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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왜 교사들은 기초 학력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일까?

by 김현섭 2021. 3. 20.

대개 교사들에게 기초 학력 문제는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기존 업무에 생활 방역까지 책임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에게 학력 격차 해소를 이유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특별하게 지도해달라고 사회적으로 요구한다면 교사들은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이 통계적으로 늘어나고, 온라인 수업으로 인하여 학습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 학력 문제를 교사가 늘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재 교육 연수에는 교사들이 많이 신청하지만 기초 학력 연수에는 신청자가 적다. 학교 안에서 기초 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수업은 가급적 외부 강사에게 맡기려고 하고, 교사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교사들은 기초 학력 문제는 소극적일까?

일단 교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배움찬찬이, 느린학습자)들을 지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방과후 수업이나 별도 학급 편성을 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 학생들이 참여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학생마다 학력 부진의 이유가 각기 다르다. 내면의 상처가 있는 학생,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 주의력 결핍 증상이 있는 학생, 난독증으로 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학생 등등. 이러한 학생들을 잘 지도하려면 교사가 개별 학생의 상황과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학습 심리학, 교수법, 학습유형론 등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했다고 해도 교사에게 특별한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영재 교육 연수 실적은 승진 점수에 도움이 되지만 기초 학력 연수는 그러하지 못하다. 영재 수업은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다 하더라도 영재 수업 자체가 일종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영재 수업은 교사가 준비하기는 쉽지 않아도 가르치는 보람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재 학생들은 학습 의지가 높고 기본적인 지식이 있기 때문에 하나를 가르쳐도 열을 배울 수 있다. 그에 비해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은 열을 가르쳐도 다섯도 이해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사들의 경우, 국공립 특목고에서 근무하게 되면 다시 학교를 옮길 때 또 다른 특목고로 전근가려고 한다. 하지만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 교사 입장에서 가르치기 힘들고, 생활지도 및 상담도 해야 한다. 많은 노력에 비해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분야든 전문성을 쌓으려면 꾸준하게 3년 이상 실천해야 어느 정도 쌓일 수 있는데, 기초 학력 부진 학생 지도 분야는 꾸준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기초 학력 부진 문제 해결 전문가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과거 수준별 수업 정책을 통한 시사점

노무현 정부 시절 수준별 수업을 강조하면서 성적에 따라 학급을 나누어 영어와 수학 수업을 진행하였다. 당시 보수 야당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을 하향 평준화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수준별 수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그런데 상위권 학생 학급은 수업하기가 좋아서 많은 교사들이 선호했지만 하위권 학생 학급은 수업하기가 힘들어서 많이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수준별 강사를 채용하여 하위권 학생 학급을 담당하게 했다. 고경력 정교사도 담당하기 쉽지 않은 학급을 저경력 시간 강사들이 담당하다 보니 수업 자체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산 투자 대비 학습 효과도 높지 않았다. 수준별 수업이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상위권 학생과 중위권 학생들을 혼합하여 혼합 학급을 만들고, 하위권 학생 학급은 소인수 그룹을 만들어 보완하여 운영했다. 중상위권 학생 혼합 학급은 기존 일반 수업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고, 하위권 학생 학급은 학생들도 자존심 문제로 가기를 꺼려했다. 수준별 수업을 했으면 수준별 평가를 해야 하는데, 입시 교육 문화의 특성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준별 수업을 해도 평가는 기존 평가 방식으로 일제 고사, 상대 평가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일부 하위권 학생들이 해당 학급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어도 그러한 노력이 성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수준별 수업의 현실적인 한계를 직면하면서 수준별 수업에 대한 비판이 생겼고,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인한 고교 평준화를 비판한 학교 다양화 정책이 추진되었고, 다른 한편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수준별 수업 정책은 자연스럽게 폐기되었다.

기초 학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러한 과거 수준별 교육 정책의 시행착오 경험들을 통해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첫째,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시 수준별 수업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도입된 위로부터의 개혁 방식이었다. 일부 영어과와 수학과 수업에서 실행하는 학교는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정치인들은 방향성만 고민했고, 예상되는 현장의 문제점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교육정책을 추진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개혁은 실행 주체의 의지와 열정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둘째,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방과후 수업 형태로 지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수준별 수업 도입 초창기에는 방과후 수업 형태로 진행했다. 그런데 학습의지가 낮은 학생들에게 방과후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로부터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낙인을 받는 것처럼 여겼기에 방과후 수업 받기를 꺼려하였다. 

셋째,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려면 지도 대상 학생 숫자가 적을수록 좋다. 예컨대,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동일한 기초 학력 부진 수준으로 진단되었다하더라도 어떤 학생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이고, 어떤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일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한 학급으로 묶어서 수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 가장 이상적인 접근은 일대일 지도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효과적이지만 공교육에서는 쉽지 않다. 그리고 개별학습 방식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꾸준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학습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넷째, 정교사가 아닌 시간 강사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시간 강사는 일단 강사 수준이 각기 다르고, 좋은 강사를 만났어도 해당 강사가 지속적으로 해당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힘들다. 강사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학교나 교육청에서 예산 집행을 그렇게 하지 못하면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  

다섯째, 학습 의지가 낮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려고만 한다면 효과가 별로 없다. 스스로 학습을 포기한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들의 학습 포기 이유를 알고 그에 맞는 접근을 해야만 비로소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담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나서 학습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준별 수업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준별 수업을 하고 일제 고사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제 고사 방식에서는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은 시험을 통해 늘 실패감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는 상대 평가 체제에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은 늘 '실패자(loser)'가 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가 자존감이 무너지게 되어 학습 무기력 학생으로 전락될 것이다.

 

기초 학력 문제를 풀기 위한 제안

기초 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기초 학력에 대한 교사의 의식과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 기초 학력 증진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초 학력을 보완하는 노력이 교사의 가르치는 보람과 전문성 신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초 학력 문제는 가급적 정규 수업 안에서 다루어야 한다. 수준별로 구분하지 않고 기존 학급 안에서 풀어가는 것이 좋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협동학습을 지향하는 것이 효과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방과후 수업보다는 정규 수업으로 풀어가야 한다. 하위권 학생일수록 집에 일찍 귀가하기를 원하는데 강제로 방과후 수업으로 보내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그리 좋은 경험이 되기 힘들다. 정규 수업 안에서 해야 일반 교사들도 기초 학력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셋째, 기초 학력 수업을 시간 강사에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일반 교사가 기본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교사가 기존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 외에 방역까지 담당하는 현실에서 기초 학력 문제까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외부 학습코치(협력교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교사와 외부 학습코치(협력강사)와 협업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싱가폴의 경우, 학습코치가 정규 수업 시간 안에 들어가 소수의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우리나라에서도 잘 적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 입장에서 학습코치들과 정규 수업을 함께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다. 왜냐하면 자기 수업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의 배움을 위해서 이러한 부담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현실적으로 기초 학력 수업 담당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고생하는 교사들에게 수당이나 인사 배려 등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모색해야 한다. 최소한 영재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 수준 이상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기초 학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학습코칭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코칭은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학습코칭 연구와 실천들은 주로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대로 실천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위한 학습코칭 전략과 방법을 개발하여 이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과목을 신설하고 학생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도 영어와 수학 등 일부 과목만이라도 과목 선택 기회와 맞춤형 과목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는 상대 평가보다 자기의 과거 성적과 비교하여 얼마나 향상되었는지에 초점을 두는 향상 점수제 방식을 통해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학부모들의 관심과 협력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력 부진의 원인이 단순한 개별 학생의 지능 문제나 게으름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모의 관심과 경제적 상황, 기대 수준 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기에 부모들의 관심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않고, 교사들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 학습부진 학생들은 학습 뿐 아니라 돌봄이 더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러기에 배움과 돌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총체적으로 대안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여덟째, 기초 학력 문제를 풀기 위한 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원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진보 진영은 기초 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보수 진영은 영재 학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다. 공교육이 지향하는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이나 영재 학생 모두가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이나 영재 학생 모두가 동등하게 배려하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코칭은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기에 중장기 학습지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단계적이고 일관성이 있게 교육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1년 단위로 교육정책과 학교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습코칭을 중장기적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해야만 기초 학력 부진 학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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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칼럼] 기초 학력 문제, 수준별 수업 시행착오를 돌아보자 - 교육플러스(edu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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