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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미래교육의 방향과 역설

by 김현섭 2021. 5. 14.

미래교육의 방향

최근 미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4차 산업혁명 담론 이후 기술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듀테크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 교육은 현재 우리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래 사회의 변화가 예측하기 힘들고,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보다 나은 미래사회가 도래한다면 미래에 대하여 큰 고민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살아가도 되지만 현재보다 힘든 사회가 된다면 미래 교육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미래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이 미래 교육 담론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2030년 미래 교육의 모습과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네트워킹

물리적 공간과 온라인 공간이 실시간 연동될 것이다. 교육은 학교 교실 너머로 확장되고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의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전문 기관과의 네트워킹이 강화되고 교사와 전문가들이 연결되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학교 안팎에서 인적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고, 교사와 학습자 간에 실시간 의사소통과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네트워킹을 통한 글로벌 교육이 시도될 것이다.

 

▪ 스마트 학습 공간

학습 공동체를 위한 시스템과 웹 서비스, ICT 활용이 극대화될 것이다. ICT 학습과 네트워킹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다. 프로젝트 기반의 협력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며 컴퓨팅 사고력이 강조될 것이다. 교육은 디지털 정보 네트워크가 가진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 학습 관리 및 지원 체계가 형성되고, 공간적 다양성·융통성·활용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교사, 학생 간 실시간 의사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스마트 학습 체계가 구축되고, 스마트 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조성될 것이다.

 

▪ 무학년 학점제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습자들을 교육하는 무학년제가 시행될 것이다. 이로 인해 학사 운영도 유연해져, 오전에는 최소의 필수 기본 교과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학생 선택 맞춤형 교육과정 형태로 운영될 것이다. 학업과 졸업 시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연령 학습자의 참여에 대한 실험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학점제는 교내 학점제를 넘어, MOOC, 유다시티 등과 유사한 온라인강좌를 통한 웹 교육 학점제, 도제 교육이나 직업 현장의 인턴십 교육과정을 통한 인턴십 학점제, 학습 공원이나 마을 교육 공동체를 통해 진행되는 학점제, 타 학교와의 공동 학점제, 꿈의 대학과 같은 방식을 통한 대학 학점의 인증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것이다.

 

▪ 학습공동체

학교 내에 학습 가족이라는 학습 공동체가 존재할 것이다. 학교는 공동체의 지식센터로 재탄생될 것이다. 연령 대신 지식과 역량과 흥미와 학습 유형을 중심으로 학습 공동체가 구성될 것이다. 관심과 흥미 중심으로 그룹화된 학습 공동체가 강조될 것이다. 학습 집단은 소규모, 수평적 팀 지향 조직이 될 것이며, 학습의 개별화는 공동체성의 강조로 인해 감소될 것이다. 수업은 다양한 방식의 학습이 가능한 학습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소속감을 갖는 공동체와 협업 평가 체제도 강조될 것이다.

 

▪ 직업 연계 역량 기반 평생 교육

학습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직업 세계와의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다. 학교 교육 체제는 평생 학습의 근간이 될 것이다. 학교와 직업 세계의 유연한 이동이 강조되고, 교육의 여러 영역에 산업 인프라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모듈 기반 직업훈련과 도제 모델이 도입되고, 학벌이나 자격증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해갈 것이다. 직장에서의 배움과 평생 학습이 강조될 것이다. 그래서 평등 이념에 기초한, 모두를 위한 평생 학습이 대두될 것이다. 학습자들은 초중등 교육 이후에도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고, 글로벌한 직업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며, 이로 인해 역량 중심 평가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 학습 코치로서의 교사의 역할

교사에게는 팀을 이루어 공동 코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교사를 위한 직업 경험 기간을 통해 진로 코칭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교사는 학습자에게 개별 학습 경로를 안내하고 중재하며 학습에 함께 참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교과의 경계가 무너지고 통합교과, 범교과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문제 해결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메타 학습(학습 전략)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또한 학생을 상담하는 교사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교사에게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자와 지역 사회의 책무가 결합된 복잡한 역할이 부여될 것이다. 학교는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센터 역할을 할 것이고 교사는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팀 티칭을 실시하고 교사 전문 학습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다수의 교사와 다수의 학생이 함께 학습하는 모형을 사용하며, 주제 중심 학습을 위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주제별 전문성이 강조되고, 학생별 학습 이력과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코칭하는 역량을 중시여기게 될 것이다. 또한 교사 뿐 아니라 학교 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인력이 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 교육 자치, 지역 사회의 마을 교육 생태계

학습 공원, 학습 마을,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열린 학습 공간이 구축될 것이다. 협동조합 형태와 유사한 민주적인 학교가 등장할 것이다.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돌봄 교실이 강화될 것이고, 사회와 지역 사회에서 학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이다. 학교는 지역 사회에 양질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공공의 역할을 할 책무를 갖게 될 것이다. 지역 사회 활동가와 학부모의 역할이 제고될 것이며, 학교의 독점이 이완되고 지역 사회와의 연계가 강조될 것이다. 학교가 지역 학습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학습 복지를 보강하는 사회 시스템이 강화될 것이다. 일상적인 문화 활동과 공연 나눔 문화가 학교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교육의 사회 통합 기능이 강화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 담론의 역설

미래교육 담론을 살펴보면 상반된 담론이 충돌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내지 의존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학력 중심 교육 ⇔ 역량 중심 교육

최근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지식을 삶 속에서 실천하지 못하면 똑똑한 바보가 될 수 있다. 역량은 지식 뿐 아니라 기능, 태도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개념으로서 삶 속에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역량은 복잡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의 기반 위에 역량이 존재하는 것이 역량인데, 지식을 소홀히 해서는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 개별 학습 ⇔ 협동 학습 (공동체 역량)

개인주의 문화, 한자녀 가정 시대에서 개별 학습은 더욱 더 강조될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교육을 하자는 것은 교육적 이상에 가깝다. 하지만 미래 사회 구조가 현재보다 복잡해지고 다문화가 진행될수록 공동체적 덕목과 역량이 사회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개별 학습은 학습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이 많이 소요되고, 사회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기에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협동 학습이 강조될 것이다.

 

▪ 디지털 기반 교육(스마트 교육) ⇔ 인성교육, 생태전환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에듀테크가 발전할수록 테크놀로지 기반 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현재보다 편리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교육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은 기술지상주의 관점에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격적 만남을 토대로 인간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테크놀로지 기반 교육이 강조될수록 전통적인 가치인 인성교육, 자연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생태전환교육, 스마트 기기 과의존 현상과 미디어 중독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동시에 강조될 것이다.

▪ 세계화 ⇔ 지역화

세계화 흐름 속에서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서로 배우고 벤치마킹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자기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강조하는 흐름이 나오게 될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으로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대두될 것이다. 교육 차원에서 볼 때 세계화 교육, 다문화 교육, 세계 시민 교육이 강조되겠지만 동시에 지역화 교육, 민족주의 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 언텍트(Untact, 비대면) 문화 ⇔ 온텍트(Ontact, 온라인 만남), 로컬텍트(지역 소모임화)

코로나 19이후 방역 차원에서 언텍트, 비대면 문화가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언텍트 문화가 강조될수록, 온라인 만남을 강조하는 온텍트 문화가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만남만으로서는 사회적 욕구를 다 충족할 수 없기에 지역 단위의 작은 모임이 강화되고, 각 소모임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학교도 온라인 교육, 블렌디드 러닝, 작은 학교의 네트워크화 문화가 진행될 것이다.

얼핏 보면 상반된 주장처럼 보이지만, 상반된 담론이 아니라 하나의 담론이 강조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담론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담론만 강조하다보면 강조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그러므로 상반된 담론이 조화를 이루어야 미래 교육이 현재 교육보다 풍성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미래 교육의 방향은 다양한 담론이 다원화된 형태로 시도되고 운영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