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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이제는 학습코칭이다!

by 김현섭 2021. 3. 12.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학습 격차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전면 온라인 수업 도입은 우리 교육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수업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격차 문제, 사회성 문제, 인터넷 중독, 스마트 기기 과의존 현상 심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문제는 학력 문제이다. 온라인 수업 기간 중 일부 학교에서 중위권 학생의 하향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습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일단 자기관리역량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라인 수업 환경에 잘 적응하였다. 대면 수업에 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고, 부족한 부분들은 사교육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성적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위권 학생들은 수업 환경과 상관없이 학습 의지와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기 힘든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성적 자체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대면 수업에서는 어느 정도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이었지만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자기 관리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까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의 경우, 수동적으로 참여하고, 콘텐츠 활용 수업에서는 1,2배속, 1.5배속으로 돌리고, 과제수행형 수업의 경우, 대충 과제를 하고 넘어가다 보니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성적 하락 현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력 문제의 근본 원인을 온라인 수업으로만 단정을 지을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국제 비영리기구인 칸 아카데미(khanacademy.org)에서는 전세계 초중고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과목의 학습 동영상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학력 신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칸 아카데미는 인도계 미국인인 살만 칸이 학습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친척 조카를 학습 지도하기 위해 유튜브에 학습 동영상을 올린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칸 아카데미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학습 수준이 높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사실 온라인 수업을 잘 활용하면 대면 수업의 부족한 문제를 채워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면 수업에서 학습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온라인 수업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기존 고교 인강시스템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플립 러닝(거꾸로 교실)도 학생들의 학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대안이 되었다. , 기초적인 지식을 온라인 수업으로 통해 배우고, 이를 토대로 대면 수업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익히고, 지식을 심화할 수 있도록 접근했기에 실질적인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었다.

학력 문제는 이미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이다. 학문중심 교육과정에서는 지식 중심의 학력을 많이 강조했지만 구성주의 교육과정에서는 기존 학력보다는 학생들의 흥미와 경험을 강조했다. 그에 비해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학문 지식보다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강조하였다. 정치적으로는 볼 때, 보수 진영에서는 상대적으로 학력을 강조했다면 진보 진영에서는 상대적으로 학생의 흥미나 역량을 강조했다. 그래서 현재 역량 중심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 혁신 정책에 대하여 보수적인 사람들은 학력 문제를 중심으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래서 이러한 비판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일부 교육청에서는 참학력’, ‘○○형 학력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역량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기초 학력 문제를 전담하는 교육청 부서를 만들어 관련 정책을 마련하여 학력 지원 프로그램이나 교원 연수 등을 현재 시행하고 있다.

 

학력 vs 역량?

그렇다면 학력과 역량은 상호 대립적인 개념인가? 얼핏 보면 학력과 역량은 대립적인 관계로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학력은 배운 지식의 정도로서 많은 교과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면, 역량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강조를 두면서 지식 뿐 아니라 가치, 기능, 태도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 학력이 기반되어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기 위한 의사소통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적인 영어 단어(지식)를 외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반대로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고 있다고 해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실생활에서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학력 대 역량의 논쟁은 사실 상 큰 의미가 없다. 이 둘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학습코칭?!

학력 및 역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안이 학습코칭이다. 학습코칭이란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략과 방법을 말한다. 전통적인 학습 지도 방법은 주입식 교육에 기초한 암기 방법, 공식을 통해 빠른 문제 정답 풀이, 강제에 의한 타율학습 등이었다.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서라고 말했고, 사회적 계층 상승 도구로서 공부를 강조하였다. 그에 비해 학습코칭은 학습심리학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한다. 학습코칭은 학생들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고, 시간 관리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학습유형에 맞는 공부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해결하도록 한다. 이제는 사회적 환경도 바뀌어서 소위 명문대학을 졸업해도 50%가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도 불확실한 미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성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공부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학습코칭의 영역]

공부 철학 및 학습 동기 유발 전략

과목별 학습 방법, 암기 및 노트 필기 전략, 메타 인지 강화 전략

시간 관리 전략 및 학습 플래너 활용

시험 준비 전략

자기 이해 및 학습 유형 검사, 학습유형별 공부 방법

사회성 및 교우 관계 관리

학습 부진, 학습 장애, 난독증, 인터넷 중독 등 학습 문제 해결 방법 및 학습상담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법과 학습코칭을 비교하면 이 둘의 차이점이 분명하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법은 학생의 의지에 상관없이 강제로 진행되는 타율학습 방식이라면 학습코칭에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강조하는 자율학습 방식이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법에서는 사회적 성공을 강조하지만 학습코칭에서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공부철학을 강조하고, 학습 동기 유발 전략을 개발하여 진행한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법은 지식 암기나 공식에 의한 문제 풀이 등 전통적인 성적 향상 방법을 획일적으로 실행하도록 하고, 이를 테스트하여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외적 동기 유발 방식인 보상과 처벌을 한다. 그에 비해 학습코칭은 학생들의 학습유형을 파악하고 학습유형별 특징을 고려하여 개인 맞춤형 학습지도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점검하고 그에 맞는 피드백 활동을 실시하면서 칭찬 등 내적 동기 유발 전략을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학습코칭

사회적 성공 강조

타율적인 훈육

획일적인 학습 방법 강조

공부 철학 및 가치관 강조

자기주도적인 참여

학습 유형별 개인맞춤형 학습 방법 강조

 

학습코칭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유형에 따라 그에 맞는 학습 방법을 강조한다. 예컨대, 학습플래너의 경우, 네모형 학생이나 생존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에게는 좋은 학습 방법이지만 별형 학생이나 자유, , 사랑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에게는 기존 학습플래너 쓰기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하루 일정을 시간대별로 학습과제를 작성하여 공부한 다음 일일이 자기 점검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확인을 받는 것을 매우 갑갑하게 생각하고 누군가의 간섭을 받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 , 사랑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은 과업 중심의 이동시간 관리 방법이 좋다. 다시 말해 오늘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우선순위를 매겨서 진행하는 방법이 좋다는 것이다. 생존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은 소수이지만 자유, , 사랑, 즐거움의 욕구가 높은 학생들은 다수이다. 그러므로 기존 학습플래너 지도 방법은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학습코칭 방법의 한계과 공교육 상황에 맞는 학습코칭 모델 개발 연구 필요

그런데 기존 학습코칭 전략과 방법은 학습심리학을 기반으로 연구되었고, 사교육에서 주로 많이 개발하고 활용되어왔다. 그러다보니 기존 학습코칭 프로그램은 개별학생이나 소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중산층 가정에서 학습 부진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돕거나 중위권 학생을 상위권 성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차원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 상황에서 기존 학습코칭의 방법들은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학습의지가 낮고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학습부진 학생들을 위한 학습코칭 전략과 방법이 충분하게 개발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한 다인수 학급에서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학습코칭의 방법들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교사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존 학습코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공교육의 교사들이 학습코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인수 학급에서 교사 한 명이 모든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파악하여 학습지도를 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개별학습 구조보다 협동학습 구조를 활용하여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거나 협력교사제를 도입하여 1교실 2교사제를 확대, 운영하는 제도적, 정책적인 노력 등이 필요하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싱가폴 학교 방문을 했었는데, 학급당 인원수는 우리나라 교실보다 많았지만 기존 교사 외에도 1-2명의 협력교사(학습코치)들이 팀티칭 형태로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교사가 전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였고, 협력 교사(학습코치)들이 수업 시간에 학습 부진 학생들을 전담하면서 개별학습 지도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일부 교육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외부 학습코칭단을 구성하여 희망하는 초등학교 1, 2학년 교실에 들어가 방과 후에 학습코치들이 학습부진 학생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아웃소싱 방식은 당장은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기는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하여 상시적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운영하기 힘들고, 개별 학습코치 수준에 따라 학습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학습코칭을 잘 운영하려면 담임 교사도 학습코칭을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협력교사(학습코치)와 함께 공동 수업디자인을 하고, 기존 수업 시간 안에서 팀티칭 형태로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필요시 방과 후에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가급적 기존 수업 시간 안에서 학습코칭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교사들이 학습코칭의 방법을 수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요약형 학습지를 배부하여 교사가 학습 내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직접 요약하여 구조화하는 코넬노트법과 비주얼싱킹을 활용하여 정리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교사가 이에 대하여 피드백하는 것이 수업에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에서의 학습코칭적 접근

그런데 현재의 학습코칭의 방법들은 주로 대면 수업을 전제로 개발된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수업이나 블렌디드 수업 상황에서는 기존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현재 온라인 수업 환경에 맞는 창의적인 학습코칭 방법을 새롭게 개발하여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학습플래너를 운영할 수 있다. 학습플래너를 구글 공유 문서로 제작하여 학급 밴드에서 학생들이 각자 공부한 내용을 기록할 수 있고, 기존 학습플래너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학습 밴드에 올릴 수 있다. 학습플래너를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있다면 자기가 공부한 흔적(교과서 밑줄, 노트 필기, 문제집 풀기)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할 수도 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자율학습을 줌을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특정 시간에 각자 자기 방이나 독서실에서 노트북을 열고, 웹캠을 활용하여 줌을 통해 브이로그 방식으로 자기가 공부하는 것을 인터넷 중계하는 것이다. 감독 교사가 개인 노트북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기본적인 질의 응답도 실시간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자율학스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학습통합플랫폼(LMS) 구축 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피드백 체제를 구축하여 온라인 학습코칭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 사교육 업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도 민관협력모델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코칭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듀테크는 일종의 수단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활용한다면 학습코칭을 위한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학력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성적만을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르고, 미래사회의 역량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실질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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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칼럼] 이제는 학습코칭이다! - 교육플러스(eduplus)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학습 격차 문제코로나19로 인한 전면 온라인 수업 도입은 우리 교육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수업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격차 문제, 사회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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