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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라!

by 김현섭 2019. 3. 5.

교육과정 재구성

학교는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학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이란 교육 철학, 교육 내용, 학습 경험, 문서 속에 담긴 교육 계획을 말한다. 교육과정의 핵심 질문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이다.

교육과정 운영 수준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지역 수준 교육과정, 학교 수준 교육과정, 교사 수준 교육과정이 있다. 예전에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도 충실하게 일선 학교가 구현하는 것이 좋은 학교라고 생각했다. 국정 교과서 체제에서는 교육과정=교과서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과서 진도대로 수업을 하는 것이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교과서 이외의 내용을 학교나 교사가 다루는 것은 금기시 여겼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교과서 이외의 내용을 수업 시간에 가르쳤다가 경찰이나 안기부의 감시나 조사를 받기조차 하였다.

7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국가 수준 교육과정 대강화하고 학교 수준 교육과정이나 교사 수준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기 시작하였다. 특히 중등학교의 경우, 국정 교과서 체제에서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되면서 교과서는 바이블(경전)이 아니라 텍스트(교재)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신조어가 일상적인 언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 눈높이에 맞추어 재구성하여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과정 재구성 문제는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권을 기반으로 한다.

 

왜 교육과정 재구성인가?

첫째, 교육과정은 지식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전통적인 지식관에서는 전통적 교과 지식, 학문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성주의적 지식관에서는 학생의 흥미와 경험을 강조할 수 있다. 역량 중심 지식관에서는 사회의 필요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둔다. 동일한 교육 내용도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창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특성, 경험, 흥미, 적성, 관심, 성취 수준 등을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학습 유형에 맞추어 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은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당시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교육과정은 그 영향을 받는다.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이 교육과정을 만들면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넷째, 교과마다 내용이나 주제가 중복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교별, 교과별 접근을 할 수 있으면 좋다. 예컨대, 인성 교육이나 성 교육 등은 주제 특성 상 여러 교과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주제들을 범교과적 교육과정 재구성 방식으로 통해 접근하면 중복을 피하고 좀 더 심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다섯째, 교육과정은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참여하여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 뿐 아니라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교육 활동에 참여하면 보다 풍성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교육과정 디자인

교육과정 재구성의 개념만으로는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에 부족하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학생 수준에 맞게 지식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라면 교육과정 디자인이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것이고, 교육과정을 과학적 접근 뿐 아니라 예술적 접근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디자인(design)이란 단어는 계획, 구상, 설계 등으로 우리말로 번역할 수 있다. 어원을 따져보면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이다. 이 말의 뜻은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등이다. 교육학에 있어서 디자인의 의미를 적용하면 교육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교육 디자인이란 학습자가 새로운 가치와 지식을 구성적으로 창조하고, 그 결과 학습자 개인과 학습자 집단의 바람직한 변화를 목표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 내부에 존재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협업 내지 참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교육 디자인은 문제 해결 뿐 아니라 교수 자료, 학교 공간 등 시각적 디자인, 물리적 디자인을 포함한다.

교육 디자인 맥락에서 교육과정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다. 교육과정 디자인이란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교육과정 디자인은 교육과정 편제와 교육과정 내의 교과목을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교육과정 디자인은 지식을 재구조화하고 창출하는 것이다. ,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교사 수준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는 수준을 넘어 교사가 직접 교육과정을 창출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존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육과정 디자인 안에 포함된 개념이다.

  


교육과정 디자인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역량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학생 참여형 교수 전략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

셋째, 학생 배움의 입장에서 교사가 교육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사회의 필요, 시대적 요구, 지역 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학교 수준 교육과정 차원에서 교육과정 운영 시수를 고려해야 한다.

일곱째, 다양한 학교 여건과 교실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의 단계

기존 학교 문화 성찰하기 학교 철학과 비전 세우기 핵심 가치와 세부 가치 세우기 핵심 역량 세우기 구현 중점 세우기 세부 내용 실천 과제 타임 라인(시간 운영 계획) 세우기 교과별 시간 배당 및 편성 방안 학교 교육과정 운영 평가 피드백

기존 학교 문화 성찰 : 기존 학교 문화 분석, 학교의 장점과 단점, 외부의 기회와 위협, 덜어내기와 더하기, 학습자 분석, 시대적 흐름, 사회적 요구 등

학교 철학과 비전 세우기 : 학교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철학을 찾기, 중장기 발전 계획 및 방향, 비전(21세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인간-이우학교)

핵심 가치와 세부 가치 : 소통, 공감, 상생 등

핵심 역량 : 공동체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등

구현 중점 : 독서 교육 강화, 11기 교육 등

세부 내용 실천 과제 : 독서 마라톤 대회, 방과후 11악기, 1종목 운동 하기 등

 

교육과정 디자인과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은 다르다!

교육과정 디자인은 교육과정 무시나 파행과는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일부 특목고나 자율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자율권을 교육부나 교육청의 교육과정 편성 지침과 다르게 입시 교육의 방향으로 왜곡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교육과정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교육과정 디자인은 본질적인 교육 목표에 부합하게 이루어지고, 교육과정 상의 성취 기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학교나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검증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교육과정 무시 내지 파행적 운영은 이러한 기준 없이 교육철학,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의 분리된 상태이다. 교사가 전문성과 신뢰성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가 자의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입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미술 시간에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교과서 대신 문제집을 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이다.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의대반을 운영하고, 입시 성적을 위해 일부 소수 상위권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주고, 내신 부풀리기, 학생생활기록부에 과대 포장하여 학생 묘사하기 등을 통해 일부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디자인은 지향(志向)해야 하지만 교육과정 파행이나 무시는 지양(止揚)해야 한다.


교육과정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교육의 미래를 디자인하다’(학지사), ‘미래 교육을 디자인하는 학교 교육과정’(살림터),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디자인’(교육과학사), ‘미래를 여는 교육과정 디자인’(근간 예정, 수업디자인연구소) 등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