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사들 앞에서 수업공개를 하는 목적은 수업 공개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수업자의 수업성장을 돕기 위함이다. 교사의 수업 성장은 동료 교사들과 교육전문가의 검증과 피드백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수업 행위 자체가 교사의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가르침과 배움이 이루어지는 공적인 행위이다. 그래서 일상 수업도 늘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기 수업 공개를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게 여긴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자기 수업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기 수업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수업자는 자기 수업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자기 수업의 단점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마치 친구를 자기 집에 초대했을 때 깔끔하게 청소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공개 수업도 교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구조화된 수업으로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개 수업관찰자들이 자기 수업에 대하여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에 누군가로부터 내 수업을 공개하는 자체가 교사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둘째, 많은 교사들이 자기 수업을 개인적인 사적인 행위(privacy)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일상수업에 대하여 누군가 사전 동의없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교사들은 교장이라고 하더라도 사전 동의없이 자기 교실에 들어오면 마치 교권(敎權)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셋째, 교사가 수업공개의 목적과 맥락에 따라 공개 수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부모 공개수업의 경우,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통해 학교에 대한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연구선도학교의 경우, 해당 주제에 맞추어 공개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 및 인공지능 소양 교육 연구학교라면 디지털 및 인공지능 활용 수업을 교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사가 아무리 일상수업을 잘 진행한다 하더라도 디지털 및 인공지능 활용 수업방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넷째, 교사가 예전에 경험했던 수업공개 및 수업강평회가 좋지 않았던 경험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존 수업공개 및 수업강평회 문화를 살펴보면 수업자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기존 수업강평회는 대개 수업관찰자들이 수업자의 수업에 대하여 칭찬하고,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칭찬하기 단계에서 수업관찰자들이 수업자의 장점에 대하여 칭찬을 하면 일단 수업자는 기분이 좋을 수 있겠지만, 과도한 칭찬, 형식적인 칭찬, 선천적인 특성에 근거한 칭찬은 수업자의 수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판하기 단계에서 수업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외부의 비판이 사실(fact)일수록 수업자가 마음의 상처가 된다. 수업자 입장에서는 공개수업 이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 부분이 마음 속에서 걸리는데, 그러한 부분을 외부자들이 직접 지적하면 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대개 수업자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심리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수업강평회 시 심리적 방어기제(정신분석학) 사용 사례]
유형 | 설명 | 사례 |
부정 (denial) |
위협적인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림으로써 불안을 방어해 보려는 수단 | “제가 수업시간에 그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어요” |
투사 (projection) |
자신의 자아에 내재해 있으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다른 사람의 특성으로 돌려 버리는 수단 | “오늘따라 (내가 긴장했지만) 아이들이 긴장해서인지 발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
합리화 (making excuses) |
실망을 주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럴듯한 구실을 붙이는 것 | “오늘 시간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이들의 학습 활동 시간이 예상보다 초과됐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아이들의 활동은 교사의 예상을 항상 뛰어넘지 않나요? 시간이 부족하면 다음 시간에 진행하면 되죠.” |
철회 (Undoing) |
자신의 욕구와 행동(상상속의 행동 포함)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느낄 때, 그 피해적 행동을 중지하고 원상복귀 시키려는 일종의 속죄 행위 | “제가 아이들에게 엄격하게만 지도한 것 같네요.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할게요” |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접촉경계 혼란 행동 사례]
유형 | 설명 | 사례 |
내사 (introjection) |
사회적 가치들을 그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면적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 | “고등학교 수업은 입시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수능 중심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수능 중심 문제풀이식 수업은 제 수업철학과 다른 부분도 있어서 늘 충돌되는 부분이 있어요” |
융합 (confluence) |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간에 차이점이 없다고 느끼도록 합의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 현상 | “아이들의 수업 반응이 좋으면 저도 기분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도 무능한 교사가 된 것 같아 힘들어요.” |
반전 (retroflection) |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대하여 하고 싶은 행동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 | “일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싶지만 화를 내기 힘들잖아요? 그렇다보니 참고있는 제 자신에게도 화가 많이 나요” |
자의식 (egotism) |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고 관찰하는 현상 | “제 수업에 대하여 어떻게 보셨어요? 부족한 부분도 많죠?” |
편향 (bias) |
감당하기 힘든 환경과의 접촉을 피하거나 약화시키는 것 | “아이들이 제 수업 시간에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대체로 중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과학은 더 그렇구요.” |
심리적 방어기제 자체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되면 외부의 피드백이 수업자에게 수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 수업관찰자(외부자)들이 의미있는 피드백을 했다 하더라도 정작 수업자를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수업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 해당 수업관찰자가 수업공개를 할 때, 자기가 당한 만큼 보복적인 태도로 공격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업자가 수업관찰자보다 선배인 경우는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하여 관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수정 보완할 부분이 보여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해결책 제시하기 단계에서 수업관찰자는 수업자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수업관찰자가 학교관리자나 장학사, 선배교사일수록 공식적인 권위가 있기 때문에 수업자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런데 수업관찰자(외부자)의 피드백이 수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수업관찰자(외부자) 입장에서는 수업자와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했던 방안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피드백하지만, 수업자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예컨대, 남교사가 학생들을 관리하는 방법과 여교사가 학생들을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고경력 교사가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과 저경력 교사가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 다르다. 생존과 힘의 욕구가 높은 교사는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사랑과 자유의 욕구가 높은 교사는 경계선 수준이 낮다. 즉, 교직 경력, 성별, 성격, 교수 유형 등에 따라 동일한 문제도 해결하는 방식이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초임 교사의 경우, 교직 실무 경험이 부족해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생존의 욕구가 높은 교사는 두루뭉술하고 돌려서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이야기해 주는 것은 선호한다.
[참고문헌]
김현섭(2013), "수업을 바꾸다", 수업디자인연구소
김정규(2015), “게슈탈트 심리치료”,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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