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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가 자기 울타리를 넘다

by 김현섭 2024. 10. 27.

학교 밖에도...

학교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을 만나려면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일부 선생님들은 저희들을 시간 강사 정도로만 대하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어요.”

선생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교육과정 관련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 예컨대,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 연계자유학기제 등 비슷한 용어같기는 하지만 명확한 차이점을 잘 모르겠어요.”

작년까지 지역에 있는 어떤 학교와 학교 연계 사업을 잘 진행되었는데, 올해 담당 교사와 학교 관리자들이 많이 바뀌게 되고 나서부터는 학교 연계 사업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필자는 수업디자인연구소 활동을 하면서 학교 밖 사람들(마을활동가, 문화예술강사, 경제교육강사, 국가문화유산 강사, 노동인권강사, 청소년지도사 등)을 연수나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이 만났다. 이를 통해 학교와 협력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분들이 학교 연계 사업 시 힘들어 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학교 교육과정을 풍성하게 운영하려면 학교 밖 사람들이나 각종 단체들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력, 시설, 예산 등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작은 학교일수록 가지고 있는 학교 자원이 적다. 그러므로 학교가 적극적으로 마을과 지역사회, 각종 교육단체, 청소년단체와 연계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풍성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자율시간, 진로연계 교육활동, 지역연계 교육과정, 고교 학점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학교마다 학교자율시간에 맞는 학교자율과목을 개발하는 것에 대하여 부담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기반 교육 및 인공지능 소양 교육과 관련하여 과목을 개발하는 경우, 학교 차원에서 이를 담당할 교사나 교육 시설을 갖추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 경우, 관련 강사와 시설이 준비된 청소년센터와 연계하여 운영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과목을 개설 및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려면 지역사회 단체나 마을활동가와 함께 하면 좋다. 지역을 잘 알고 있고, 지역 아이들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기획하여 추진하면 좋다. 고교 학점제 시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과목을 개설하여 학점을 인정할 수 있다. 충북 단양고의 경우, 소백산국립공원과 연계하여 생태와 환경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진로연계 교육활동을 잘하려면 진로교육 관련 기관과 상급학교를 연계하면 좋다. 예컨대, 인근 상급학교 교사들을 초빙하여 상급 학교의 교육과정(중학교 생활, 고교 학점제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졸업생이나 지역 기업 종사자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진로 특강을 운영할 수 있다.

 

마을과 함께 하는 지역연계 교육과정(양곡고 이야기)

지난 2021년 수업디자인연구소와 김포교육지원청이 함께 고교 학교자율과정 수업자료집인 생태와 평화가 살아있는 김포를 개발했다. 2022년 양곡고등학교는 이를 토대로 마을 강사들과 함께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였다. 김포 지역의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 특징을 분석해 보고, ‘생태평화를 주제로 프로젝트 융합 수업 형태로 운영하였다. 양곡고 선생님들과 김포시 지속가능한발전협의회 마을공동체 강사가 코티칭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토의토론 수업, 과제 분담 학습, 문제 해결 수업 등 다양한 참여형 수업으로 운영하였다.

 

청소년기관과 함께 하는 학교 교육과정 사례(디지털 독립출판 프로젝트)

청소년단체와 기관들을 지원 관리하는 기관으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kywa.or.kr)이 있다. 여기에서는 청소년역량 증진, 청소년안전 확보, 청소년 참여 확산, 국제활동 활성화, 정책사업 지원, 청소년지도자 양성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학교연계 사업은 총 42개이다. 현재 청소년 마음건강 회복 프로젝트 'Y.C(유스타트 컴퍼니)', 망고클린어스 프로젝트(PBL), 청소년 창직 프로젝트 'Start Player', '스마트유스, 스마트팜' 등이 진행중이다.

이중에서 올해 탄현청소년문화의집과 일산중학교에서는 디지털 시대, 내 생애 첫 디지털 독립출판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쓰고 디지털 출판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기반 수업(PBL)으로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독립 출판의 기획 단계부터 글쓰기 연습, 문장 교정, 디지털 북 디자인, 인공지능 활용 방법, 책 마케팅, 책 출판과 결과 공유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가 학교 안만 바라보지 말고, 학교 밖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사들도 학교 밖 사람들을 단순한 시간강사로만 보지 말고, 학교 교육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협업의 주체로 인정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가 자기 울타리를 넘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학교와 마을강사, 청소년단체, 관련 교육단체들을 연결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의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제 발생 시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마을강사, 경제교육강사, 문화예술강사, 인권강사, 청소년지도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지원하여 내실있는 학교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고문헌

경기도교육청(2022), “고등학교 학교자율과정 실천하기

수업디자인연구소(2021), “생태와 평화가 살아있는 김포”, 김포교육지원청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누리집 kyw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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