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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AIDT는 신박한 만능도구인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일까?

by 김현섭 2024. 11. 6.

AIDT?

최근 교육계에서 AIDT란 새로운 신조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AI 디지털 교과서의 영어 약칭으로서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기회를 지원하고자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지원 등을 탑재한 교과서(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교육부에서는 2025년부터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처음 적용하여 운영하고 후에 단계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과목은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국어, 사회, 과학 등 전과목 도입을 목표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발달단계와 과목특성을 고려하여 초등 1, 2학년과 고교 선택과목 예체능은 제외할 예정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디지털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데 기반이 되는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 등을 기초소양으로 제시하고,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디지털 소양이란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소양에 대하여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접근하고 있다. 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데 있어서 AIDT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기존 디지털 교과서와 AIDT의 차이점

AIDT를 잘 이해하려면 그 이전의 전자 교과서 내지 디지털 교과서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 서책형 교과서 PDF 파일을 기반으로 이미지 뿐만 아니라 기존 이미지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거나 동영상 등으로 보완하였다. 그리고 간단한 진단 평가 및 형성 평가 퀴즈 활동과 정오에 대한 피드백과 간단 해설 정도 등이 포함되었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 일부

하지만 기존 디지털 교과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었다.

 

•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의 차별성이 낮음

• 하드웨어 차원의 문제 (디지털 기기 보급 미비, 인터넷망 미비, 관리 문제 등)

• 휴먼웨어 차원에서의 교사들의 무관심

• 지속적인 예산 투자 미비 등

 

그래서 일반 교실에서 디지털 교과서 활용은 잘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2022OPEN AI사의 chatGPT가 등장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사용자가 기계어가 아니라 일반어로 프롬프트에 질문을 입력하면 다양한 정보를 찾아서 사용자가 요구하는 정답을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chatGPT 3.5이후 MSNew Bing, 구글의 Gemini, 네이버의 Clova X 등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기반으로 산출물의 형태에 따라 특화하여 포토샵, 미리캔버스, 캔바, 밀크티, 아나운서 등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초창기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가짜 정보 문제, 저작권 문제 등이 발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딥 러닝이 이루어지면서 오류가 줄어들고, 정확률이 올라가고 있다. 저작권 표기가 이루어지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생겨났고, 사용자 편의성이 올라가서 초보자라도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기존 디지털 교과서의 한계를 인공지능 기술로 극복하려는 것이 AIDT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학생의 개별화 수업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여 다양한 산출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용 대시보드 예시안

수학과 수업의 경우, 진단 평가를 하고 그에 맞는 개인맞춤형 학습 과제를 제시하고, 인공지능에 의한 개별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영어과 수업의 경우, 개인맞춤형 회화 연습이 가능하고, 단어 검색이나 독해 활동시 인공지능의 도움이 손쉽게 받을 수 있고, 그에 맞는 개별 피드백이 가능하다. 사회과 수업의 경우, 빠른 정답 찾기와 함께 일정 수준의 다양한 산출물(보고서, ppt, 노래,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초등 3, 4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은 지역화 교육과정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기존 사회과 교과서는 그 한계가 있지만 AIDT는 이러한 한계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지역연계 교육과정, 지역화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위키강원 사례

 

AIDT의 장단점

AIDT의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이미화, 2024)

 

•AIDT는 AI 기술을 활용해 각 학생의 수준과 진도에 맞는 개인 맞춤형 학습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음

•AIDT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음

•디지털 형태의 교과서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자료, 인터랙티브(상호작용)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자료를 포함할 수 있음

•AIDT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음

•AIDT는 지역이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수준의 교육 자료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

 

하지만 AIDT 관련 교육 정책의 문제점들이 많이 있다. 국회토론회(2024.7.23.)에서 제기된 비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천문학적 비용 소요

•제작사가 아닌 사용자에게만 부과된 윤리적 책임

•학습격차 유발 위험성

•학습데이터 수집의 불안정성

•일정 및 시범 모델 부족에 대한 우려

•AI 기술의 부정확성 및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AI 튜터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우려(Chat 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 접목의 한계 등)

•서책형 교과서와 연계 부족 등 우려

•플랫폼 및 예산 중복

•데이터의 분산화에 따른 우려 등

 

그 외에도 AIDT의 문제점들이 있다.

 

•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학습된 무기력 학생 등)

• 인공지능 관련 정보 및 기술 격차로 인한 문제 발생

• 학생 개인 및 학습 정보의 관리 문제 및 오용 가능성

• 개발 및 유지, 업데이트 등 관련 비용 문제

• 서책형 교과서 출판사의 독점 내지 중복 투자, 투자비 손실 보전 문제 등

 

이러한 문제점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AIDT는 많은 현실적인 부작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AIDT 활용 교실의 예상 시나리오

인공지능을 통한 AIDT 활용 교실의 예상 시나리오 4가지가 있다.(이경미, 2024)

 

1. 성취욕이 강한 학생: 소연
소연이는 성취욕이 강해 학습을 일종의 도전으로 여기는 학생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곧바로 태블릿을 켜고 AI가 제공하는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문제를 풀 때마다 AI에게 더 어려운 문제를 요청하며, AI는 이를 반영해 소연에게 점점 높은 난이도의 문제를 내준다. 소연은 AI가 제공하는 힌트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 노력하고, 가능한 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AI는 즉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소연은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느끼면서 주변 친구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학습을 선행해나간다. 소연은 별다른 교사의 도움 없이도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유지해간다.


2. 친구와 경쟁하는 학생: 민지와 현우
민지와 현우는 늘 경쟁하는 친구들이다. 수업 중간에도 민지와 현우는 서로의 화면을 몰래 엿보며 누가 더 많은 성취 배지를 모았는지 확인하고, 더 많은 배지를 얻기 위해 열심히 문제를 푼다. 민지는 퀴즈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빠르게 문제를 풀고, AI의 피드백을 즉시 반영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현우는 민지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AI가 제공하는 확장 문제를 도전하며,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려 애쓴다. 두 사람의 경쟁은 단순한 성적 비교를 넘어서,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성취를 기반으로 한 보상 체계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레이스다. AI는 각 학생의 성향을 파악해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두 학생이 그들의 학습 스타일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 민수
민수는 수업이 시작되면 태블릿을 열지만, 금방 주변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리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곤 한다. AI는 민수의 학습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인식하고 점점 더 자세한 힌트를 제공하기에, 민수는 그저 AI가 주는 힌트를 따라가며 답을 입력할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대신 AI의 도움을 기다리게 되면서, 민수는 학습의 주도성 및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교사는 이를 알고 있지만, AI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되는 수업 구조상,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수업의 모든 흐름이 AI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 중간에 이를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부담스럽다.


4. 불안해하는 학생: 승준
승준이는 학습 속도가 느린 편이라, 주변 친구들이 더 빨리 문제를 푸는 것을 보며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고 느낀다. AI는 승준이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힌트를 제공하고, 문제를 더 작은 단계로 나눠준다. AI는 승준이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설명하고, 연습 문제를 제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승준은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지만, 여전히 주변 친구들과의 비교하여 불안하다. 교사가 이 상황을 파악하고, 승준에게 다가가 "잘하고 있어.”라고 짧게 격려해보지만, AI가 승준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학습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낀다.

 

시나리오 1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 2는 경쟁 학습 사례로서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 34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사례일 수 있다. 시나리오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상위권 학생에 비해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AIDT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AIDT 성공 조건

AIDT가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교실에서 활용되려면 기존 디지털 교과서의 문제점들을 잘 극복해야 할 뿐 아니라 깊이있는 학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깊이있는 학습이란 활동 중심 수업이 아니라 심층적 사고가 가능한 학습을 말한다.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개념기반 교육과정, 개념 기반 탐구학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념기반 탐구학습은 개념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개념적 렌즈를 제시하고, 개념을 기반으로 심층적 사고 역량 개발을 강조한다. 또한 학생 중심 탐구 활동을 통해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사실 AIDT 활용 수업은 교실에서 자칫 활동 중심 수업으로 전락하기 쉽다. , 학습 목표와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것보다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매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학습을 넘어 학생 간 상호작용을 강조한 협동학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개별화 수업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좋은 도구가 된다. 하지만 개별 학습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학생이 단계별 과제를 도달하면 그 다음 단계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학습 태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업시간에 적당히 과제 수행하면서 일종의 멀티태스킹처럼 학습 활동과 딴 짓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학습 속도가 빠르면 일찍 과제를 수행하고 나머지 시간에 학습 주제와 상관없는 서핑이나 게임, 동영상 시청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면 수업에서 학생 상호 간 협업 활동을 통해 높은 수준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AIDT 활용 수업은 테크놀로지 기반 수업으로 국한하지 말고, 대면 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교사의 정서적인 교류와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DT 사용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학생 발달단계의 특성과 교과 특성과 학습목표를 고려하여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AIDT 활용 수업에서 교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 제시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역할이 티칭보다는 코칭이 더 강조될 것이다. 또한 저작권 및 표절 문제,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을 위한 훈육과 상담 방안 등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외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AIDT 성공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개별화 수업의 도구(개인맞춤형 학습 지원)

•학습과정에서의 피드백

•다양한 자료 검색 및 활용

•일정 수준 산출물 도출

•문제설정과 질문 만들기 등

 

위의 조건들은 서책형 교과서가 잘할 수 없는 부분을 AIDT는 잘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만약 서책형 교과서나 기존디지털 교과서와의 차별성이 별로 나타나지 못한다면 교실에서 외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활용 디지털 교과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AIDT?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활용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디지털 및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국, 서유럽 국가 등 선진국들은 왜 AIDT를 빨리 도입하지 않은 것일까? 최근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은 디지털 기반 교육과 인공지능 활용 수업 대신 종이책과 손글씨 훈련을 왜 강조할까?

사실 한국의 AIDT 정책은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일 수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려면 먼저 교과서 제도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교과서 제도는 국정제, 검정제, 인정제, 자유발행제로 구분할 수 있다. 국정제는 국가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어 사용하는 제도로서 해당 국가는 북한,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이 있다. 검정제는 민간 출판사가 개발하고 국가의 검정 심사를 거친 교과서를 학교에서 사용하는 제도로서 독일, 이스라엘, 폴란드 등이 있다. 인정제는 민간 출판사가 자유롭게 출판한 서적을 국가나 국가의 권한을 위임받은 공적 기관에서 인정하여 사용하는 제도로서 미국, 이탈리아, 호주 등이 있다. 자율발행제는 민간 부문에서 국가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 자유롭게 교과서를 편찬하고 유통하는 제도로서 프랑스, 스웨덴, 영국, 덴마크,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있다.(방지원, 교과용 도서검정업무 개선방안 연구) 국정제를 채택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독재국가이거나 소국(小國)인 경우가 많고,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민주주의가 발달하거나 지방자치가 활성화된 국가이거나 대국(大國)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국정제와 검인정제 병용제에 해당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 중등학교의 일부 과목이 검정제가 도입되어 이후 점차 확대되었다. 2015 교육과정 후반기에 초등학교에서도 일부 교과(사회, 수학, 과학)에서 검정제가 도입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과서 제도는 검정교과서 과목도 국정에 준하는 높은 기준을 검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기에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국정 교과서 기준과 비슷한 검정교과서 제도를 운영하다보니 교과서 내용상의 문제 소지는 줄였지만 출판사별 교과서 차별성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못한다. 그래서 다소 밋밋한 교과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놀이중심, 활동중심 교과서, 시각적 자료를 강조한 비주얼싱킹 및 매체 활용 교과서, 텍스트 중심의 토의토론논술 교과서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교과서 구입을 국가 재정에서 감당해야 하기에 학생 학습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교과서 쪽수를 제한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과서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요약형 교과서이다. 그래서 요약형 교과서이다 보니 학생들이 교과서만 가지고 스스로 학습하기 힘들다. 그래서 교사가 기초심화형 학습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거나 교사가 교과서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 교과서에 실리지 못한 내용들은 교사용 지도서에 들어간다. 교사용 지도서에 다양한 기초심화형 학습지가 제공되고, 교사용 읽기 자료가 제공되기에 자료 분량이 많아진다. 그래서 교과서는 두께가 얇지만, 교사용 지도서는 두껍게 만든다. 하지만 선진국 교과서의 경우, 참고서형 교과서인 경우가 많다. 교과서 본문 내용이 많고, 세밀한 설명이 있어서 자기주도형 학습에 맞는 참고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중앙집중형 교육 행정문화로 인하여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한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국정 교과서 제도로 운영되었기에 우리나라 교과서 이미지는 교재(Text)보다 경전(Bible)에 가깝다. 경전(Bible) 개념에서는 교재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종교에서 경전을 다양화하면 이단이 생길 수 있는 것처럼, 교육에서 교과서의 다양성을 강조하면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대립, 학업 성취기준 관리, 평가와 입시 문제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AIDT가 성공적으로 교실에 정착하려면 교과서가 경전(Bible)이 아니라 일종의 교재(Text)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차라리 디지털 소양을 기르기 위한 접근이 AIDT이 아니라 인공지능 플랫폼이면 어떨까? , 교과서(경전) 개념이 아니라 플랫폼 개념에 맞추어 인공지능 활용 수업이 이루어지면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클래스룸, 에듀넷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의 사례는 동영상 기반 플랫폼인 유튜브, 교육 플랫폼인 구글 클래스룸 등이 있다. 유튜브는 누구나 자신의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올릴 수 있다. 구글은 여기에 광고를 붙이고, 광고 수익금 중 일부는 유튜버와 공유하고, 나머지는 구글이 수익금으로 가져간다. 이용자들에게 구독료를 받아서 수익 구조를 창출하여 운영하고 있다. 구글 클래스룸은 학교에 학습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구글에서 개발한 교육용 앱을 연계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구글 클래스룸 안에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여 다양한 교육용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하면 학습자 정보 관리가 잘 이루어질 수 있고, 민간 출판사의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인공지능 활용 교육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고, 지방자치, 학교자치 시대에 다양한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지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AIDT는 서책형 교과서 출판사(대기업)가 독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은 자본과 비례하여 투자하여 개발할 수 있기에 중소기업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가 채택한 서책형 교과서 출판사의 AIDT를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A출판사에서 만든 서책형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B출판사에서 만든 AIDT를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교과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AIDT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대규모 투자해서 투자금만큼 수익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AIDT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막대한 예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책형 교과서는 개발 단계에서 일단 투자하면 유지하는데는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AIDT는 그렇지 않다. , 개발 단계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이를 충당하고 해당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독 체제가 필요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차라리 풀고, 다시 끼우는 것도 용기있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AIDT? ADHD? 만능론과 배척론 사이에서...

AIDT가 교실에서 적용된다면 교실혁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술만능론은 순진한 낙관론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반대로 AIDT의 문제점들이 많이 있으니까 경계해야 한다는 배척론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교육적 접근이라고 보기 힘들다. 우리는 양 극단 사이에서 슬기롭고 현실적인 AIDT 활용 수업을 고민해야 한다.

AIDT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처럼 되어서는 안된다. AIDT 정책이 주의력을 결핍되어 산만하게 추진되지 않으려면 교육철학적 맥락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AIDTADHD 학생을 기르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작업)과 산만함은 비슷한 듯하나 전혀 다른 개념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관점에서 AIDT 정책과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AIDT 정책과 AIDT 활용 수업의 실천 사례가 다른 나라들의 도입 과정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의 토의 주제들을 교사학습공동체 차원이나 교사 연수 차원에서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AIDT 활용 문제와 관련하여 고민하고 토의할 주제]


AIDT 교육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AIDT가 교실에서 잘 적용하려면 어떠한 원칙과 노력이 구체적으로 필요할까?
자신의 인공지능 활용 수업 실천 사례를 나누어 본다면? 인공지능 활용 수업에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인공지능 활용 수업 시 학생들이 학습과정을 생략하고 일정 수준의 산출물이 낼 수 있다면 정작 의미있는 배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외국어를 몰라도 외국인과 소통이 가능하고, 코딩을 몰라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고, 색채 감각이 없어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음정과 박자를 몰라도 작곡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성인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과 학생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IDT 수업디자인 시 교사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 교사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초등 저학년 시기에서 손글씨 훈련을 충분히 하지 않고 태블릿 사용을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인가? 발달단계 및 학교급별(초등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가이드 라인을 어떻게 정리하여 활용할 것인가?

 

무엇보다 인공지능 활용 수업도 디지털 리터러시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에 대하여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뉴스(정보), 유튜브나 숏츠(영상), SNS 등 주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 문제, 디지털 성범죄 문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문제 등 디지털 시민성과 인공지능 윤리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산출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영역

 

[참고 자료]

김용성(2023), " 챗GPT 충격, 생성형 AI와 교육의 미래", 프리렉

이미화 칼럼, 울산일보(http://www.ulsanilbo.co.kr), 2024.7.16.

CBS 노컷뉴스, 2023.9.12 '종이책과 손글씨로 돌아간 스웨던 교육' 기사

국회토론회 “AI 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교육플러스(http://www.edpl.co.kr) 2024.7.23

함께학교(교육부)

https://www.togetherschool.go.kr/playGround/policyNotification/detailView?pstId=38858

최우현, '신나고 재미있는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하기'

https://www.youtube.com/watch?v=2x23Amf_Jec&t=197s

정영식, AIDT 개발방향  특강 https://www.youtube.com/watch?v=Ek8tK_bgP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