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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열린 디지털 교과서?!

by 김현섭 2021. 2. 10.

교과서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6차 교육과정에서 7차교육과정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중등 국정교과서가 검인정교과서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교과서 제도의 변화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대안교육과정 개발과 대안교과서 개발 운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전국의 국어교사들이 뜻을 모아 200명이 넘는 교사들이 개발과정에 참여했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안국어교과서인 "우리말 우리글"이 탄생하였다. 이를 통해 현장교사들이 교과서 집필자로서 전문성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국정교과서 검정교과서 인정교과서 자유발행제
국가가 저작권을 가진 도서로서, 국가적으로 통일성이 필요하거나, 사용하는 학생 수가 적어 시장성이 부족한 교과목의 도서를 국정 도서로 개발한다. 한 과목에 1종류의 교과서만 존재하게 되어, 학교에서 별도로 선정할 필요가 없이 사용하게 된다. 민간에서 개발한 도서 중 국가의 검정 심사에 합격한 도서로서, 수요가 충분하여 민간의 개발 의지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검정 도서를 개발하게 한다. 한 과목에 여러 종류의 교과서가 존재하게 됨으로써, 학교에서는 별도의 선정 절차를 거쳐 채택하게 된다. 국정 또는 검정 도서가 없거나,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미 개발된 도서 가운데 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승인 받은 도서를 말한다. 인정도서 승인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위임되어 있다. 민간 출판사에서 자율적으로 발행되고, 학교나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선택하여 운영할 수 있다.
국가의 통제 강화, 표준화된 관리,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기 힘듦, 중앙집권형 국가에서 많이 활용하는 교과서 제도(북한, 필리핀 등)  정부 교과서 개발 예산 절약 효과,
상대적으로 민간의 자율성이 떨어짐, 국가의 검정 기준에 따라 어느 정도 질 관리가 가능함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음, 다양한 교과서 출간 가능
(미국, 프랑스, 호주 등)
학교 상황, 학생 특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교과서 채택이 가능함, 일부 학교나 교사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 별도의 교과서 개발 작업이 필요하지 않음, 교육자치, 학교자치, 다양한 교재를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음, 민주적이고 교육자치 잘 이루어지는 국가에서 채택함
(영국, 독일, 덴마크 등)

현재 초등학교 사회과, 수학과, 과학과 교과서가 드디어 조만간 검인정 교과서로 전환된다. 뜻깊은 교과서 체제 변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부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교과서가 바뀌고 다양화되면 그만큼 수업 준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 체제에서는 한번 수업준비하면 5년 정도 쓸수 있는데,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되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를 옮기면 교과서가 바뀌기 때문에 새롭게 다시 준비해야 한다. 초등교사는 다교과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수업 준비가 그리 쉽지 않다. 특정 셀럽교사가 만드는 ppt 자료가 인디스쿨에 올라가지 않으면 그 자료를 쓰는 많은 교사들이 당황한다.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수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학교 대안수학교과서가 개발되어 보급중이다. 검인정교과서는 아니지만 수많은 교사들이 참여 개발했고, 상당수 학교들이 보조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개념과 유형 학습이 아니라 구성주의 모델에 따라 학생들이 수학 원리를 발견하고,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해법을 찾을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 교과서가 학생들의 수학 흥미를 잃지않고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민간출판사에서 검인정 교과서 개발을 할때 드는 비용이 한 권당 약 6~10억이 들어간다. 그런데 검인정 기준에 맞지 않아 불합격이 되면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기에 합격과 점유율을 올리는 것에 사활은 건다. 그런데 현행 검인정 교과서 기준은 국정교과서 기준과 비슷해서 다양한 교과서 개발이 쉽지 않다. 검인정 교과서 기준이 완화되고, 다양한 교과서가 개발될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장 원리에 어느 정도 맡겨서 교과서 질 향상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온라인 교과서? 디지털 교과서?

최근 경기도교육청 주도로 온라인 교과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름은 교과서지만 실제 내용은 온라인 수업에서 활용할수는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고 공유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 시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기존 교과서를 디지털화하는 정도로 가면 한계가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와의 차별적으로 가야한다. 동영상 탑재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용 앱 사용을 연계하고, 위키피아처럼 수시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다. 한마디로 열린교과서로 가면 좋겠다. 기존 교과서 * 동영상 * 관련 심화보충 교수학습자료 링크 * 교육용 앱이 합친 열린 디지털교과서가 등장하면 좋겠다. 쉽게 말해 교과서가 인디스쿨과 아이스크림과 구글 클래스룸을 만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개 교과서가 한번 개발되면 평균 5년간 사용되는데 매년 업데이트되면 좋겠다. 완벽한 교과서보다는 다소 엉성하더라도 다양한 컨셉의 교과서가 만들어져서 교실에서 실천, 검증, 수정될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 운영방식이 근본적으로 혁신되면 좋겠다. 학교공간혁신 정책의 방향이 사용자 중심 설계이듯이 교과서 혁신도 유연하고 혁신적이면 좋겠다.

 

풍성한 교과서를 위한 제안

당장 이렇게 변화하기 힘들다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기존 검정 교과서 심의 기준을 완화하고 초등학교의 검인정 교과서 범위를 전면 확대하자. 현재 검인정 교과서 심의 기준은 국정 교과서 심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심의기준을 통과하면 출판사 간 교과서 수준과 특성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장 자유발행제를 도입하기에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기존 교과서 심의 제도를 유지하되, 운영상에 있어서 자율성을 보다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대강화가 유지되어야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 

둘째, 교과서 정책에 대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발표하고 자유발행제를 지향하자. 검인정 교과서 비중을 늘이고, 자유발행제를 시도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면 좋겠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교과서 발행 제도가 바뀌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보수와 진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나 국가교육회의 등에서 논의하여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교과서 정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숙의를 통해 나오면 좋겠다.   

셋째, 교사 중심의 오픈 마켓을 만들어 교수학습자료들을 공유하도록 하자. 교과서 발행제도를 당장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면 교사수준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교사들이 만든 교수학습자료들을 공유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면 좋겠다. 초등학교의 경우, 인디스쿨이 존재하지만 중등학교의 경우, 교과서 개발 회사를 중심으로 한 지원 사이트가 있을 뿐이다. 교수학습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일부는 유료화를 통해 질높은 교수학습자료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공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   

교사에게 교육과정 재구성, 교사수준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교사들이 좀 더 교육과정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이러한 혁신적인 교과서를 사용할수 있도록 한다면 현실적인 부담감을 줄일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