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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우리 학교 의사결정 문화는 안녕(安寧)하세요?

by 김현섭 2022. 2. 22.

회의(會議)에 대하여 회의(懷疑)하는 이유

학교 안에 수많은 회의들이 존재한다. 여러 가지 사안을 협의하고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회의 참여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전체 교직원회의의 운영 시간 자체보다는 진행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교사 입장에서 해당 사안에 대하여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에 의해 의사결정한 내용을 통보받고 이를 수행해야 할 책무성만 느끼는 경우, 회의 참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회의가 끝마치면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지게 된다.

어떤 사안의 경우, 해당 실무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해서 결정해도 되는 사안을 전체 회의에서 지루하게 논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회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교사들의 회의 참여도도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전체 교직원들이 함께 협의해야 할 사안을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교장이나 부장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전체 교직원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이 관행적으로 학교문화로 굳어지기 쉽다. 회의는 있으나 소통은 없고, 결과는 있으나 과정과 이유는 없어진다.

 

학교에서 민주적 협의가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학교에서 민주적인 협의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지상(2021)은 그 동안의 학교컨설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민주적 협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회의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있다. 회의는 많지만, 회의 자체가 즐겁지 않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공개발언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나의 발언 내용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부담이 된다.

발언자가 자기가 말한 것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 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두렵다. 전에 답은 이미 결정한 결정한 상태에서 회의라는 요식 행위로 진행되는 것 같다.

발언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혹시나 누구에게 상처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확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 합의 문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기존 협의체 회의 과정에 대한 공유가 부족하다.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한다. 동일한 언어도 각자 해석을 다르게 한다.

기존 학교에 존재하는 관행이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그냥 진행된다.

합의된 회의 결과에 대하여 임의로 변경한다. 변경한 이유에 대하여 사후라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회의는 있으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소한 이유로도 큰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위에서 시킨 일을 마지 못해 진행한다. 수동적인 자세로 인하여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약화된다.

업무를 서로 미루고 파워게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진다.

조금이라도 손해가 된다고 생각이 들면 정서적 반발감이 강하게 생긴다.

일벌레와 무임승차자가 나타나고, 두 그룹 사이의 갈등이 생긴다.

 

문제점보다 그 원인이 더 중요하다!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 해당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문제점을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해야 비로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동일한 문제점도 문제점의 원인도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 해당 원인들을 명료화하고 그 원인에 대하여 정리하면 해결 방향이 보인다.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이 예전에는 정답이 될 수 있지만 시대와 사회가 바뀌면 더 정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예전의 정답에 매몰되어 더 열심히 노력하면 소진 현상이 일어나고, 문제점은 더 심화될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학교관리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의사결정의 힘을 가질 수 있다.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결과만 들었을 때는 설득력과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교사들 마음 속에 쌓인 오해와 감정들이 충분히 풀려야 합리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감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성적 해결도 쉽지 않다.

 

문제점의 원인에 따라 해결 방안도 달라질 것이다. 민주적 협의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개발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안전해야 한다. 의사결정 후 발언자가 모든 것을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추진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학교 교육과정 운영 시간 안에 정기적으로 확보하고, 협의회를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 과정이나 결과를 즉시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합의된 의사결정을 쉽게 번복하지 않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변경하는 경우, 그 이유를 전체 구성원들에게 명료하게 이야기해서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구시범학교와 혁신학교의 차이점?

학교 혁신을 위한 모델학교로서 연구시범학교와 혁신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기 유발 방식과 의사결정 방식이다. 외적 인센티브(예산, 인사 근평 점수 등)로 운영하는 연구시범학교는 연구시범학교 운영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물을 산출한다. 그런데 운영 기간이 마치고 외적 인센티브가 사라지게 되면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기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간다. 그 이유는 예전 상태가 가장 편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혁신학교 철학에 근거하여 내적 동기 유발을 강조한 혁신학교에서는 혁신학교 지원 예산이 없어도 학교혁신 노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연구시범학교는 대개 학교관리자나 인사근평 점수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결정한 것을 아래에서 실행하는 방식이다. 그에 반해 민주적 학교 문화가 잘 형성된 혁신학교는 모든 교사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향식 의사결정 문화로 운영된다. 그 결과 교사들의 자발성을 토대로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효율적이나 전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는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전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잘 이루어진다.

끝으로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가 잘 형성된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 보자. (김현섭 외, "대전형 혁신학교 모델 다양화에 따른 평가체제 개선 연구, 2021)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체제 구축을 통한 비전 설정과 협의회 운영, TF팀 구성원들 중심으로 토의토론 중심 학교문화 개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학교는 미션스쿨이라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운영 중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먼저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A고 교사)

 

민주적 협의체 구성 및 운영은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논제가 있을 때 협의회를 통해 실제 교사들이 주인이 되어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는 와글와글 의사결정 과정 실천을 통해 교직원을 존중하고 최선의 독단보다 차선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교직원 의사결정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교사들이 동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위해서 교무전담 실무팀 업무 지원, 업무 간소화, 학생교육활동 및 수업전문성 역량 지원(교과협의회 및 교사수업연구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장은 방향 제시 및 조력자의 역할, 협의 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업무 진행 과정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며 교장 연락은 인터폰, 메신저 사용을 하도록 합니다.” (B고 교장)

 

우리 학교는 사립학교 특성상 가족적 분위기와 친목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12월말1월초에 업무분장이 끝나면 비전 세우기 행사를 23일 비숙박으로 진행하면서 비전 공유, 친목 강화, 새 학기에 대한 것을 논하고 있는데 민주적 학교 운영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C중 교사)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가 잘 형성되어야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의미있는 교육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학교 발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자칫 교사 집단이기주의로 흐르거나 다수의 독재와 소수의 소외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려면 학교 주요 의사결정 시 교사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민주적인 참여도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율성에 따른 책무성도 고민해야 한다. 학교 의사결정의 기준과 근거가 학생의 배움과 행복,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학교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성찰하고 노력해야 한다.

대철중 학교컨설팅 장면(민주적 학교 문화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