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도소와 군대의 공통점?
학교와 교도소, 군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지만 공간 배치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첫째, 공간 배치가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관리자 중심으로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복도를 지나가면서 개별 공간을 잘 감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 주택은 각자의 개인방이 있고, 개인방이 어느 정도 보호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 교도소, 군대는 개인 공간이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둘째, 쉼과 대화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체력을 단련하고, 전체 집회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은 공통적으로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성원들이 쉬거나 소그룹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부 학교는 학생 휴게실, 홈베이스 뿐 아니라 교직원 휴게실조차 없고, 학부모실이 없을 뿐 아니라 학부모와 조용히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교무실 한쪽 공용 책상이나 교무실 책상 옆에 작은 보조 의자를 마련하여 대화하는 경우도 많다.
셋째, 공간 기본 구조가 기본적으로 정방형 배치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사각형 정방형 배치는 건축 설계, 건축비 및 유지비 차원에서 절약할 수 있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획일화된 공간은 획일적인 사고를 낳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공간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감시와 통제를 공간과 달리 학생의 배움을 지향하는 학교 공간은 다른 관점에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고 학교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실 공간이 현재보다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넷째,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이 높다는 것이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 공간과 자유롭게 이동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대개 정문 쪽에 관리실(통제실)이 있고, 후문은 특정 시간에만 개방되고 있다. 공간마다 창살이 설치되어 있어서 정해진 출입문 이외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물론 높은 담장과 창살의 이유가 각기 다르다. 교도소는 수감자의 탈출을 통제하고, 군대는 외부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거나 탈영을 통제하는 것이라면, 학교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학생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건축비가 다른 공간들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다. 학교 건축비는 2018년 기준 학교시설물의 ㎡당 평균 건축단가는 155만원이다. 그런데 교정시설은 ㎡당 단가가 194만원이었고, 주차장 시설도 199만원이었다. 일반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장(154만원)보다 더 비용이 낮다. 즉, 학교 건축비가 교도소나 주차장 건축비, 공장보다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학교 신축비(150~250만원+20만원(디지털 기기), 2021년 기준)가 약간 올랐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기존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한 재정 투자가 좀 더 과감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학교공간 디자인의 원칙
사람은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학교 공간 배치는 획일적 사고, 통제적 사고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향하는 교육을 추구한다면 학교 공간 배치에 대하여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학교 공간 디자인의 기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중심 설계
학교 교육 주체들이 삶과 배움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 교사의 업무, 학부모들의 참여 공간이 물리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고, 학교 공간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맞춤형 공간 설계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면 학생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 구성주의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다양한 학습 활동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이 많이 있어야 한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면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여 다양한 실천, 연습, 실험·실습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전통적인 학교 공간 배치는 일제학습 등 지식 중심 수업을 교실 내부 구성과 학급중심제 기반의 학년별, 학급별 교실 배치, 생활지도상 관리 및 통제 중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수업 맞춤형 교실 설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 안에 학습 뿐 아니라 학생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과 특성에 맞는 교과교실이 필요하다. 일반 교실의 경우, 다양한 학습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교실 내부 구성이 필요하다. 한 교실 안에서 일제학습이나 개별학습에 적합한 한 줄 대형 자리 배치나 ㄷ자 형태의 자리 배치, 사각 지대를 최소화한 사선형 자리 배치, 협동학습을 위한 모둠형 자리 배치, 온라인 수업을 위한 교육 기자재 설치 등이 필요하다.
∙유연한 공간 설계
교육과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교육과정은 사회적 요구,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창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간 설계 시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특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학교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인수, 소인수 과목을 위한 공간 내지 이동식 칸막이가 있는 공간, 이동이 용이한 조합형 책걸상, 온라인 수업을 위한 공간 및 인프라 구축 등이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맞춤형(고교 학점제) 학교 공간디자인 사례
고교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선진형 교과교실제로 공간이 배치되어야 한다. 특성화된 교과교실, 학생들의 쉼과 소통을 위한 공간, 이동이 쉬운 동선 배치, 교과 중심 교무실 배치 등이 적절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교 학점제에 맞는 학교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할 때 다음의 사항을 기억하면 좋다.
∙ 고교 학점제에 최적화된 교실 운영 제도는 교과교실제이다.
∙ 학생 동선을 고려하여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실 배치, 층별 배치를 해야 한다. 무학년제 운영시 해당 학년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배려하여 학급 배치를 해야 한다.
∙ 소인수 과목 수업, 팀 프로젝트 활동, 학생 동아리 활동 등을 위한 소그룹실을 확보해야 한다.
∙ 교과군, 집중 과정별로 공간을 배치하고 주제별 공간과 공간 사이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배치하면 좋다.(STEAM 융합관 : 수학교실, 과학교실, 디자인교실(미술실), 기술실(메어커교실))
∙ 접근성이 가장 좋은 위치에 다목적 도서관(1층 중앙 등)을 배치하고 도서관 안에서 소그룹 활동이나 수행평가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면 좋다.
∙ 학생들의 개인 공간(사물함, 홈베이스, 학생휴게실, 통로 휴게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 좋다.
∙ 교과교실의 경우, 교과 특색이 반영된 교실을 구성하면 좋다. 특히 인문사회 교과군의 경우, 해당 교실에 교과 관련 도서와 자료검색용 컴퓨터 등이 배치되면 좋다.
∙ 사각지대나 교과군 공간에 해당 교무실을 분산 배치하면 좋다. 교사 휴게실, 학부모회의실, 학생회실을 별도로 확보하면 좋다.
∙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위한 공간은 학교 공간 외곽 쪽에 배치하면 좋다. 1교 다캠퍼스 체제(메가스쿨, 캠퍼스형 고교)를 위한 공간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충남 삼성고는 고교 학점제에 맞추어 공간 배치와 기자재가 잘 배치되어 있어서 고등학교 캠퍼스 구축시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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