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의 병행, 행복한 만남인가? 불편한 동거인가?
지난 5월 20일 고교 3학년생이 등교 수업이 시작되었고, 오는 27일 고2, 중3, 초1-2, 유치원이 등교수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8일 서울시교육청은 고교 3학년생은 매일 등교 수업을, 고 1·2학년생은 학년별 격주 등교, 학급별 격주 등교 방식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 병행을 권고하였다.
등교 수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생활 방역을 위해 원격 수업은 병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15일 경기도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경기 미래형 배움중심수업운영을 위한 원격수업-등교 수업 병행 블렌디드 러닝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학년단위의 경우, 주1회 원격수업+주4회 등교수업, 주2회 원격수업+주 3회 등교수업, 격주 원격 수업+격주 등교수업 등을 예시로 제시하였고, 학급 단위의 경우, 원격 수업+등교 수업 교차 운영, 오전 등교•오후 원격+오전 원격•오후 등교 교차 운영 방안 등 다양한 방안들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학교마다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 병행 방안을 분주하게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역사상 전국의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 체제로 전환한 이래, 이번에도 등교 수업과 온라인수업이 병행되는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 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교사들은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의 병행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블렌디드 러닝’이란 무엇인가?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란 혼합형 학습으로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을 말한다. 대개 면대면수업(등교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결합한 수업 형태를 말한다. 즉, 칵테일처럼 온라인 수업과 면대면 수업을 혼합한 수업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후반 온라인 교육학자들이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 공간을 탈피해서 가정 등 다양한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고, 시간 대도 학생이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다. 온라인을 활용하여 원거리 학생들과 협력하여 함께 학습할 수 있다. 대학과목 선이수 과목제(AP)나 재수강, 보충 수업 등에 유용하고, 작은 학교, 시골학교의 보충 과정, 홈스쿨링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처음 온라인 수업이 등장 당시 전통적인 면대면 수업 방식의 보조 수단으로만 여겨졌다. 스마트 기술 발달로 인하여 보조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노출하였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질 못했다.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제반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일단 학교 내 무선 인터넷망이 구축되어야 하고, 학생 수만큼의 디바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하고, 정기적인 디바이스 유지에 따른 수리 및 교체 비용이 많이 든다.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과의존 현상과 게임 중독 등도 문제가 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을 피드백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흥미를 가지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개별 학생 학습 수준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피드백을 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온라인 수업에서는 교사가 학생들 수준에 맞게 피드백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 다인수 학급의 경우, 교사가 학생 개인별 학습 수준에 따라 피드백하기 힘들다. 현재 EBS ‘인강’의 경우, 티칭(Teaching)은 있으나 피드백(Feedback)은 없기에 보조 학습 수단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생활 지도가 어렵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교사가 온라인 상 학생들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예컨대,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이라도 딴 짓하는 경우, 교사가 통제하기 힘들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는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체험 활동이나 실습 과목의 경우는 온라인 특성 상 구현하기 힘들다. 음미체 과목이나 전문교과 실습 과목의 경우, 보는 것만으로는 교과 목표에 도달할 수가 없다.
이러한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이 바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다. 블렌디드 러닝에서는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수업에서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을 면대면 수업으로 병행하면서 양쪽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수업 형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생이 시간, 장소, 순서, 속도를 조절하여 온라인 학습을 하는 정규 프로그램으로서 학교에서 일정 부분 관리를 받으면서 학습하는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은 온라인 수업과 면대면 수업 요소가 제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완전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블렌디드 러닝 모델과 거꾸로교실 이야기
블렌디드 러닝 모델에는 순환 모델, 플렉스 모델, 알라카르테 모델, 가상학습 강화 모델 등이 있다. 순환 모델은 교사의 통제에 따라 면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으로서 기존 면대면 수업 입장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구현하기 좋은 것을 수용한 형태라면 방송통신고등학교처럼 온라인 수업을 기반으로 부분적으로 면대면 수업을 시도하는 것은 플렉스 모델이다. 알라카르테 모델은 학생이 일반 학교를 다니지만 선택 과목 등 일부 과목은 온라인 과목으로만 개설하여 수강하는 것이다. 가상학습 강화모델은 필수 과목 등 일부 수업시간만 면대면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주 2-3회 출석 수업을 하거나 오전이나 오후만 나와 출석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 모델 중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것은 순환 모델 중 하나인 ‘거꾸로교실’이다. 거꾸로교실(flipped learning, 플립드 러닝, 역진행 수업)은 수업 시간에 학습하고 방과 후 시간에 복습이나 숙제를 하는 기존 수업 방식을 뒤집어서 미리 학습 내용을 온라인 동영상으로 숙지하고 수업 시간에는 배운 지식을 토대로 활동하거나 응용 실습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 콜로라도 일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거꾸로교실을 실천했는데, 교육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업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KBS를 통해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미래교실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동이 확산되었다.
우리나라 거꾸로교실 운동 결과, 교육적 성과와 문제점이 동시에 나타났다. 거꾸로교실에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들은 학업 흥미도가 올라가고 학업 성적도 올라갔다. 하지만 학생들이 미리 온라인 수업 동영상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수업 활동에 참여하면 반대로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었다. 학생들이 가정 형편 상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이를 가지고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면 기대한 학습 효과를 가질 수 없었다. 교사 입장에서는 매번 수업 동영상을 제작하여 올려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온라인 예습을 강조한 특이한 수업 방식 정도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였다.
한국형 블렌디드 러닝 모델 모색
원래 블렌디드 러닝 모델은 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습 주제나 과목의 특성에 따라, 필수과목인지, 선택과목인지에 따라 유연하게 면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 블렌디드 러닝 체제 도입은 기존 교육과정 혁신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인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다보니 교육과정 운영상 파행적 운영이 예상된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현재의 문제 상황을 돌파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특별한 준비 없이 시작된 블렌디드 러닝 체제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배움중심 수업(경기, 경남), 질문이 있는 교실(서울, 광주 등), 학생 활동 중심 수업(경북) 등 기존 학생 참여 수업 방식은 학생 상호 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수업 형태이다. 그런데 생활 방역 지침 상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면 면대면 학생 상호 간의 상호 작용을 오히려 최소화해야 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은 강의식 수업 방법 등의 일제학습, 문답법, 개인별 학습지 활동, 개별 피드백 등의 개별학습 뿐이다. 그런데 일제학습과 개별학습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현재 교실 상황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하다. 입시 학년이 아닌 경우, 과감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지식과 이해가 중심인 단원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적용, 분석, 종합, 평가가 중심인 단원은 오프라인 수업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한다. 즉, 온라인 수업에 적합한 것과 오프라인 수업에서 적합한 것을 구분하여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문제로 인한 학생 간 비접촉 상황을 유지하려면 기존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등교 수업을 일제학습으로만 진행한다면 온라인 수업보다 학습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창의적인 학생 참여 수업 방식을 고민하여 시도해야 한다. 예컨대, 학생 간 사회적 상호작용은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줄이되, 반대로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 모둠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시도를 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에 맞는 피드백 체제를 모색하여 운영해야 한다.
학생 참여 수업의 대표적인 수업 모형 중의 하나가 문제중심 수업(PBL, Problem Based Learning)이다. 대표적인 구성주의 교수 학습 모형 중 하나로서 실제적인 삶의 문제(Problem)를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수업을 말한다. 문제중심 수업은 온라인 수업이나 오프라인 수업 모두 유용하게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업 모형이다.
원래 문제중심(PBL) 수업 모형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기본 개념 설명 및 동기 유발 ② PBL 문제 제시 ③ 개인별 과제 해결 ④ 협동학습 (모둠별 문제 해결 활동) ⑤ 전체 발표 및 교사의 피드백 |
그런데 현재 상황과 같은 등교수업에서는 ④단계 활동을 빼고, 수업을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모둠 활동 대신 생활 속 거리를 둔 채 짝 활동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현실적인 한국형 블렌디드 러닝 체제를 창의적으로 구축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할 시기이다.
다음 사례는 경기도교육청(2020.5.15)에서 예시로 제시한 블렌디드 러닝 수업지도안 자료들이다.
* 대면 수업 준비를 위한 Tip!
등교개학, 블랜디드 수업 준비하기
곽상경(신성중학교 교사)
1. 수업 교실의 스크린(TV)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칠판을 활용할 경우 분필 가루로 교실 대기가 나빠질 수 있으며, 칠판 지우개 역시 공용 교구라는 것! 판서할 내용이나 단순 기억, 밑줄 긋기, 단답형 학습활동의 경우 ppt나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파일을 활용한다.
2. 타입캐스트, 네이버 클로바 더빙을 활용하여 목소리를 아껴야 한다.
- 밀린 진도와 평가를 위해 말을 많이, 빠르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교사가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마스크의 습기, 호흡이 가빠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온종일 수업과 생활 지도를 해야 하므로 교사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 마스크로 인해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아 학생들이 거듭 질문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성우의 음성으로 정확하게 들려주고 교사는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피드백하자.
- 본문을 읽거나 풀이 과정이 단순한 평가 문제 등은 타입캐스트나 네이버 클로바, 교과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음성파일 등을 미리 내려받아 활용하자. 타입캐스트나 네이버 클로바는 수학 문제 풀이를 입력해도 자연스럽게 출력이 되고 교사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문자로 입력하고 성우의 목소리로 내려받아 수업용 ppt에 넣으면 된다.
* 인공지능 나레이션 서비스 – 타입캐스트www.typecast.ai
3. 학교별 등교 일정에 따라 교사/교과별 진도표를 만들자.
- 학교마다 다양한 형태로 등교 개학을 진행하고 있고 돌발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에서 다룰 내용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간단한 진도표, 평가계획표를 만들어 공지하여 학생들의 혼란을 막도록 하자.
- 간단한 진도표를 만들어두면 돌발 상황(교사의 부재, 격리 등)에도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동교과 교사나 강사가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상황이 종료되고 교사가 복귀했을 때도 ‘어디까지 배웠니?’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4. 사용 중인 온라인 플랫폼에 자료를 비축해두자.
- 확진자/격리자 발생 시 등교가 중지된다. 갑작스러운 등교 중지 혹은 교사의 부재에도 학생들이 흔들리지 않고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에 자료를 꾸준히 올려두도록 한다.
- 등교 수업에서 사용한 자료도 올려두는 것이 좋다. 평가를 앞두고 등교 중지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도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복습 및 시험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학생이 온라인 플랫폼 사용 경험이 있으므로 교사가 꾸준히 자료를 제공한다면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시험 때마다 찾아오는 ‘프린트 헌터(프린트 남은 것 있어요? 프린트 다시 주세요)’들도 줄어들 것이다.
5. 다양한 수업 형태에 대해 수시로 공부하자.
-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교육계의 변화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에듀테크’는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교육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교사가 즐겁고 교사가 행복한 수업을 위해 다양한 교수법, 수업 형태에 대해 알아두고 익숙해지도록 하자. (2020.5.25.)
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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