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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풀어가야 할 숙제들

by 김현섭 2021. 4. 21.

어제 교육부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향후 개정 추진 계획이 발표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은 혁신적 포용 인재 육성을 목표로 개별성과 다양성, 분권화와 자율화, 공공성과 책무성, 디지털 기반 교육으로 제시하였다. 추진 과제로는 미래 역량 중심 교육과정,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 교육과정 개정 체제 개선, 교육과정 지원 체제 구축으로 설정하였다. 특히 고교학점제 도입의 기반을 마련하여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에듀테크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수업 등 미래형 교육과정 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지역·마을과 연계한 교과목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중학교에서는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도록 하였다. 또한 생태전환교육,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소양, 민주시민교육 등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22 교육과정 개정 추진은 해당 전문가 뿐 아니라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참여단이 쟁점별 숙의 토론을 하고,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이 잘 이루어지려면 현행 2015 교육과정 운영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7차 교육과정은 구성주의 교육과정이었다면 2015 교육과정에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였다. 그런데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제시했지만 각론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교과 교육과정은 학문중심 교육과정이었고, 교과 이기주의 문화가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적정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총론과 각론이 동시에 논의되다 보니 총론 참여자가 각론에 참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원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총론에 대한 합의가 잘 이루어지고 나서 각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총론 논의 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총론 참여자가 각론에 일정 부분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과별 교육과정 구성 시 교육내용학 전공자들 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과 이기주의 문화를 극복하려면 다른 영역의 전문가나 사람들도 참여하여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요구를 국가 교육과정에서 모두 수용한다면 교육과정의 분량이 비대해져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커진다. 안전교육, 성교육, 민주시민교육, 인성교육, 인권교육, 세계시민교육, 미디어교육, 생태전환교육 등은 필요하지만 법을 만들어 의무 교육시간을 강제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가 학교수준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요구를 학교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어떤 내용이 꼭 필요해서 국가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면 기존 내용 중 그만큼의 내용을 덜어내야 한다. 예컨대, 민주시민교육을 법정 시수로 정하여 의무화한다면 그만큼 사회과 수업시수를 감축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사회과 수업 시간이나 창체 활동 시간에 민주시민교육 내용을 포함하여 운영하고 이를 교육활동 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 새로운 것을 더하려면 먼저 덜어내기를 하고 나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나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늘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율성이 올라갈수록 그만큼의 책무성이 올라간다.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율성 확대는 교육 활동의 부실로 이어져서 학부모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의 긴장감은 전문성으로 메울 수 있다. 자율성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교육과정의 전문성은 교사 개인이 아니라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한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다. 특정 교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서 교육과정 운영이 잘 이루어진다면 일단은 좋겠지만 해당 교사가 더 이상 해당 과목을 가르칠 수 없거나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면 교육의 질도 함께 저하될 수 있다. 반대로 담당 교사의 역량이 부족하여 교육과정 운영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육의 질 저하 현상으로 인하여 학부모들이 반발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사학습공동체 차원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공동 교육과정 디자인 모임을 통해 전문성을 올리고 함께 실천하고 반성하면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제가 뒷받침되어야 처음 도입 단계에서는 다소 어설프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점차 내실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교 학점제가 잘 정착되려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복잡한 시간표 운영 문제, 교사 수급 문제 및 역량 강화 문제, 공간 문제, 소인수 과목 운영 문제, 평가 문제 등이 있다. 소인수 과목 문제나 평가 문제 등은 개정 교육과정에서 잘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당국에서 고교 학점제 정책 추진에 있어서 확고한 의지와 세심한 전략, 그리고 지원을 해야만 한다. 만약 고교 학점제에 대한 교육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평가 체제, 예산 지원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학교 현장에 많은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온라인 수업이 도입되었기에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면 코로나 19가 종식이 되더라도 미래교육의 담론을 현실화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과 한계도 분명한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온오프 연계 교육을 통해 다양하고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온오프 연계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 인프라 구축이 잘 진행되어야 한다. 온오프 연계 교육 활동이 일반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한 가지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오프 연계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 온오프 연계 교육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도구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과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도구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개정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입시 문제와 평가 체제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교 학점제를 한다고 하면서 상대평가인 수능의 비중을 올린다면 이는 논리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 중학교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늘리고 수능에서 이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강조하면서도 공정성을 담보한 것이 국제 바칼로레아(IB)이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IB 점수를 인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IB 본부에서 IB 회원 학교들의 교육과정과 평가의 질을 관리한다. 서술형·논술형 평가 시 무기명으로 채점하되, 스파이 답안지를 넣어서 실제 채점 점수를 확인하여 점수 부풀리기 현상을 방지한다. 국제 바칼로레아(IB) 같은 교육과정과 평가의 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우리도 구축해야 서술형·논술형 평가도 내실있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국제 바칼로레아(IB)를 잘 벤치마킹하여 한국에 맞는 한국형 바칼로레아(KB)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평가의 타당성과 공정성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