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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사들은 왜 지치는가?

by 김현섭 2012. 11. 16.

"얼굴이 무표정하다"

"학생들이 별로 예뻐보이지 않는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진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그리 기쁘지 않다"

많은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 번 아웃(소진) 현상에 빠지는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11월은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번 아웃 현상에 빠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학생들만 방학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교사들이 더욱 방학을 기다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번 아웃 현상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번 아웃 현상은 교사의 에너지 방향에 있어서 수렴(in-put)과 발산(out-put)의 조화가 깨졌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수렴이란 배움과 격려를 통해 생깁니다. 발산은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 등 각종 일들을 통해 드러납니다. 수렴과 발산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교사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사로서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는 많은데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만한 기회가 적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지칠 때 주변에서 공감과 격려를 통해 위로를 얻고 힘이 날 때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둘째, 번 아웃 현상은 일 자체가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자발적으로 하게 되고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일의 분량이 많아도 즐겁게 일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자발성은 의미와 가치 부여에서 나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조직의 필요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일 자체는 마지 못해 처리할 지 모르지만 그 일을 통해 교사는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잘하고 싶은데, 담당 행정 업무 처리 때문에 수업 준비가 소홀한 상태에서 수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셋째, 번 아웃 현상은 교사가 자신감을 상실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생깁니다. 교사는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합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이어지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자신감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반대로 작은 실패의 경험이 이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열등감과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학교 관리자나 동료 교사와의 관계가 깨지게 되면 교사들은 학교 출근하기가 꺼려집니다. 학생들과의 관계가 깨지게 되면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꺼려지게 됩니다. 어떤 일에 대한 실패나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이 깨지게 되면 교사는 자신감을 상실하게 두려움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넷째, 번 아웃 현상은 개인주의에 갇힌 교사의 삶에서 비롯됩니다. 가르치는 일은 외로운 일입니다. 교사에서 수업 활동은 교사 개인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수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도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거나 함께 고민을 풀어갈 동료들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지도나 행정 업무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면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가 담당한 업무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기 업무에도 에너지를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다른 동료 교사들의 업무까지 살펴볼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교사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도 않고 반대로 다른 사람을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개인주의적 교직 문화는 교사를 편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인 차원에서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힘들어집니다. 수업 시간에 가르쳐야 할 내용 중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동료 교사들에게 물어보려고 하지 않고 개인 차원에서 적당히 넘어가려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다섯째, 번 아웃 현상은 교사의 잘못된 열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성장 과정에서 학창 시절 모범생으로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교사들이 완벽주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됩니다. 완벽주의 스타일의 교사들은 자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학생들에게도 요구하게 됩니다. 완벽주의적 경향은 어떠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완벽주의 경향은 교사 자신이나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교사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교사 자신이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학대하거나 자책하기 쉽습니다. 교사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학생들이 도달하지 못하면 교사 자신의 에너지가 많을 때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받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학생과의 관계성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교사 자신의 에너지가 적을 때는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 대신 자기를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여섯째, 번 아웃 현상은 육체적인 피로, 대인 관계적인 피로, 정신적인 피로, 업무 부담에 따른 피로 등의 원인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육대회나 수학 여행 지도 등으로 인하여 육체적인 피로감 때문에 번 아웃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나 동료 교사와의 갈등, 학교 관리자와의 의견 충돌 등을 통해 번 아웃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인한 정신적인 고민이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번 아웃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 부담이 큰 경우에도 번 아웃 상태에 빠집니다. 교사가 번 아웃 상태에 빠졌을 때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의 에너지가 빠져 나가는 지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