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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라!

by 김현섭 2021. 9. 2.

왜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인가?

학생수 감소 시대에서 학교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학교만의 특색과 장점이 잘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1971년생 인구는 약 100만명이지만, 현재 고등학생은 약 50만명, 초등학생은 40만명 수준이고, 2020년 출생아는 약 27만명이다. 지금 인구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현재보다 절반의 학교가 사라져야 할 실정이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학생 수 감소는 학교 존립 여부와 교사 정원 유지에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 학교만의 특색이 분명하게 교육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으면 학교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세종 수왕초나 전북 회현중의 경우, 학생수 감소로 인하여 학교가 사라질 위기까지 경험했지만, 혁신학교로서 거듭나고 학교 구성원들이 노력한 결과, 학교 특색 교육과정을 갖추게 되었고, 학생수도 늘어나서 오히려 공간 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와 특성을 반영하여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학생들의 배움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외동 자녀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편 교육 안에서 개별 학생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려면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과 개별화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구현이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국가 교육과정에서 다 담아낼 수 없다. 안전 교육, 민주시민 교육, 생태교육, 인권 교육, 다문화 교육, 세계시민교육, 인공지능 교육,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국가 교육과정 차원에서 교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학교 교육과정 차원에서 해당 주제를 교과목으로 개설하거나 창의적 체험 활동 등으로 담아내면 이를 운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좋다.

학교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교육과정 기획력과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 사실 학교 교육과정을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려면 교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주어진 교과서대로 수업하기도 바쁜데, 교재도 없이 알아서 수업을 하라고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교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교육과정 역량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군산 회현중 수업장면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학교 특색 과목 개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고 중앙집권형 문화에서 지방분권화를 강조한 지방자치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도 교육자치, 학교자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과정 운영도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대강화와 지역 교육과정 및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 강화, 그리고 교사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을 살펴보면 학생의 진로적성, 학습수준에 따른 탄력적인 맞춤형 교육 제공을 위해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근거를 마련하고 다양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업 운영의 다양화를 위해 교과목 시수 증감 및 교육과정 재구성 범위 자율성을 확대하고, ·오프라인 수업이 자유로운 형태로 재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교과목 20% 증감 수준보다 추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학생 맞춤형 교육 제공을 위해 학교장 선택과목 활성화,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위학교에서 학교 특색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자율권이 현재보다 늘어날 것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는 의미이다. 올해 일부 교육청에서는 지역 교육과정 총론을 통해서 학교 특색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였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자율과정’, 충북교육청은 자율탐구과정’, 전북교육청은 학교 교과목 개발이란 이름으로 학교 특색 과목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 학교자율과정 시수표

 

사실 기존 20% 증감만 잘 활용해도 다양한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다만 학교 차원에서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고, 막상 시도하려고 해도 운영에 따른 현실적인 준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이를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현중 2021학년도 2학기 교육과정 재구성안(학생용)

 

학교 특색 과목 개설을 위한 7가지 제안

학교 차원에서 학교 특색 과목을 개설하려고 해도 막상 어떻게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 참고할만한 사례가 많지 않다. 그래서 학교 특색 과목 개설을 위한 제안을 다음과 같이 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범교과적인 주제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예컨대, ‘평화’, ‘행복’, ‘생태전환’, ‘미래등을 주제로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경기 덕양중학교는 현재 교육과정 재구성 형태로 평화를 주제로 주제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발전시켜서 평화라는 과목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행복연구센터의 행복교과서를 활용하여 행복과목을 개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제가 아니라 활동에 초점을 두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예컨대, 과제 연구, 프로젝트, 독서토론 등으로 과목명을 정하는 것이다. 서울 창덕여중의 경우, 하브루타 운동에 영향을 받아 짝토론과목을 2016년 교육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짝토론과목에서는 하브루타 독서토론 방법, 인권, 환경,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젝트 기반 수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운영하고 있다. 활동 중심 과목의 장점은 다양한 콘텐츠를 유연하게 넣거나 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과목을 개설하면 미디어 교육 외에 다른 내용을 담아내기 힘들지만, 활동명으로 하면 다양한 내용을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다.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활동 중심 과목은 교사들이 바뀌어도 융통성있게 운영할 수 있기에 좋은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지역 특색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예컨대, ‘전주김포등으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다. 전주 덕일중학교의 경우, 이번 2학기에 전주천환경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바로 옆에 전주천이 흐르고 있는데, 이를 생태환경 교육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그런데 전주천은 소주제라서 확장성이 적기 때문에 내년에도 동일 주제로 풀어가기 힘들지만, ‘전주라는 과목을 만들게 되면 전주의 역사, 지리, 문화, 환경 등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기 고장에 대한 애향심(愛鄕心)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전주과목이 지역적 한계에 머물지 않도록 보편적인 주제인 생태’, ‘역사’, ‘평화’, ‘도시재생등으로 연결하면 좋을 것이다. , 작은 소재(Topic)를 통해 보편적인 주제(Thema)로 다루는 접근이 좋다. 학교에서 지역 특색 과목을 개설하게 되면 지역교육청이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점도 있다.

넷째, 진로 탐색을 주제로 범교과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진로와 직업이라는 과목도 있고, 진로 교사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진로 탐색 과목은 특정 진로 교사가 혼자서 담당하는 교과 수업이 아니라 전체 교사들이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서 진로 탐색 동아리를 구성하여 진로 탐색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관심있는 직업군을 선택하여 해당 직업 세계를 탐색하고 자료를 찾아 토론하고, 해당 분야의 직업 종사자를 초청하여 이야기하고, 해당 직업 인턴쉽 프로그램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소명중고등학교는 ‘7MM’ 내지 사회소명이라는 과목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아 운영하고 있다.

다섯째,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예컨대, 중학교 1학년 과목으로 자존감’, ‘공부 습관 세우기’(학습코칭) 등을, 중학교 2학년 과목으로 관계’, ‘사회적 기술등을, 중학교 3학년 과목으로 진로 탐색’, ‘전문가 연계 프로젝트등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이미 교육과정 재구성을 잘하고 있는 학교들은 학년별 주제를 정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과목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주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원하는 주제로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학교 밖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영화제작’, ‘뮤지컬’, ‘드론’, ‘메이커 교육’, ‘적정기술등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프로젝트 기반 수업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은 궁극적으로 학생 개설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는 접근이 될 것이다. 현재 충남 별무리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340개 과목 중에서 학생 개설 과목을 약 150개 과목 정도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일곱째, 시기적 특성을 고려하여 집중이수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과목을 개설, 운영할 수 있다. 예컨대, ‘국토순례’, ‘여행’, ‘인턴쉽’, ‘문화 산책등의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다. 국토순례나 여행, 인턴쉽 활동 등은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진행하기 좋은 내용이다. 창체 활동으로 진행할수도 있겠지만 과목 개설 형태로도 진행할 수 있다. 과목 개설의 경우, 해당 과목을 이수하고 학점으로 부여할 수 있으면 더욱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3이나 고3처럼 2학기 기말 고사나 입시 이후 학습 분위기가 무너져서 정상적인 수업 운영이 쉽지 않은 경우, 전체 수업 시간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운영하거나 이를 과목으로 체계화하여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원 용성중 교육과정 개발 워크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