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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 교육과정에 "우리 마을"을 담다

by 김현섭 2022. 2. 6.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말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으로서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마을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학교가 마을의 섬이 아니라 마을 속의 학교로서 마을에 기여해야 하고, 마을도 아이들을 위하여 학교를 도울 수 있는 상호 교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지방자치, 교육자치, 학교자치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연계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자치란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자치에서 교육 삼주체들(교사, 학생, 학부모)이 자율적인 의사결정 핵심은 학교 교육과정이다. 교육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담을 수 있는 차별화된 주제가 바로 우리 마을이다. 왜냐하면 제주 지역 학교가 제주시 대신 서울 강남을 주제로 학교 교육과정에 자세하게 담아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학교는 마을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충분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앙집권형 정치 및 교육 문화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이나 학교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권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기에 지역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낮았기에 국가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국가 교육과정에서는 지역적 특수성을 충분히 담아내기 힘든 근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국정교과서나 국정같은 검인정교과서 체제에서 마을을 주제로 교육과정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현행 국가 교육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지역을 담고 있는 부분은 초등학교 3, 4학년 사회과 교육과정 정도에 불과하다. 필자는 초등 사회과 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참여했는데, 사회과 교과서 집필 시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경험이 있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제작한 지역화 교과서가 있지만, 지역에 따라 그 수준 차이도 많이 나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근대적 농경 사회에 비해 마을이라는 공간적 개념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농사를 짓고 사는 이웃들끼리 두레나 품앗이를 통하여 함께 돕고 살던 사회가 아니라 도시화, 산업화 현상 이후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상황에서 이웃과의 교류는 예전에 비해 드물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비해 애향심(愛鄕心),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 등이 약화되었다.

이제는 교사들도 해당 학교 근처 마을에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정기 전보 인사 제도로 인하여 특정 학교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 마을, 우리 학교라는 개념이 강하지 않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는 교통이 편하기 때문에 교사 거주지와 학교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출퇴근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읍면 지역의 경우, 지역 기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방거점 도시에서 살면서 장거리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교사가 자기 학교의 마을에 거주하는 경우가 적기에 마을을 주제로 교육과정을 담는 것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

 

왜 지역연계 교육과정인가?

첫째,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보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담는 공간인 마을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담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마을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학교에서 마을을 가르치고, 자기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마을을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 마을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 중의 하나이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지방 인구의 감소 현상으로 인하여 최근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228개 전국 시··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785, 201889, 201993, 2020105, 2021년은 106곳으로 전체의 46.5%에 이른다. 감사원도 2047년이면 229곳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국의 모든 시··구가 소멸위험지역에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47년엔 전체 시··구의 68.6%157곳이 소멸고위험지역에 포함되고, 그 비중은 2067, 2117년엔 각각 94.3%(216), 96.5%(22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방 소멸 현상을 극복하려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 경제 살리기 전략이 필요하다. 일자리와 주거 문제,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만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서울로만 이사가려고 한다면 지방에는 노인들만 남는 마을로 변할 것이다. 우리 마을을 살리는 현실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우리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에서 마을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역 연계 교육과정은 지방자치, 교육자치, 학교자치의 공통 분모가 된다.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지방 자치, 일반 행정에서부터 교육 행정을 분리하는 교육자치,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자율성을 인정받는 학교 자치의 흐름은 서로 간 밀접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 지방자치 교육 자치 학교 자치 교사 자치·학생 자치·학부모 자치의 단계로 연결된다. 그런데 지방 자치, 교육 자치, 학교 자치의 공통 분모가 바로 지역 연계 교육과정이다. 지자체, 교육지원청, 단위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교육과정 주제가 바로 마을이다.

넷째, 교육지원청나 학교만이 담당할 수 있는 고유의 교육과정 영역이 마을이다. 대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을의 개념은 자기가 속한 광역자치단체인 시도 수준보다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 수준에 가깝다. 예컨대, 타 지역 누군가에 자기 고향을 소개할 때 자기 고향은 충청도라고 밝히는 것보다는 청주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해당 주체는 시도교육청보다는 교육지원청이나 학교가 좋다.

 

최근 교육과정 정책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역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의 강화 흐름이 예전보다 또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초중학교 학교자율시간 확보, 학교장 선택과목 개설 운영 권한 확대, 고교 학점제를 통한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재구성 뿐 아니라 학교 특색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미 일부 교육청에서는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자율과정, 충북교육청의 자율탐구과정, 전북교육청의 학교 교과목 개발 등을 통해 전체 수업 시수의 20%를 학교 차원에서 증감하여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부 학교들은 마을을 주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학교 교과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 전략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는 2021년 김포교육지원청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생태와 평화가 살아있는 김포수업자료집을 개발하여 2022년부터 김포 지역 관내 중고교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과정 재구성 차원에서 활용하거나 학교 차원에서 김포과목을 개설하여 고교 학점제와 연동하여 1학점 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하였다. 이러한 지역 연계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 경험을 토대로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마을을 접근하는데 있어서 연역적인 접근보다는 귀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처음부터 김포의 역사, 문화, 생태, 지리 등으로 구분하여 생태를 주제로 접근하는 것보다 김포라는 지역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현장 답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집필진들이 집필 단계에 있어서 제일 첫 번째 한 것은 지역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찾아보고 나서 김포 지역을 구석구석 현장 답사 활동을 진행했다. 집필진들이 가지고 있는 김포에 대한 생각과 경험, 관점 등을 유보한 채 있는 그대로의 김포를 느끼기 위해 지역 답사를 했다. 현장 답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첨단 신도시부터 도농복합지역 중소 공장, 농어촌 시골 마을, 해병대 및 군사시설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서쪽에는 강화도, 북쪽에는 북한 개풍군과 개성, 동쪽에는 일산, 남쪽에는 서울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북한 접경 지역이었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생태 환경이 잘 되어 있고, 안보 및 군사 시설이 발달한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발견하고 나서 지역 연계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생태와 평화라는 주제로 도출할 수 있었다.

둘째,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합리적 교육과정 개발모델보다 숙의적 교육과정 개발 모델에 근거하여 접근하면 좋다. 합리적 교육과정 개발 모델은 목표 내용 방법 평가라는 하향식 접근 방식으로 교육과정 개발 접근을 하는 것이라면 숙의적 교육과정 개발 모델은 교육과정 개발자들의 강령, 지식, 경험 등을 바탕으로 상향식으로 접근하여 개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과정 개발 시 국어과 교사가 김포를 다룬다면 김포의 문학을 다룰 수 있을 것이고, 사회과 교사라면 김포의 역사나 지역 현안을 다룰 수 있을 것이고, 과학과나 환경과 교사라면 김포의 생태를 다룰 수 있고, 미술과나 음악과 교사라면 김포의 예술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을 접근하면 보다 풍성한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 김포 교육과정 개발 시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참여하면서 동시에 융합수업 형태로 풀 수 있도록 접근하였다.

셋째, 지역적 특수성을 보편적인 주제로 연결하면 좋다. 학생이 평생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김포 학생이 학교에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에 대하여 배운다면 의미있겠지만 김포를 벗어나 이사를 간다면 해당 지식과 경험이 그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적 특수성에 국한하지 않고 이를 보편적인 주제로 연결하면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예컨대, 김포한강야생생태조류공원은 원래 철새 도래지를 김포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설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의 생태공원적 특성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철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생태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다. 김포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도 ‘철새와 생태계’는 어느 지역으로 이동해도 중요한 주제이므로 의미있는 배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과정 개발 시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를 찾아 보편적인 주제로 연결하고자 하였다. 교육과정 개발시 전호습지는 습지 식물과 생명다양성, 김포한강신도시는 생태도시, 아라뱃길은 지속가능한 발전, 애기봉은 적극적 평화 등으로 연결하여 접근하였다.

넷째, 공동 교육과정 개발과 팀티칭 방법을 활용하여 집단지성에 근거하여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교육과정 개발자와 실제로 수업을 하는 사람이 다르면 교육과정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김포 수업 자료를 개발할 때 역사과 교사가 김포의 역사 부분을 집필했는데, 실제 해당 수업을 체육과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면 실제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학교 교과목 개발의 경우, 특정 교사가 전담하면 특정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다. 유능한 교사가 해당 수업을 담당해도 해당 과목을 지속적으로 담당하기 힘들 수 있기에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려울 수 있다. 서울 창덕여중의 경우, 학교 특색 과목으로 짝토론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학년별로 희망 교사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팀티칭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립 학교 특성상 교사들이 바뀔 수 밖에 없지만 짝토론 수업은 공동 교육과정 개발과 팀티칭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교육과정과 수업의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섯째,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전북교육청 주관 중학교 교육과정 개발 연구를 하면서 교육 삼주체들 간의 교육과정 주제를 설문조사를 했는데, 교육 주체 간의 교육과정 요구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사들은 학교 교과목 개발이나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로 마을1순위로 선택했지만 학부모들은 공부(학습코칭)’, 학생들은 진로1순위로 꼽았다. 학생들의 관심사 중 마을은 최하위였다. 마을이 중요한 주제라고 해도 학생들은 별로 우리 마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았다. 학생들이 우리 마을에 관심이 적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집과 학교를 오고가면서 살고 있지만, 우리 마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에 마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다. 그러기에 마을을 주제로 교육과정 개발을 하면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마을에 대한 역사, 문화, 지리, 현안 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마을과 관련한 기초 지식 이해가 필요하고, 문제해결수업, 프로젝트 수업, 협동학습, 매체활용 수업, 보드게임 활용 수업, 현장체험학습 등 참여적 교수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김포 교육과정 개발 시 김포에서 놀자라는 보드게임을 새롭게 개발하였고, 프로젝트 수업이나 현장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지를 개발하여 제시하였다.

여섯째, 초중고 연계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년별 특징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면 좋다. 우선 중고등학교라도 초등학교 3, 4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지역 교육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일한 내용을 학년마다 반복하여 다룬다면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가 떨어질 것이다. 예컨대, 1학년에서는 우리 마을의 역사와 지리에 대하여 다룬다면, 2학년에서는 우리 마을의 문화와 생태, 3학년에서는 우리 마을의 발전 방향 탐색을 위한 사회 참여 프로젝트 수업 등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일 지역 내 학교급간 교류를 통하여 초중고 교사들이 공동으로 지역 교육과정 개발 연수나 워크샵을 개최하면 좋을 것이다. 이 경우, 교육지원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일곱째, 처음부터 완벽한 교육과정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수시 업데이트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교육과정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처음부터 정교화되고 완성도가 높은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조금 부족해도 시행착오의 경험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나서 학교 차원에서 이를 성찰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체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교육지원청이 단위 학교에서 개발한 지역 연계 교육과정 관련 자료를 인근 학교에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여덟째,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연계하여 운영하면 좋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기반으로 과제 선택부터 준비, 발표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수업 접근이다. 프로젝트 수업은 어려운 문제나 질문이어야 하고, 지속적인 탐구가 가능한 주제이고, 실제 삶과 깊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학생 선택권을 최대한 인정하고, 성찰의 과정과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가시적인 최종 산출물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접근을 하는 경우,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전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 학생들이 해당 주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학습할 의지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어떤 학교에서 마을 연계 교육과정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 이유는 마을에 대한 기본 이해없이 프로젝트 수업으로만 진행하다보니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졌고, 교사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데 미숙함이 있었고, 교사 간 협력 체제가 잘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주제와 취지가 좋다고 해서 프로젝트 수업이 좋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미있는 학습과 배움의 만족을 경험할 수 있어야 의미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연계 교육과정 개발의 사례

최근 일부 학교들을 중심으로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과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급별 실천 사례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실천 사례(충북 청천초등학교)

중학교 실천 사례(경기 신천중학교)

 

수업디자인연구소의 김포고교 수업자료집 개발 사례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 경험을 통한 시사점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 ‘생태와 평화가 살아있는 김포를 개발하면서 느꼈던 점과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애향심)을 가질 수 있었다. 집필진들이 김포 연고가 적었지만 개발 과정을 통해 김포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김포로 이사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교사들이 우리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좋은 통로가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것이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마을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장점이다.

둘째, 학교와 마을 간의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집필진들이 현장 답사 이후 지역 활동가를 초청하여 연수를 진행하였다. 이미 마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지역 전문가들과 만나서 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장체험 활동의 경우, 해당 시설 해설사들과 연계하면 교사들도 수업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교육과정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마을 활동가들을 학교로 초빙하여 특강 형태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마을 해당 기관과 단체를 방문하여 다양한 현장 체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셋째, 다른 지역, 학교와의 차별화를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된다. 최근 학생 수 감소로 인하여 초중고 학교에서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학교만의 특색화된 교육과정은 학교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연계 교육과정은 학교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넷째, 개발 과정에서 참여 교사의 교육과정 디자인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교사의 업무가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인데, 최근 방역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기존 수업은 교과서 진도 나가기형 수업으로서 주어진 교과서대로 교사가 충실하게 전달하는 수업문화라면, 교사가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 소위 저자 직강형태의 수업을 하게 되면 업무 부담이 되긴 하지만 동시에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과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미래교육 차원에서 교사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에서 교육과정 디자이너, 학습코치로서의 역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통해 교사가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다섯째,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평가 체제가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성취기준을 재구조화하고, 지역 연계 교육과정에 맞는 과정 중심, 성장 중심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수행평가를 통해 역량 중심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입시에서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이 된다면 지역 연계 교육과정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