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혁신학교?

혁신학교+미래학교?, 미래학교의 전 단계?, 새로운 학교 모델?

그동안 혁신학교 정책과 운동은 왜곡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공교육 학교 혁신 모델로서 많은 성과를 나타냈다. 민주적 학교 문화를 기반으로 학교 자치 문화가 뿌리내리게 하였고, 지역 사회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이끌어내면서 교육과정 재구성, 배움 중심 수업, 과정 중심 평가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학생 생활 지도에 있어서 인권을 강조하고, 생활교육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일부 혁신학교의 경우, 기존의 연구시범학교처럼 운영하는 ‘무늬만 혁신학교’인 경우도 있었다. 업무 증가로 인한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기피 현상과 ‘혁신’ 자체에 대한 피도로가 올라가서 일반 학교로 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를 확산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혁신학교 운영이 잘 이루어져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립학교의 경우, 인적 구성원이 교체되면서 혁신 리더쉽의 재생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일부 혁신 리더 그룹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보수 학부모들의 오해로 인하여 학력 문제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최근 시대의 변화와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미래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학교에 대한 다양한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로서 미래학교는 지향하는 가치와 역량,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왜냐하면 미래 사회의 특징상 모호하고, 불확실하며, 예측하기 힘들고, 복잡하다는 속성으로 인하여 미래학교를 하나의 표준화된 모델로 제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학교는 추구하는 가치와 역량에 따라 다양한 모델로 제시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현재 일반학교가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미래학교로 발전하기에는 뛰어넘어야 할 현실적인 제약과 한계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학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능동적인 자세와 도전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기에 현실적으로 미래학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혁신학교들이 미래학교로 발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이 될 것이다.

즉, 혁신학교와 미래학교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가교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미래형 혁신학교’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미래형 혁신학교란 ‘그간의 혁신학교가 거둔 성과 위에 과감한 상상력과 실험으로 ‘학교다움의 최대치’를 구현하기 위한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이다. 그런데 미래형 혁신학교 모델은 완결된 모델이 아닌 현장 적용과 실천을 통해 정교화 작업이 필요한 모델이다.

올해 교육부는 미래형 혁신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혁신학교의 고유한 가치와 철학을 실현하면서, 질적 도약을 위한 개선사항을 파일럿으로 시범·적용하는 미래형 혁신학교 정책을 도입하였다. 11개 시도교육청에서 희망교를 지정 운영하고 있으며, 시도별로 ‘성장지원단’을 구성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현재 미래형 혁신학교는 시도별로 명칭이 다르며, 성장지원단 구성 및 운영도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 (모델 개발) 혁신적인 교육과정 운영, 지역연계, 행정 공간 인사혁신, 에듀테크 결합 등 과감한 상상력을 시범 적용하고 혁신모델 개발 - 미래형 혁신학교의 명칭과 모델은 시도교육청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추진 중으로, 이를 종합하면 크게 모델로 유형화 가능 ◦ (교육과정) 혁신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도입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21년에는 시도 자체 연구학교 지정*을 통해 자율권 확대 우선 추진 ◦ (지역연계) 미래형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학교밖 학습, 마을교육과정 등 학교와 마을 협력사례를 확산하고, ‘학교-교육청-지자체’ 협력체제와 연계하여 마을-학교 연계 우수모델 개발 등 마을과 연계된 동반 성장 추진 ◦ (학교자치) 행정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학교자치를 위해 학교교육 본질에 충실한 행정혁신 모델화 시범 적용 ◦ (공간혁신) 미래형혁신학교 창의적인 교육과정과 지역연계 활동 연계‧지원을 위한 학교공간혁신 구축사업 연계 추진 - 사용자 참여설계를 통한 ‘영역단위 공간혁신 사업‘과 40년 이상 노후학교를 미래학교로 바꾸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와 사업연계 ◦ (에듀테크) 혁신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함께 온·오프라인 연계 에듀테크를 활용한 창의적 교수학습방법, 평가혁신 시범 도입 - ‘온라인 콘텐츠 활용 선도학교’ 사업과 연계, 미래형 혁신학교에 학생 디지털기기 보급 및 혁신사례 확산 추진

<출처: 2021년 교육부 미래형 혁신학교 추진 방안>

미래형 혁신학교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이 생긴다. 개념상 ‘학교다움의 최대치를 구현한 학교’에서 ‘학교다움’의 의미가 무엇인가? 다시 말해 ‘학교다움’의 개념이 모호해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원래 ‘-다움’의 개념은 유교적 개념에서 근원한다. '君君(군군)臣臣(신신)父父(부부)子子(자자)'는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나라의 임금인 경공(景公)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孔子)가 한 대답이다.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하늘이 부여한 사명에 따라 각자가 타고난 역할을 깨닫고 그 역할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혁신에서 ‘학교다움’을 말하려면 학교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각자의 신념과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은 완결된 모델이 아닌 현장 적용과 실천을 통해 정교화 작업이 필요한 모델이라면, 학교마다 다양한 미래형 혁신학교 모델을 추구한다고 가정할 때 미래형 혁신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 미래형 혁신학교 모델은 열린학교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모델이 애매모호하면 또 다른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러므로 미래형 혁신학교 모델에 대한 연구와 실천, 반성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래형 혁신학교 관련 설문 조사 결과

최근 교육디자인네트워크에서는 대전시교육청 주관 ‘대전형 혁신학교(창의인재학교) 평가체제 연구’를 수행했다. 여기에서 미래형 혁신학교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주요 내용에 대하여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미래학교의 가치와 역량, 교육과정, 공간 혁신, 에듀테크 활용, 지역 사회 연계 문제 등에 대하여 대전 지역 전체 혁신학교(총 26개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첫째, 미래교육의 지향점과 관련하여 교원들은 책임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에 강조를 두었다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는 학습에 대한 지속적인 흥미와 동기를 중시하였다. 4년차 이하인 혁신학교에서는 학습 흥미와 동기를 중시했다면 5년차 이상인 혁신학교에서는 개인과 사회 공동의 행복 추구를 중시여겼다.

둘째, 미래학교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창의성, 도덕성, 책임성, 민주성을 들었고, 인공지능교육, 인성교육, 진로직업교육을 보다 강조하면 좋겠다고 응답하였다.

<표 1> 학교급별 교육주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래학교에서 강화되어야 하는 교육 내용

번호	항목 내용	교원			학생			학부모
		초	중	고	초	중	고	초	중	고
①	안전‧건강교육				4위	3위	3위	2위	3위
②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교육	1위	1위	3위	1위	2위	2위		2위	1위
③	수학‧과학교육				2위
④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소양교육), 미디어 교육				4위
⑤	민주시민‧세계시민교육	1위	3위	1위
⑥	진로‧직업교육				2위	1위	1위		4위	3위
⑦	기후환경 변화 등 생태전환교육							3위
⑧	인문학적 소양교육 (글쓰기, 독서, 철학 등)	3위	2위	1위
⑨	인성교육						3위	1위	1위	2위
⑩	기타

 

셋째, 교육과정 편성에 있어서 학생의 역량과 관심 분야에 따라 맞춤형 역량 개발을 위한 창의적 체험 활동 구성, 미래 역량 중심 교육과정 구성, 개인맞춤형 교육과정, 학교 교과목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표 2> 학교급별 교육주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래학교 교육과정 편성 내용

번호	항목 내용	교원			학생			학부모
		초	중	고	초	중	고	초	중	고
①	지식정보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삶과 연계된 미래역량 중심으로 학습경험을 재구조화하여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1위	1위	2위	1위	3위	4위	2위	2위	2위
②	학생의 역량과 관심 분야에 따라 맞춤형 역량개발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재)구성한다.	2위	2위	1위	3위	1위	1위	1위	1위	1위
③	기존 교과를 융합 교과, 집중이수, 블록 수업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 가능한 맞춤형 역량개발 과목으로 수정 또는 신규 개발한다.	3위	3위	3위	3위	4위	3위
④	개별 학생의 역량개발 요구에 따라 자율적으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2위	2위	2위	3위	2위
⑤	역량기반 교과 간 융합 수업 주제를 공유하고, 수업 운영은 교과별로 진행한다.
⑥	지역자원 활용, 지역 경제활동 참여 등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의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2위

 

넷째, 미래학교 건물과 학습공간과 관련하여 소통과 공유의 공간, 감성힐링 공간, 친환경 학교 건물 설계, 융합교실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표 3> 학교급별 교육주체가 우선적으로 필요/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래학교 건물과 학습공간

번호	항목 내용	교원			학생			학부모
		초	중	고	초	중	고	초	중	고
①	친환경 학교건물을 설계한다. (예: 태양광 유리, 옥상정원, 빗물저장소 등)		4위		1위	1위	1위	2위		3위
②	첨단기술이 통합된 지능화된 학교건물을 설계한다.		3위			3위	2위
③	지역공동체센터로서의 학교건물을 설계한다. (예: 도서미디어센터, 공연 공간 등 지역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			1위			6위		3위	4위
④	융합교육 교실을 만든다. (예: 창의교과교실, 예술교과교실, 체험교과교실 등)	3위	5위	2위	2위		4위	4위	1위	1위
⑤	소규모 협력학습실을 만든다. (협업, 탐구, 커뮤니케이션 향상을 위한 전용공간)	3위		4위						4위
⑥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든다. (예: 다양한 디지털 장비로 창작할 수 있는 열린 작업 공간)
⑦	감성 힐링 공간을 만든다. (예: 안정이나 자각, 평정에 도움이 되는 여백공간, 실내정원, 노래방, 만화방, 놀이 공간, 운동 공간 등)	1위	2위		3위	2위	3위	2위	4위	6위
⑧	소통과 공유의 공간을 만든다. (예: 친구들과 소통하고, 소속감을 도모하는 친교 공간, 학생회실, 휴게실 등)	2위	1위	3위			4위	1위	2위	2위
⑨	연구, 협력적 수업 설계 등 전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사의 전용공간을 만든다.
⑩	학교도서관이나 수업자료실을 만든다. (예: 도서관, 수업자료와 첨단기기 등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공간)

 

'미래형 혁신학교'의 핵심은 결코 에듀테크 활용 교육이 아니다!

에듀테크 활용 교육이나 디지털 기반 교육은 미래학교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기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미래학교를 ‘기술지상주의’로 격하하면 오히려 학교 현장에 더 큰 혼란만 생길 뿐이다. 미래형 혁신학교의 핵심은 미래 지향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문제이다. 즉, 미래형 혁신학교는 미래지향적 가치와 역량이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학교 공간, 에듀테크, 마을 연계 교육 활동으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혁신학교 정책이나 운동에 있어서 과감하게 ‘혁신’이라는 명칭을 떼어버리고, 미래지향적 가치와 역량을 담을 수 있는 새 이름으로 학교혁신 모델을 제시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