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란 무엇인가(김성천)를 읽고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서 교육감들이 혁신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혁신학교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교육 정책 사업화되고 구체화된 것은 김상곤 교육감 등장 이후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혁신학교에 대한 움직임은 일부 단위학교에서부터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남한산초등학교, 중고등학교의 경우, 이우중고등학교와 덕양중학교라고 볼 수 있다. 자발적인 학교혁신 운동이 일어났던 일부 학교들을 중심으로 성과가 알려지고 인정받게 되면서 교육 정책 과정을 거쳐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아래부터의 혁신운동이 위로부터의 혁신운동과 만나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린교육운동의 경우처럼 아래부터의 혁신운동이 위로부터의 혁신운동으로 변질되면서 운동의 자생력을 상실했던 사례와는 다르게 진행되면서 혁신학교 운동이 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최근 학교들이 혁신학교로서 많이 지정되면서 전체 혁신학교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양적인 확대에 따른 질적인 수준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그림도 교사마다 각기 생각이 다르고 철학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혁신학교에 대한 부푼 꿈을 가지고 혁신학교로 자원하여 가지만 혁신학교에 대한 철학과 방향이 서로 달라서 갈등하고 상처받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렇다면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덕양중학교를 혁신학교로 기획하는데 참여했고, 수많은 혁신학교들을 경험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된 책이 김성천 샘의 ‘혁신학교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철학과 가치, 다양한 형태의 혁신학교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학교혁신의 방향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김성천 샘은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고 오랫동안 함께 교육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책에 비해 내용적으로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김성천 샘이 혁신학교를 관찰하면서 쓴 글이 아니라 직접 고민하고 많은 학교에서 실천하면서 정리한 책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이 혁신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혁신학교의 핵심가치로 자발성, 민주성, 지역성, 창의성, 공공성을 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를 토대로 핵심가치에 대하여 재정의하여 지역성과 자발성 대신 역동성과 국제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모습으로 단위학교의 철학과 비전 존재, 구성원간의 비전 공유, 본질에 집중, 학습 공동체 구축, 교육과정 고민하기, 새로운 교장상, 주체성을 가지고 헌신하기를 그리고 있다. 혁신학교의 운영 원리로서 참여와 소통, 배움과 실천, 네트워크, 반성, 책임, 비전 제시, 본질 집중을 들고 있다. 그리고 성공적인 혁신학교를 위한 제언으로서 교육청, 학부모, 교사가 해야 할 일들을 제시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운영 원리	적용
참여와 소통	4년 중심의 비전 보고서 만들기, 학교 특성화의 길 내부에서 찾기, 학교발전 TF팀 구성하기,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된 내용은 강력하게 지키기, 교직원회의 문화 바꾸기, 학생회 기 살리기 등
배움과 실천	일과 중 교사의 학습 시간 확보하기, 자기 개방하기, 학습 내용 진화하기, 교과협의회와 학년협의회의 질적 전환, 교사 및 학생 동아리 활성화 등
네트워크	지역 대학생과 선배들의 멘토-멘티 활용, 자원봉사자 및 시민단체의 방과후학교, 계발활동, 창의재량, 동이라 활동 활용, 외부 자원을 통한 학교 교육력 업그레이드 등
반성	학부모의 참여를 고려한 학사 운영, 소풍, 수학여행, 체육대회, 입학식, 졸업식 문화 개선, 부실한 교육 기획 극복 등
책임	가정방문과 결연, 학습 부진 학생을 배려한 교육과정, 진단과 처방에 입각한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성장을 촉진하는 평가, 체계적인 진로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비전 제시	학교운영 계획서를 1년에서 4년으로 만들기, TF 팀을 통한 비전과 철학, 전략 만들기 등
본질 집중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혁신, 잡무 경감, 사람에게 투자하는 예산 반영 등

그런데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혁신학교의 모습과 원리를 잘 고민해보면 혁신학교만의 모습과 원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교의 혁신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학교가 학교의 기본 목적에 맞게 활동해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 고치자는 것이다. 혁신학교란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연구시범학교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학교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혁신학교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문화 자체가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새롭게 추가하는 것은 쉬워도 학교 운영 방식이나 문화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관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교 운영 방식이나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문화를 혁신하려면 현재 학교 모습에 대하여 낯설게 인식하고 학교 모습을 제대로 알아차림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학교 문화에 대하여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질문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대하여 고민하자. 혼자만 고민하지 말고 함께 고민해보자. 혼자꾸는 꿈은 꿈으로 그칠 수 있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