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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2015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에 대한 제언

by 김현섭 2021. 5. 14.

2015 교육과정의 문제점

현행 2015 교육과정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잘 보완될 수 있으면 좋겠다. 

*총론과 각론(교과교육과정/ 학교급 교육과정)의 불일치 현상

2015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지만 교과별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학문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은 교육학 전공자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했다면, 각론은 교과내용학 전공자들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론과 각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기에 총론과 각론의 결이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은 구성주의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 교육과정은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는 통합형 교과서 체제이고, 학습 분량도 적고, 학생의 경험과 흥미에 맞추어서 개발되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를 살펴보면 학문 체계에 따라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기에 학습 분량이 많아서 학생들이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예컨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반만년의 우리나라 역사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1차시 안에 최소 200년 분량 정도를 다룰 수 있어야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학교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학문 중심, 구성주의 교육과정이 혼재되어 있다. 그에 비해 고등만 학교 교육과정은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고교의 경우, 수능 입시 체제에 영향을 받고 있다 보니 교과서만 공부해서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교과서보다는 EBS 수능 특강 교재가 입시에서 더 권위를 가지고 있다. 현행 교육정책은 수시 비중을 줄이고, 오히려 정시 비중을 늘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학문 중심 교육과정이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러닝 미반영, 현실적인 충돌

2019년 발병한 코로나 19는 현재 전세계적인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교육과정과 수업이 운영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2015 교육과정은 대면 수업을 전제로 구성되었는데, 현실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수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 고교 학점제 미반영

정부 차원에서 오는 2025년까지 고교 학점제를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보다 빨리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정책이 추진 중이다. 그런데 2015 교육과정에서는 고교 학점제에 대한 반영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고 있다.

 

* 학생들의 학습 부담 문제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학습 부담을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과도한 학습 분량을 줄이려면 교과서 분량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교수 요목과 성취 기준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교 상대 평가 체제가 지속되는 한 학습 분량을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 평가 특성상 변별력이 높이려면 난이도가 높은 문항을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와 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없이 교육과정의 적정화는 쉽게 이루지기 힘든 상황이다.

 

* 변화하는 다양한 사회 요구에 대한 반영 문제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교육적 필요들이 제기되고 있다. 안전교육, 성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다문화 교육, 세계시민교육, 민주 시민 교육, 인권 감수성 교육, 디지털 기반 교육, 생태전환교육, 코딩교육, 인공지능 교육 등등 이러한 다양한 요구들을 2015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려면 기존 교과별 교육과정의 비중을 줄이고 나서 그 여백만큼 새로운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교육과정을 줄인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고교 학점제, 중학교 자유학년제의 주제선택활동, 초등학교의 교육과정 재구성 등을 통해 이러한 요구를 모두 반영해야 하는데, 기존 내용을 덜어내기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더하여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 초등 국정교과서 체제, 국정같은 검인정 중등 교과서 체제

중고등학교는 이미 모든 과목이 검인정화되었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아직도 국정 교과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교과서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면 검인정 교과서 체제나 자유발행제를 시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들도 검인정 심의 기준이 높다보니 국정 교과서 같은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의 기준을 낮추고, 다양한 컨셉의 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고,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좋은 교과서가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2015 교육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향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총론과 각론의 일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론을 개발한 후 각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총론 개발시 각론 개발자가 참여하고, 각론 개발시 총론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각론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둘 필요도 있다. 물론 학생 발달 단계에 따라 교육과정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교과별 교육과정 구성시 교과내용학 전공자들만이 아니라 교육학 전공자나 교육단체 관련자 등 다른 전공자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이 소극적인 검토자 역할이 아니라 적절한 견제와 조율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온오프라인 연계교육, 블렌디드 러닝을 적극적으로 교육과정 운영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을 위한 임시방편적 도구가 아니라 미래교육의 담론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도구로서 블렌디드 러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블렌디드 러닝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셋째, 고교 학점제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교 학점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와 특성을 고려하고,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개인맞춤형 교육과정 구현을 위한 접근과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수능 중심의 상대평가 체제는 고교 학점제와는 충돌된다. 그러므로 절대평가 체제, 논서술형 평가 및 과정중심 평가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입시 제도도 함께 혁신되어야 한다.

넷째,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교육과정의 적정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문 중심 교육과정 입장에서는 결코 학습 분량을 줄일 수 없다. 성취기준과 교수요목을 그대로 두고, 교과서 분량만 줄이면 학생들만 더 고생할 수 밖에 없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교육과정 디자인 차원에서 과감하게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입시와 평가 체제의 변화가 있어야 실질적인 교육과정의 적정화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수능 시험시 불수능보다는 물수능 형태로 진행하고, 자격고사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학생수 감소로 인하여 대학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고,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은 현실에서 현재의 수능체제를 고집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다.   

다섯째, 지역과 학교 차원에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사회적 요구들을 국가 수준 교육과정 차원에서 다 반영할 수 없고, 반영할 수 있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방향도 아니다. 지역과 학교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디자인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보다 더 신장되어야 한다. 

여섯째,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인정 교과서화,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검인정 심의 기준 완화나 자유발행제화로 가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 검인정 교과서를 확대하고, 다양한 교과서를 선택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교사들의 수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서 외에 해당 교과서를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국정 교과서 같은 높은 심의 기준을 완화하고, 다양한 컨셉의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도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학교 자치 강화의 맥락에서 자유발행제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형 교육과정을 위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

 

*비전과 추진 방향

2015 교육과정 운영상의 문제점을 잘 진단하고 그에 맞추어 수정 보완된 형태로 2022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최근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을 살펴보면 미래형 교육과정의 방향에 맞추어 기본 방향이 설정되어 있어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방향이 좋다고 해서 실제 운영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래형 교육과정의 방향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개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고, 이러한 방향대로 진행되려면 예상되는 현실적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개정의 비전으로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 교육 구현과 미래 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혁신 인재 양성이 제시하였다. 추진 방향으로는 개별성과 다양성, 분권화와 자율화, 공공성과 책무성, 디지털 기반 교육을 설정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본 원칙과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자기주도성 및 삶과 연계한 미래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 구현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학생 개별 성장 및 진로 설계 지원 교육과정 개발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내용 강화

지역 분권화 및 학교교사 자율성을 중시하는 교육과정 운영 체제 구축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교육과정 개발 체제 구축

 

*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과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과제로 다음의 4대 과제를 제시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특히 온오프라인 교육 활동을 전반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소양을 기초 소양으로 이해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구성 시 온오프라인 교육내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과목 시수 증감과 교육과정 재구성 범위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온오프라인 수업이 자유롭게 재설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 활동 시 범교과학습 주제(인성 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를 활용한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디지털 기반 교육을 통한 미래 교육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 등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교과서나 동영상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현행 교육과정에 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추후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진행될 예정이므로 논의 과정을 통해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될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가 간의 합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숙고하여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