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1971년생 출생 인구는 약 102만명이었지만, 2024년생 출생 인구는 약 24만명에 불과하다. 즉, 50대 중반 성인을 기준으로 작년에 출생한 사람이 1/4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2023년생 출생 인구가 최저치인 23만명을 기록했으나 출산 장려 정책 등으로 인하여 2024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1만명 정도 늘었을 뿐이다.
인구수 감소로 인하여 학생수도 매년 많이 줄어들고 있다. 2025년 기준 고3 재학생 수는 약 45만명 정도이지만, 초등학생 1학년 신입생은 약 32만명에 불과하다. 2025년 유초중고 학령 인구는 약 568만명이지만, 2035년에는 약 413만명으로 예상된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학교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1969년부터 2020년까지 폐교된 학교가 총 3832개교이다. 2021년 24개교, 2022년 25개교, 2023년 22개교, 2024년 33개교, 2025년 49개교가 폐교되었다.
학생수 감소 현상 뿐 아니라 지역 격차 현상도 겹쳐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초월하게 되었다. 2024년 12월 기준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에 비해 약 88만명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체 교원 정원이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사립학교 교원들의 신분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지방 사립학교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사립학교의 문제들
예전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있었다. 그 이유는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만의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학이념과 학교철학
∙차별화된 교육과정 및 특색 교육활동
∙학교 구성원들의 공동체의식
∙교사들의 학교 주인의식과 열정(애교심)
∙교육적 경험의 노하우 축적 및 관리
∙체계적인 학생 진로진학 지도 체제와 좋은 입시결과 등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사립학교에 서로 입학하려고 노력하는 시대에서 학교가 학생 모집을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학교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로 이미 변화되었다. 예전에 열심히 노력하던 교육활동을 더욱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학교가 발전하는 시대가 아니다.
필자는 여러 사립학교들 대상으로 학교컨설팅을 하면서 수많은 사립학교 선생님들을 만나 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를 통해서 사립학교만의 문제점과 원인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성공 경험과 시대 및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 문제
사립학교는 분명한 건학(建學) 이념과 학교철학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대개 개교 당시 사립학교 자율성과 교사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특색화된 학교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교가 발전을 이룩한다. 시대와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학교 발전 전략이 수립되고 운영되어야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혀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 현재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학교관리자나 4050세대의 중간관리자(중견 교사, 정교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고, 2030세대의 평교사(기간제 교사)의 영향력이 적은 경우에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감정적 앙금과 구원(久怨) 문제
사립학교 특성상 교직원들이 오랜 시간 캠퍼스에서 함께 근무하다 보니 갈등으로 생긴 원망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직원들 간 상호 갈등이 생겨도 성숙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상처로 인한 감정적인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현재 문제 발생 시 원만하게 해결하기 힘들다.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 대개 해당 교직원들 마음 속에 숨어있는 묵은 감정으로 인하여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 개인의 철학과 신념은 다를 수 있지만 이로 인한 노선 갈등으로 불편한 마음이 쌓이게 되고, 풀리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가면 냉소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승진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과 무임승차자 문제
학교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는 사람은 내부 구성원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젊은 시절 함께 고생한 동료 교사들이지만, 승진 경쟁에서 누락한 교사는 학교에 대한 열정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동료 교사나 후배 교사가 학교관리자가 되면 동료 교사나 선배 교사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다. 승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이사회가 특정 인물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 또한 학교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이사회파(?), 교장파(?), 교원단체(노조)파(?) 등으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는 경우도 있다. 외부자(전문가)를 교장으로 초빙한 경우, 이러한 내부 상호 갈등 문제는 줄어들지만 상대적으로 승진 자체를 하지 못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업무와 관련하여 무임승차자와 일벌레가 나타나서 서로 간 업무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저경력 교사와 고경력 교사와의 인식 및 신분 격차
학생 감소 시대를 맞이하여 정부 차원에서 교사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교사 전체 정원의 20% 이상이 기간제 교사인 경우에만 정교사를 선발할 수 있다. 대개 4050세대 교사들은 주로 정교사이지만, 2030세대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인 경우가 많다. 기간제 교사의 특성상 근무 기간이 제한이 있고, 정교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일부 사학의 인사 비리 문제로 인하여 교사 임용권의 제한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현재 학교에서 열심히 일해서 인정을 받아도 사학 교원 임용고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교원 임용이 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세대 간 인식 격차와 신분 격차가 겹치다보니 저경력 교사와 고경력 교사 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수 있다.
∎일부 학교 이사회의 비리와 학교관리자 리더십 문제
일부 사학의 경우,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학교 경영에 간섭하거나 비리로 얼룩지는 경우가 있다. 학교관리자 리더십이 너무 독단적이면 평교사들과 자주 충돌하거나 반대로 평교사들이 수동적인 자세로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관리자 리더십이 무능하거나 방임적인 태도이면 평교사들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거나 부서 간, 교사 간 갈등 시 문제 해결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사회의 학교 예산지원 문제
이사회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학교 교육활동에 예산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는 학교 운영에 있어서 특색화된 교육활동과 좋은 교육시설로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재정적으로 충분히 지원할 수 없는 학교는 국가 재정 지원금으로만 운영해야 하기에 학교 예산 운영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부족한 학교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외부 프로젝트를 끌어오는 경우, 교사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육청의 간섭과 학교 자율성 약화
일부 사학들의 인사 및 재정 비리로 인하여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제도적으로 축소되고, 교육청의 사립학교 관리 감독권이 강화되었다. 사립학교들은 사립학교의 학교경영의 자율성(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교사 임용권, 등록금 책정권, 사학법인 구성권 등)을 다양하게 요구하지만, 정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사실 학교평준화 정책으로 인하여 학생 선발권을 행사하기 힘들다. 기독교사립학교라할지라도 종교 과목 운영 시 ‘성경’이 아니라 ‘종교학’을 가르쳐야 한다. 사립학교의 자율적 경영이 쉽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사립학교가 재정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과감한 예산 투자 없이 학교등록금 인상만을 추진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만 늘이는 셈이 되기 쉽다.
사립학교가 살아남는 법
사립학교가 발전하기 위한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교사들 마음 속에 있는 묵은 감정들을 떨어낼 수 있는 정기적인 교직원 대화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 예컨대, 회복적 서클 활동을 통한 한(?)풀이를 하면 좋다. 학교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감정, 제안 등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감정적인 해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학교철학 세우기 활동을 통해 학교구성원들이 건학 이념과 학교 철학을 되새기고 시대와 사회적 요구에 맞게 이를 수정 보완하여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중핵 교육과정에 대하여 학교 전체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장 경영철학과 이사회 철학이 곧바로 학교철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구성원들이 해당 철학을 공유해야 비로소 학교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져야 한다. SWOT 분석, ERRC 활동, 교육 3주체 대상 설문조사 및 분석, 토의 활동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들의 학교컨설팅을 통해 객관적으로 학교 운영에 대하여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셋째,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통해 차별화된 교육과정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개 사립학교들은 많은 가치와 역량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다가 업무 과중으로 인하여 교사들이 소진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모든 가치와 역량은 의미가 있지만 학교 자원은 한계가 있기에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핵심가치와 역량을 도출하고, 그에 맞는 구현 중점 사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중장기발전위원회나 학교연구소 등을 통해 학교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은 수업, 생활지도, 행정 등 현재 업무에 집중하다보니 미래 학교의 발전 방향과 전략에 대하여 고민하고 연구할 여유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학교 발전 방향에 대하여 연구하고 준비할 수 있는 별도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중장기발전위원회 등의 TF팀을 조직하여 연구할 수도 있고, 학교 내 연구소를 설치하여 상시적으로 연구할 수도 있다.
다섯째, 학교차원에서 부정 방향의 교사들을 회복시키고, 긍정 방향의 교사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소진된 교사를 살리고, 내면의 상처를 받은 교사들을 보호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들이 학교 내부 업무에만 헌신하도록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학교 외부 활동 및 교류를 통해 교사가 에너지와 활력을 얻을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여섯째, 사립학교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지원할 수 있는 학교지원센터나 연구소를 설립하여 사립학교 교육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면 좋다. 원래 국제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국제바칼로레아(IB)이다. 학교철학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교연합기구가 만들어지고, 내실있는 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컨설팅할 수 있는 외부기관이 필요하다. 교육청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일부 사학 비리를 감시하고 사립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신력이 있는 비정부기구(NGO)가 필요하다.
일곱째, 사립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그에 맞는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립학교는 공립학교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대체 보완하는 학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립학교를 신설하려고 해도 기존 공립학교가 있으면 불허된다. 사립학교가 건학이념과 학교철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교 다양성을 인정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 국가가 공립학교 학부모들에게는 교육비 100%를 지원하고, 자유학교 학부모들에게는 70%를 지원한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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