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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이제는 지역 교육과정이다!

by 김현섭 2022. 12. 2.

지난 6월 충북지역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5,777)을 대상으로 지역연계 교육과정 연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실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

먼저 학생들에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우리 지역(마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는데, 52%가 살기 좋거나 매우 살기 좋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고, 보통은 37.2%, 살기 힘들거나 매우 살기 힘들다고 말한 답변은 8.3%였다. 그런데 학교급별 학생들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긍정적 반응이 감소하고, 부정적인 반응은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초등학생들의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만족도는 71.8%이지만, 중학생은 51.5%, 고등학생은 30.3%이다. 부정적 반응은 초등학생 3.7%, 중학생 6.5%, 고등학생 17.6%이다. 5점 척도로 환산하여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청주권 3.71 > 남부권(옥천, 영동) 3.70 > 중부권(진천, 증평) 3.54 > 북부권(충주, 제천) 3.33이다.

충북 초중고 학생 우리 지역 만족도 인식 조사 결과, 2022

어른이 된 이후 지역 마을에서 계속 거주할 의사에 대해 물어본 결과, 계속 살겠다는 입장은 11.4%에 그쳤다. 그에 비해 판단 유보는 55.1%, 떠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한 학생들은 33.4%로 나타났다. 특히, 떠나고 싶은 입장을 밝힌 학생들을 학교급별로 분석해보면, 초등학생 18.7%, 중학생 32.1%, 고등학생 53.4%으로 고학년일수록 확연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떠나고 싶은 학생들은 북부권 47.3% > 중부권 34% > 남부권 26% > 청주권 24.7%로 나타났다. 지역 인프라 구축 상황이 미래 거주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북 초중고 학생 미래 거주 의사 결과, 2022

 

학생들에게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평생 머물러서 살라고 할 수는 없다. 보다 살기 좋은 공간으로 이주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 수도권으로 거주하려고만 한다면 비수도권의 공동화 현상, 지방 소멸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 결과 비수도권 지역만 힘든 것이 아니라 수도권 지역도 교통난, 주택난 등으로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 살기 힘든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토균형 발전문제는 남북분단 문제와 더불어 함께 풀어가야 할 국가적 해결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균형 발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자리, 주택, 교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중에서 교육 문제는 지방에 소위 입시 명문고를 유치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전국단위 내지 시도단위 우수학생들을 모집하여 입시 명문고 유치에 성공했다고 해서 해당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 머물다가 졸업 후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거나 수도권으로 갈 학생들이다. 우수 학생들을 유치한다고 해서 막대한 장학금을 주면 결과적으로 지역 사람들이 출자한 장학금을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셈이 되는 것뿐이다.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장학금을 주고, 우리 지역 학생들이 나중에라도 지역사회에 돌아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우리 지역을 살리기 위한 교육정책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로 지역 교육과정이다.

 

지역 교육과정이란?

지역 교육과정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말한다. 일단 지역 교육과정을 이해하려면 유사한 개념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지역수준 교육과정을 줄여서 지역교육과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이는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학교수준 교육과정의 교량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이다. 지역화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의 지역화를 의미한다. 예컨대, 초등학교 3, 4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보완하는 교육과정이다. , 우리 고장을 이해하기 단원과 관련하여 이를 보완할 지역화 교재를 개발하여 병행 사용하는 것이다. 지역연계 교육과정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말한다. 지역연계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운영 주체와 관련하여 학교로 국한하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거버넌스 구축을 전제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지역 교육과정 안에 지역수준 교육과정, 지역화 교육과정, 지역연계 교육과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지역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시안에서는 지역 교육과정을 예전보다 더 강조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에 따라 교과()별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20% 범위에서 시수 증감하도록 개선하였는데, 여기에서 교육과정 재구성 시 지역연계 교육과정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 자율시간 확보를 통해 다양한 학교장 개설과목을 신설하고, 지역 연계 특색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초등학교에서 다양하고 특색있는 지역과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 여건과 학생의 필요에 맞춘 선택과목을 신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지역 연계 선택 활동, 삶과 학습에 필요한 기초 소양, 학습 진단과 개별 보정 교육, 진로 선택 활동 등을 교과목 및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운영이 가능하다. 중학교에서도 지역 연계 및 특색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시도교육청, 학교장 선택과목 개발을 통한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다. 교과별 내용 요소 및 성취기준 등을 활용하여 지역과 연계한 단원을 구성하여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 수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교과별로 지역 연계 단원을 구성하고 모든 교과를 아우르는 주제 중심의 다양한 과목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등학교의 경우, 지역 연계를 통한 교육과정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지역사회의 이해등 지역을 소재로 학교장 개설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학교 단위에서 과목 개설이 어려운 소인수 과목의 경우, 인근 고교와 함께 개설하는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다.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미래교육지구, 직업교육 혁신지구,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자원을 고교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학생 진로 적성과 연계하여 학교 밖 자원을 활용한 학습경험을 제공하고, 수업을 삶과 연계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지역 교육과정 발전을 위한 7가지 제언

지역 교육과정을 발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청, 지역사회가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중앙집권형 교육체제 및 문화가 지속되어 왔기에 지금까지의 지역 교육과정 담론은 주로 국가교육과정의 지역화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하향식 접근에서 벗어나 지역이 중심이 되어 교육과정 문제를 접근하는 상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숙의적 교육과정 개발모델을 기반으로 지역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우리 지역 살리기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미래적 관점에서 애향심(愛鄕心)을 재해석하고, 강조해야 한다.

둘째, 지역 교육과정 문제는 비수도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수 감소 현상은 비수도권만의 현상이 아니라 수도권도 동일하다. 10년 뒤 초등학생 수 감소는 전국 평균 54%이지만 서울은 49.8%이다.(국가통계포털, 2022) 불특정 다수가 살고 있는 대도시가 적은 인구수의 읍면동 지역보다 지역 현안들이 더 많이 산적해있다. 살기 좋은 지역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수도권 지역도 동일하게 중요한 문제이다.

셋째, 지역연계 교육과정 운영 주체와 방식은 가급적 학교 주도 마을 협력 모델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지역연계 교육과정 운영 방식은 학교 주도 마을 협력 모델, 주민 주도 학교 협력 모델, 학교-마을 공동 기획 모델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학교 주도 마을 협력 모델이 더 좋은 이유는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교사가 가지고 있고, 학교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주도형으로 진행되어야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주도 학교 협력 모델은 마을 주민의 참여가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교사들의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소외되기 쉽고, 지역교육활동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배경에 따라 특정 주제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학교-마을 공동 기획 모델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교사와 지역교육활동가가 의견이 충돌되는 경우, 조정하기 힘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가 주도하여 지역 연계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지역교육활동가들의 협력과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교사들이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중핵 교육과정을 디자인하고, 이를 기반으로후 지역교육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 워크숍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넷째, 학교에서 지역 교육과정을 구현하고자 할 때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다양하고 점진적인 모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대개 지역 교육과정은 대도시 큰 학교보다 지역사회가 활성화되어 있는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더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입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중고등학교보다는 입시에 대한 영향이 적은 초등학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반학교보다는 혁신학교에서 지역 교육과정 실천에 적극적인 편이다. 그러므로 학교 상황과 특성에 따라 지역 교육과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낮은 수준(창체나 학교행사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적용하기)부터 점차 높은 수준(교육과정 재구성, 학교 특색 과목 개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교육과정 재구성도 짜깁기 수준으로 시작하여 점차 물리적 통합 수업 방식에서 화학적 융합 수업 방식으로 진화하고, 공동 수업디자인 방식을 넘어 공동교육과정 개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초중고 학교급 간 특성을 반영한 지역 교육과정 모델을 운영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지역인 마을을 중심으로 일상적인 삶과 연결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우리 마을의 특성을 이해하고 마을의 대표적인 공간들을 탐방하고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통하여 우리 마을을 사랑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 연계 수업 시 매체 활용 수업이나 현장 체험 활동을 상대적으로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는 학생 발달 단계 특성상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므로 마을에서 지역으로 공간적인 영역을 좀 더 넓혀서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지역사회의 역사, 문화, 지리 등 좀 더 심화해서 이해하고 지역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지역 연계 수업 시 지역사회 해결 프로젝트 수업이나 문제 중심 수업(PBL)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지역 내 고등학교 소개 및 고교 교육과정 이해 등을 다루는 진로연계학기 수업을 지역연계 교육과정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고등학교는 교과 내용과 지역 문제를 연계하여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고, 지역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이다. 미래지향적 가치와 주제들을 연계하여 지역적 특수성의 한계를 극복하면 좋을 것이다. 지역 교육과정 관련 수업 시 사회쟁점토론 수업이나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접근하고, 지역사회와 생태전환교육, 지역사회와 세계시민교육 등 지역적 특수성과 보편적 주제를 연결하여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지역 연계 교육과정 관련 참여 활동이 학생생활종합기록부에도 기재되어 학생 입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연계 교육과정 관련 활동이 공부를 안 시키는 행위로 오해하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교육과정이 가지는 지역적 특수성의 한계를 학습코칭이나 진로 등의 보편적 주제 접근으로 연결하여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섯째, 교사의 교육과정 디자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여러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기에 융합 수업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만, 중등학교 교사들은 자기 전공과목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기에 자기 교과의 영역을 넘어서는 지역 교육과정 디자인이나 융합 수업 등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학교의 중핵 교육과정 안에 지역 교육과정이 포함되어야 교사들이 지역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 역량을 기르기 위한 연수와 워크숍, 컨설팅 등이 학교 안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적 학습공동체나 학년협의회에서 지역 교육과정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지역 교육과정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체제가 마련되고 관련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관련 종합지침 및 매뉴얼 제공, 관련 연수 실시, 컨설팅 지원 등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지역 교육과정 활동을 위해 초등학교 사회과 지역화 교재 개발이나 지역 교육과정 관련 프로젝트 및 융합 수업 교재 개발을 주도할 수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행정적인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교사들이 자기 학교가 속한 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자기 학교에 속한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들에게 유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최신식 관사 제공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지역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 마을 강사를 위한 인건비, 교육비, 체험 활동비, 관련 시설 보완, 지역 연계 교육과정 개발비 및 학교 교과서 제작 등은 예산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의 예산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예산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민관학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우리 지역사회를 지속가능한 발전 구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충북 학교급별 지역연계 교육과정 운영 모델연구 보고서(2022)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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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칼럼] 이제는 지역 교육과정이다! - 교육플러스(e뉴스통신)

[교육플러스] 지난 6월 충북지역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총 5,777명)을 대상으로 지역연계 교육과정 연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실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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