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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인성교육이냐? 민주시민교육이냐?

by 김현섭 2022. 9. 6.

인성교육? 민주시민교육?


지난 92일 교육부는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통해 민주시민교육과와 체육예술교육지원팀을 통합한 인성체육예술교육과를 설치한다고 입법예고 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조직 개편 작업을 하면서 기존 '민주시민교육과''미래인성교육과'로 바꾸었다.
이에 대하여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에서는 일방적으로 민주시민교육과를 폐지하려는 교육부의 시도에 대하여 추진 철회를 촉구하였다. 민주시민교육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의 목적으로 명시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적 사항으로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돼야 할 영역인 만큼 교육부가 민주시민교육을 정치적 이념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미 민주시민교육의 여러 영역으로 인성, 평화, 통일, 환경,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교육 등이 교육현장에서 균형있게 이루어지고 있다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인성교육과를 부활시키는 것은 교육 정책의 퇴행을 의미하며 학교자치와 학생자치의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조직도(2022)

 

서울시교육청 조직도(2022)

이와 관련하여 혹자는 인성교육이든 민주시민교육이든 간에, 둘 다 중요한 교육 용어이므로 어느 용어를 사용하는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교육행정기관의 조직 개편 작업에서 이루어진 용어 사용은 전적으로 대통령이나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므로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두 용어 사용이 문제가 될까? 일단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자.

 

 

인성교육이란?

2(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위의 교육기본법 제2조 내용은 우리나라 교육이념을 제시한 조항이다. 홍익인간 이념 아래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한 문구라고 할 수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이타주의(利他主義)’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배워서 남주자는 말이다.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므로, 홍익인간의 이념을 뒷밤침하는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교육기본법 2조 내용은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의 두 개념을 다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성교육에 대한 내용을 잘 담고 있는 법은 인성교육진흥법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정해졌다. 여기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ㆍ공동체ㆍ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핵심 가치ㆍ덕목이란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으로 예(), (),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말한다. ‘핵심 역량이란 핵심 가치ㆍ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ㆍ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을 말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모든 학교들은 인성교육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게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교사들은 인성교육 연수를 일정 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인성(人性)이란 사람다움을 의미한다. 서양의 철학 전통(철학적 인간학)에서는 인성을 지()-()-()로 구분하고, 그중에서 이성을 중시여겼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유명 문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동양 유교의 철학 전통에서는 지()-()-()로 구분하고, 그중에서 도덕성을 강조하였다. “사람이라고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일상적인 언어적 표현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인성을 이성, 감성, 덕성, 사회성, 실천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이란 사람을 사랍답게 세우는 교육을 말한다.

인성교육은 개인의 도덕적인 덕목 차원과 사회정의를 기반으로 한 시민윤리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 “개인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말한다.(정창우, 2015)

 

민주시민교육이란?

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최고 법인 헌법 제1조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민주공화국이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국민주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헌법 제1조는 민주시민교육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기도 하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근거 조항이고, 학생들에게 국민주권의식을 심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성향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우리나라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하지 않거나 부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민주시민교육이란 민주시민교육이란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율적 주체인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 행사와 책임을 다하고, 갈등과 대립을 평화롭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며, 자유로운 토론과 다수결의 원리를 존중하되, 인간의 존엄성과 기회균등의 입장에서 소수자 의견을 보호하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삶의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지식, 가치·태도·기능이 종합된 역량을 함양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 민주시민교육은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이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을 넘어 삶으로서 민주주의 문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시민성이란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자율적 주체로서 민주시민의 권리 행사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갈등과 대립을 평화롭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며, 다수결의 원리를 존중하되 그 한계점을 인식하는 입장에서 소수자 의견을 보호하고, 문화다양성 증진 및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제 역량이다. 민주시민성의 6대 지표(구성 역량)공공선과 공동체 의식(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대한 신념, 소속감과 정체성, 연대와 실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인권 존중, 자유와 평등에의 의지, 자존감)’, ‘문화다양성과 공존(관용과 적응성, 문화 간 대화와 이해, 문화 교류와 창조성)’, ‘지속가능성과 상생(정치,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의 상호의존성 인식, 환경 보호와 녹색 소비에의 감수성,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 ‘의사소통과 민주적 의사결정(공감과 경청, 사회언어학적 소통, 민주적 절차와 심의에 의한 의사결정)’, ‘비판적 사고와 리터러시(메타 인지와 성찰적 사고, 분석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 미디어 및 디지털 리터러시)’이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민주시민교육을 학생이 자기 자신과 공동체적 삶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상호 연대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 강화와 공동체 가치 함양을 위해 민주시민교육과 연계하여 평화, 인성교육. 인문학적 소양 교육을 내실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과의 관계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과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개념적으로는 인성교육이 민주시민교육보다는 개념이 좀 더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성교육이 개인의 도덕성 뿐 아니라 시민교육과 공동체 윤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정치사회체제 특성과 상관없이 강조된 보편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이슬람국가에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민주시민교육에 대하여는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런데 법률상으로 분석하면 교육기본법보다 상위법이 헌법이다. 그런데 헌법 제1조에서 민주시민교육의 근거를 찾는다면, 교육기본법의 인성교육 근거보다 더 강조된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교육기본법에서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을 둘 다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마치 민주주의의 가치 중 자유와 평등에서 무엇을 더 중요한가?’와 비슷한 질문일 수 있다.

 

그런데 왜 두 용어가 문제가 될까?

그렇다면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이란 두 가지 용어가 교육계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두 용어가 정치적인 언어(교육정책적인 용어)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대개 인성교육은 보수진영에서 선호하고, 민주시민교육은 진보진영에서 선호하는 용어이다. 마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진보(혁신)’을 선호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좌파우파를 사용하는 맥락과 비슷하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란 단어는 기존 질서를 옹호한다는 의미이기에 다소 부정적인 어감이 있고, ‘진보혁신는 기존의 잘못된 질서를 고친다는 의미이기에 다소 긍정적인 어감이 있다. 반대로 좌파란 단어는 빨갱이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면서 이념적 차원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고, ‘우파자유민주주의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면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도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용어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성교육을 상대적으로 개인 윤리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착한 사람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해석하고, ‘민주시민교육을 상대적으로 사회 윤리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사회참여를 추구하는 할 말을 하고 사는 사람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인성교육,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시민교육을 선호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예전 박근혜 정부에서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진보교육감들이 혁신교육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교과 교육 차원에서는 대개 도덕윤리과는 인성교육을 선호하고, 일반사회과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도덕윤리과 목표가 도덕적인 사람을 추구한다면, 일반사회과 목표는 민주시민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을 도덕교육이나 감성교육의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하여 도덕교육 차원이나 상담심리학 차원에서 강조하거나 민주시민교육을 정치교육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일반사회교육 차원에서 강조한다.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서 두 용어를 해석하게 되면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중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교육청이 인성교육을 사용한다면 개인의 도덕적 실천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민주시민교육을 사용한다면 사회정의 실현에 보다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인성교육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인성교육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대한다. ‘인성교육민주시민교육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원래 의미 그대로 활용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면 좋을까?


일단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 간의 용어 사용 문제의 갈등 원인이 정치적인 이유라면 해결방안도 정치적으로 풀면 된다. ,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인성교육을 사용하고,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시민교육을 사용하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합법적으로 교체하여 각 진영이 선호하는 용어를 사용하여 관련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교육정책 용어 사용이 바뀌는 것에 대하여 부담이 있다면, 이를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서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진보와 보수, 중도 진영 등 모든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숙의 과정을 통해 합의하여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을 추진하고 그에 맞는 교육 용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사결정방식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개 위원회 구성 인원수는 대개 다수결 결정의 원칙에 따라 총원이 홀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와 여당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다수를 차지한 정치 그룹에게 유리한 형태로 최종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소수인 야당이 소외되기 쉽고, 최종 결과에 대하여 야당(소수 세력)이 반발하면 위원회 활동 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타협 방안은 누군가 인성교육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면,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내실있게 추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반대로 민주시민교육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면, 그 안에 인성교육을 내실화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인성교육과신설로 인하여 민주시민교육 부분을 소홀히 하거나 반대로 민주시민교육과에서 인성교육 부분을 놓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언어는 가치를 담는다. 특히 정치언어나 정책용어는 그 속에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들어있다. 그래서 어떤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정책 추진자의 철학과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는 그에 맞는 언어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헌법, 교육기본법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2021), 학교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맘에드림.

•김현섭(2018),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 수업디자인연구소

정창우(2015), 인성교육의 이해와 실천, 교육과학사.

장의선 외(2020), 학교 수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선 방안, 연구보고 RRC 2020-3. 한국교육과정평가원.

http://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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