의)’이라고 하는 것으로 유명 강사가 강의식 설명법으로 수업을 하는 것을 녹화해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지식과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저차원적 사고 개발에는 도움이 되지만 적용, 분석, 종합, 평가 등의 고차원적 사고 방식을 위한 수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힘들다. 즉, 지식정보처리역량을 어느 정도 기를 수 있겠지만 자기관리 역량, 창의적사고 역량, 심미적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을 기르기 힘들다.
콘텐츠 활용형 수업의 경우, EBS 교육 콘텐츠와 교사가 녹화한 동영상을 보도록 하는 것인데, 지식과 경험이 많은 유명 강사 강의를 전문 촬영 장비로 편집한 것과 온라인 수업의 경험이 적은 현장 교사가 조잡한 기기로 촬영, 편집한 것을 단순 비교하여 평가한다면 당연히 EBS 교육 콘텐츠가 유리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장 교사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수업 특성상 학부모도 교사의 수업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만약 교사의 수업 콘텐츠가 부실하다고 느껴지면 교사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많은 학교들이 교사의 자기 동영상보다는 EBS 교육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EBS 교육 콘텐츠를 주로 보여준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무용론(敎師無用論), 학교무용론(學校無用論)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존 EBS 교육 콘텐츠만 보여주면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의 역할과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수업은 EBS 동영상으로 보고, 평가는 교사가 한다면 수업과 평가의 분리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어떤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잘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위 인강 수업은 외모가 좋고, 말이 약간 빠르며, IT를 잘 다루고, 핵심 지식을 잘 설명하고 전달하는 교사에게 유리한 수업 방식이다. 이러한 스타일이 아닌 교사들은 인품이 좋고, 학생 생활 지도를 잘하고, 수업에서 상호 작용을 뛰어나도 인정받기 힘들게 된다. 이러한 교사 간 위화감이나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 학교들은 아예 교사가 직접 수업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지 않도록 권고하고, 대신 대부분의 수업을 EBS 동영상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콘텐츠 활용형 수업에 비해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 작용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습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학생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서버 과부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교사나 학생의 초상권이 유출될 수 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딴 짓하는 학생들을 현실적으로 제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일부 수업만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제 수행형 수업은 교사가 사이트에 학습 과제를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과제를 다운받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올려놓으면 교사가 이에 대하여 피드백하는 것이다. 과제 수행형 수업은 교사 입장에서는 자기 동영상 촬영 등의 부담이 없이 학습 과제를 올려놓고, 그 수행 결과를 점검하는 방식이어서 많은 교사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교사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학습에 임해야 하고, 학습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습 효과가 떨어지고,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학습 과제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행 능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음미체 과목이나 실기 과목 등은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스마트 기기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저학년 특성상 내용적 지식보다는 과정적 지식이 더 중요하지만 과정적 지식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유치원 수업은 무기한 개학 연기만 발표되었고, 그에 따른 세부 지침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유치원 수업 특성상 온라인 수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다른 방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유치원 수업의 수업 일수를 감축한다든지, 아니면 일종의 과제 수행형 형태로 학부모와 연계하여 홈스쿨링 형태로 놀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수업 일수로 인정하는 것 등의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의 딜레마는 온라인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습 효율성 저하로 인한 학력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온라인 수업이 잘 이루어져서 오프라인 수업보다 학습 효과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면 교사무용론, 학교무용론이 대두되거나 탈학교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딜레마는 학생들의 장시간 스마트 기기 노출에 따른 문제가 있다. 디지털 이주민은 기성세대와 달리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에 일찍 노출될수록 과의존 현상이 심화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가 조사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스마트폰 전체 과의존 위험군 현황은 20%로, 전년도(19.1%)보다 0.9% 포인트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유·아동(만3∼9세)의 과의존 위험군은 22.9%로, 전년 대비 2.2%P 증가해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청소년(만10∼19세)의 과의존 위험군은 30.2%, 성인(만20∼59세) 18.8%, 60대는 14.9%로 집계됐다. 특히 연령별로 나이가 어릴수록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합법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게임이나 서핑 등으로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롬북 사용 등 교육 목적 외에 다른 기능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실제 등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수업 문제
현재 코로나19 감소 추세라면 4월말에 실제 등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등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일단 그동안 온라인 수업한 것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온라인 수업 진도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다음 진도부터 수업을 나간다면 그나마 좋겠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학습 정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오프라인에서 다시 수업을 하거나 보충 수업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학습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업을 하게 되면 상위권 학생들과의 학습 격차 현상이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현재 온라인 수업을 임시 사전 수업으로 여긴다면 온라인 수업 내용은 가볍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고, 실제 수업 그대로 인정한다면 좀 더 무겁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상황은 온라인 수업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애매하게 수업이 진행 중이다.
실제 등교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대규모 확산이 일어난다면 다시 온라인 수업 체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고, 소규모 확산이 일어난다면 해당 학교나 지역만 온라인 수업 체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교육당국이 그에 맞는 유연한 대응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 차원에서는 소규모 확산 시 일시 등교 정지에 따른 온라인 수업 체제 전환을 염두해 두고 오프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어차피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일단 현재의 온라인 수업 방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식 설명법 수업으로 진행하고 기초 지식에 대한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의 ‘인강’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유연한 형태의 온라인 수업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내실있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학생 상호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소그룹 중심의 온라인 협동학습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다양한 학습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문제중심(PBL) 수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콘텐츠를 개발하여 학생들의 개인 학습차를 존중하고 이에 맞는 개별화 온라인 수업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프라인 수업 상황에 맞게 설계된 수업 시수 문제를 온라인 수업 상황에 맞게 수업 시수를 유연하게 설정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차시 당 40분∽50분 수업이 아니라 10∽20분 강의+과제 활동형 수업 등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을 1차시 수업으로 인정하거나 20분 강의+과제 활동형 수업+피드백을 블록타임(2차시 연속) 수업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기간 온라인 수업은 과제수행형 결과를 출석으로만 인정하는 것이 좋겠지만 장기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면 과제수행형 결과물을 수행 평가로 일부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온라인 수업 수강 여부 정도나 과제 수행 결과만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틀어놓고 딴 짓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크롬북 등 교육 전용 스마트 기기를 마련하고 모든 학교에서 인터넷망을 구축하여 이에 따른 온라인 수업 상의 게임 문제, 보안 문제 등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에 구축한 온라인 수업 체제를 기반으로 일상 수업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이나 온오프 연계 수업 등을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실있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 학습코칭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학습코칭은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학습 동기 유발, 플래너 활동, 노트 필기, 암기 방법, 시간 관리법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이러한 학습코칭 전략과 방법들을 온라인 수업과 접목하면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의 성공 여부는 온라인 수업 콘텐츠 자체보다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수행 과제 결과에 대하여 어떻게 피드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교사가 티칭(teaching)보다 튜터링(tutoring) 활동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개인가정교사처럼 개별 피드백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어도 언제든지 제2의 코로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온라인 수업의 시행착오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코로나 방역 사례가 다른 나라에 본보기가 되는 것처럼 이번 온라인 수업 실천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좋은 교육 모델이 되길 바란다.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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