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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혁신학교, 그 너머를 꿈꾸다

by 김현섭 2021. 4. 27.

혁신학교 운동을 냉철하게 돌아보다

2009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정책이 추진된 지 이미 12년이 지났다. 이후 전국적으로 혁신학교 운동과 정책이 꾸준하게 추진되고 있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전체 일반 학교에 공유하려는 혁신학교 확산 정책(혁신공감학교 등)도 추진 중이다. 원래 혁신학교 운동은 남한산초, 이우중고교 등 아래로부터의 혁신 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교육청 차원에서 위로부터의 혁신 운동정책으로 추진되었다. ‘아래로부터의 혁신 운동위로부터의 혁신학교 정책이 만나면서 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들이 꽃피우게 되었다.

하지만 혁신학교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혁신학교의 성과가 일반학교로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고, 일반 교사들의 혁신피로감도 누적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 진영의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와 비판도 여전하다. ‘아래로부터의 혁신학교 운동을 이끌어오던 리더들이 교육전문직으로 진출하면서 혁신학교 지원 정책은 한층 탄력을 받았지만, 반대로 일선 혁신학교에서는 혁신학교 리더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혁신학교 리더가 재생산되고 학교혁신 활동이 학교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못하게 되면, 성공적인 세대 교체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혁신학교의 질 문제로 연결되었다. 혁신학교의 성과는 대개 현장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는데, 늘어나는 혁신학교 숫자만큼 혁신학교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열정있게 실천하는 교사들이 늘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 결과 무늬만 혁신학교도 나타나게 되었고 이는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일부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자기 성과에 스스로 도취되어 자만감에 빠져서 더 이상 연구하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교 내 폐쇄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소속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에 빠져버리게 되면 더 이상 혁신학교라고 보기 힘들다. 이는 과거의 성공으로 인하여 현재의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교사들 간의 혁신 노선 다툼으로 인하여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도 있다.

교육청에서는 잘 운영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래서 우수한 혁신학교가 기존 혁신학교의 성과를 넘어 혁신 선도(거점)학교, 모델학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혁신거점학교, 혁신자치학교, 혁신더하기 학교 등 지역마다 명칭은 각기 다르지만, 혁신학교 모델학교로서 그 역할을 부여했다. 그런데 어떤 혁신학교들은 교육청 기대 이상으로 그 역할을 잘해나가는 학교도 있었지만 어떤 혁신학교들은 내부 관심사에만 매몰되어 있고, 운동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다른 혁신학교나 일반학교의 혁신을 이끌어가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자율성, 책무성의 긴장감, 가교로서 전문성

혁신학교는 학교의 자율성을 기본적으로 지향한다. 지방자치, 교육자치, 학교자치 맥락에서 강조하는 것이 학교의 자율성이다. 학교 자율성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가 스스로 교육 활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자발성이 생길 수 있고, 자발성이 있어야 열정과 헌신의 에너지가 나와서 해당 교육 활동에 대한 교육적 성과로 이어진다. 기존 연구시범학교들은 연구 승진 점수나 예산 등 외적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기에 인센티브가 있을 때는 열심히 하지만 인센티브가 사라지게 되면 원래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그런데 혁신학교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했기에 일정한 교육적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학교의 자율성이 뒷받침하는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이다. 학교 민주주의가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구조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학교자치의 핵심은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에 달려있다.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으로 드러나면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3주체의 교육 만족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인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생태전환교육, 인권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국가 교육과정 차원에서 모두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교육부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를 토대로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학교 교육과정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교육청은 일선 학교와 달리 상대적으로 책무성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혁신학교마다 교육적 성과가 각기 다르고, 일부 혁신학교들은 무늬만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학교를 잘 운영하는 학교들도 현재보다 더욱 잘해서 다른 혁신학교, 다른 일반학교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무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별도의 혁신학교 평가지표를 만들어 공통지표와 자율지표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혁신학교 성과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혁신자치학교 평가지표 개발 사례]

가치

운영철학

추진과제

실천과제

미래

지향성

비전과

정체성 확립

자생적 노력을 통한 학교비전과 철학을 유지, 심화, 발전, 확산

혁신자치학교로서의 정체성 확립

창의성

창의적

교육과정 구현

학생 중심의 미래 교육 구체화

모두의 성장을 위한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

역량(참학력, ◯◯형 학력) 강화

민주성

민주적

자치 경영

소통과 참여의 공감적 문화 조성

수평적 리더십을 통한 협력적 문제 해결

의사 결정 구조와 과정의 민주화

자발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자율경영체제 구축

주도성

3주체 자치활동

활성화

교육 3주체의 자치역량 강화

교사 학습공동체를 통한 성장과 협력 강화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 학교 참여 활성화

공동체성

공동체

문화 조성

존중과 배려의 학교 공동체 형성

책임과 회복의 학생생활교육공동체 실천

실천하는 민주시민교육

공공성

사회적

책임 강화

교육활동 중심의 교무-행정 협력적 행정지원체제

일하는 방식 개선을 통한 교육환경 조성 및 합리적 재정 운영

소외 없는 배움을 지원하는 책임교육 실천

연속성

혁신교육의

지속 및 심화

학교-학교, 학교-교육청의 수평적 협업체계 구축

현장 중심의 사무.인사.재정 지원 확대

지역사회와의 연계 강화

 

그런데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는 일종의 긴장감이 존재한다. 일부 혁신학교는 우리끼리 알아서 잘할테니까 교육청이 더 이상 간섭(?)하지 말고, 인적 지원, 예산 지원만 해달라고 요구한다. 반대로 교육청은 우수한 혁신학교는 더 잘해야 한다고 하고, ‘무늬만 혁신학교는 질 관리를 위한 컨설팅(?)을 하겠다고 한다. 사실 컨설팅(Consulting)은 원래 의뢰인(단체)이 컨설던트(전문가)에게 도움이 요청하면, 컨설던트(전문가)가 의뢰인(단체)의 필요에 맞추어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자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뢰인이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컨설팅을 의무화하고, 3자가 나서서 컨설던트를 연결해주겠다고 하면 컨설팅이라고 보기 힘들 뿐 아니라 컨설팅 활동이 이루어져도 그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현재 혁신학교 컨설팅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성과 전문성 사이의 일종의 긴장감을 해결해주는 것은 전문성이다. 사실 학교 자율성의 근거는 학교나 교사의 전문성에서 비롯된다. 전문성이 있는 학교나 교사들에게 자율성이 부여하면 놀라운 교육적 성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전문성이 있어도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전문성이 좋은 성과로 연결되기 힘들다. 예컨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학교 특색 과목 신설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는 교육과정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학교나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교육과정 전문성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예컨대, 오랫동안 교과서만 가르치는 교사에게 갑자기 교과서 없이 자유롭게 가르치라고 하면 오히려 해당 교사에게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전문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면 결국 방임이나 방치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부여했더니 일부 학교가 이를 악용하여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에 유리하게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교사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내용이나 수준 이하의 내용을 교권이나 교육과정 자율성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마음대로 가르치려고 한다면 결국 학부모의 반발이나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평가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

전문성은 교육목표의 도달과 성취를 통해서 검증된다. 예컨대, 수학 수업 시간에 진도를 나가지 않고, 수업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놀이 활동을 해서 학생들도 좋아하고 교사도 기분이 좋았더라도 이를 전문성이 있는 교육활동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전문성은 교사(학교) 개인이 주장한다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동료 교사(다른 학교)들이나 교육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을 때 생긴다. 교사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이 보편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 교육 활동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교육 만족도 향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가르침은 배움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쳤어도 학생들이 잘 배우지 못했다면 실패한 가르침인 것이다. 반대로 교사가 별로 가르치지 않았어도, 학생들의 배움이 잘 일어나고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면 성공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성 신장은 교사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해당 분야의 책을 읽고, 책 나눔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조율하고, 학교 비전과 철학 아래 해당 영역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경험을 통해 성과를 드러내고 교육활동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통해 피드백을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지면 교사 집단 이기주의로 흐르거나 목소리가 큰 사람들에 의하여 학교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전문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발휘되기 힘들 것이다. 결국 혁신학교라는 자동차는 자율성과 책무성,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세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가야 이루어질 수 있다.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관계, 연속성과 단절성의 역설로!

최근 미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학교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고, 미래학교에 대한 다양한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교육을 지향하는 미래학교는 다양하고 유연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학교로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학교이다. 미래학교는 단순한 테크놀로지 기반 교육, 디지털 기반 교육이 구현된 학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지상주의는 미래학교가 피해야 할 요소일 뿐이다.

이제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현재의 학교들이 혁신학교를 넘어 미래학교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관계는 연속성과 단절성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교육부가 미래형 혁신학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혁신학교와 미래학교를 연속성 차원에서 이해하여 만든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부 혁신학교 구성원들은 미래학교 담론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미래학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혁신학교의 성과가 미래학교의 원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는 끊임없는 혁신의 과정을 통해 운영되는 학교이다. 혁신학교는 혁신이 완성된 학교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를 혁신하는 학교라는 것이다. 미래학교의 유연성은 혁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미래학교는 미래를 향해 현재를 끊임없이 혁신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학교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혁신학교와 미래학교는 연속성 차원에서 관계를 규정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현재의 혁신학교가 미래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일반학교가 갑자기 미래학교로 거듭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혁신학교 정책의 운영 방식은 기본적으로 계몽주의적 접근에 근거하고 있다. , 혁신학교란 자고로 이러이러한 학교이니까 교육청에서 제시한 방향에 따라 운영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몽주의적 혁신학교 추진 정책 방식으로 미래학교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미래학교의 주요 특징이 다양성과 유연성이기 때문이다. 마치 도()를 도()라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 도()라고 말할 수 없다는 노자의 가르침처럼 미래학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단절성이 요구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혁신학교에서 과감하게 혁신을 떼어버리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것처럼 이제는 새로운 이름으로 혁신학교 운동의 성과를 유지하면서 미래교육에 대한 담론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소위 발전적 해체를 통해 교육의 3주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 운동으로서 미래학교 운동으로 도약하면 좋겠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
창덕여중 짝토론 교육과정 일부
군서미래국제학교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